[기자수첩] 200만원에 미래를 파시겠습니까?

  • 입력 2019.08.18 18:00
  • 기자명 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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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농가가 다른 한우농가를 속여 부당 이익을 취한 사실이 알려져 파장이 예상된다. 피해농가는 유전능력이 좋은 씨수소에서 태어난 송아지를 데려왔는데 알고 보니 해당 씨수소의 후손이 아니었던 것.

농가들이 가축시장에서 송아지를 거래할 때는 송아지의 외형도 평가하지만 어느 씨수소의 정액을 받아 태어난 개체인지도 고려한다. 유전능력이 좋을수록 증체도 잘 되고 등급도 잘 나온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어서다. 때문에 혈통을 인정받는 정도에 따라 송아지 몸값도 크게 차이난다. 최근 한 가축시장에서는 최고가에 거래된 ‘우수한 혈통’의 수송아지 가격은 최저가에 거래된 개체보다 270만원이 더 비쌌다고 하니 어떤 혈통을 가진 송아지인가는 판매하는 농가에게도 구매하는 농가에게도 중요한 정보다.

유전능력이 우수한 송아지는 그렇지 않은 개체보다 출하할 때 등급이 잘 나올 확률이 높다. 즉 한우농가의 소득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그래서 돈을 더 주더라도 좋은 송아지를 사는 것일 테다.

이번 한우 친자불일치 사건은 피해액이 얼마인지 증명할 수 없어 아직까지는 사기죄가 성립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는 명백한 사기 행위다. 무엇보다 피해를 받는 농가가 송아지를 산 해당 농가 한 곳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시스템의 허점을 악용한 행위가 동료농가들을 어떤 혼란에 빠뜨리고 한우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를 얼마나 떨어뜨릴지, 그래서 그런 악행이 한우산업과 농가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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