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농정개혁 포기했나

  • 입력 2019.08.11 20:42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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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은 문재인정부 세 번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으로 김현수 전 농식품부 차관을 지명했다. 한편 지난달 10일 농민의길 소속 농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적폐관료 장관임명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여기서 적폐관료는 김현수 전 차관을 염두에 둔 것이다.

농업계에서 장관 인선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특정인을 반대한 사례는 처음이다. 그런데 이번에 김현수 전 차관에 대한 반대의사를 밝힌 이유는 농정개혁의 한 축이 ‘농정관료 개혁’이라는 점에서 개혁대상인 관료를 장관에 임명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 초대 농식품부 장관 인선부터 잘못 꿴 단추라는 것은 두 말 할 필요도 없다. 농정개혁을 진두지휘해야 할 문재인정부 첫 농식품부 장관인 김영록 장관은 취임 8개월 만에 전남도지사 출마를 위해 직을 내던졌다.

이후 5개월이라는 사상초유의 장기간 농정공백 끝에 김영록 장관과 전남도지사 자리를 다투던 이개호 의원이 후임 장관으로 취임했다. 이개호 장관은 차기 총선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었기에 임기가 정해져 있었다. 그런데 장관 취임 1년 만에 또 장관이 바뀐다. 사정이 이러하니 문재인정부가 농정개혁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 아니냐는 농민들의 우려는 당연하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농정 변화는 사실상 없다. 유일하게 내세우고 있는 것이 폭락한 쌀값을 회복시켰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제도화 한 것이 아니고 농민들이 이전부터 주장하던 ‘선제적 대응’을 실천한 것뿐이라 농정의 변화라고 할 수 없다.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문재인정부 3년차, 이제 농정개혁 마지막 기회라 볼 수 있는 이 시기에 농정개혁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관료출신 인사를 차기 장관에 선임됐다는 것은 농정개혁을 포기하고 현상유지나 하겠다는 신호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더군다나 김현수 전 차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차관보로 임명한 인사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장관 임명에 앞서 김현수 차관보를 차관으로 임명했을 때에도 농민들 뿐 아니라 농식품부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정권 교체 이후 그에 맞는 변화와 개혁을 위해서는 인사를 통해 조직을 일신해야 하는데 차관보를 차관으로 승진시킴으로 관료사회의 변화를 막아버렸다는 비판이었다. 이는 결국 새 정부의 농정개혁을 가로막는 결과를 낳았다. 그래서 김현수 전 차관의 장관 선임을 심각하게 보는 것이다.

또한 이번 인사 결과에 비춰 청와대의 농업·농민·농촌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곳에서 농업정책과 인사를 좌우하는 것으로 보인다. 농민단체들의 공개적인 반대의사가 가볍게 무시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지난 5월 교체된 청와대 농해수비서관은 농식품부와 농협의 용역사업을 하는 컨설팅 업체 대표이다. 과연 이들이 농민을 대변해서 농정개혁을 할 수 있겠는가? 촛불정부니 적폐청산이니 하는 말이 무색한 실정이다.

이번 장관 인사로 농정개혁은 물거품이 됐다. 농특위를 통해 농정의 틀을 바꾸겠다고 하지만 대통령이 농업에 전혀 관심이 없는 지금 공허할 뿐이다. 이제 남은 길은 모두 나서서 이번 장관 인선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해 대통령의 농업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하는 길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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