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부터 극일 나서자

다소 뒤처진 종자연구개발, 현장밀착형으로 강화해야
수입적응성시험 등 원칙부터 … 수매도 국산품종 우선

  • 입력 2019.08.11 18:00
  • 수정 2019.08.11 20:51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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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일본과의 종자전쟁은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됐다. 일본이 우리나라에 감귤 신품종인 ‘미하야’, ‘아수미’ 등 5개 품종에 대한 품종보호를 출원하면서 이들 품종을 재배하던 농민들은 된서리를 맞아야 했다. 일본의 경제도발이 본격화된 지금, 이참에 우수한 국산 품종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애써 개발한 품종이 사장되지 않도록 거시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할 때다.

일본 품종은 우리나라보다 육종 연구를 먼저 시작한데다 비슷한 기후조건을 갖고 있어 여러 품목에서 상당 기간 강세를 보여왔다. 우리나라도 종자개발을 서두르며 품질이 좋은 종자를 개발하고 있지만 농민·유통·소비자들의 인식과 종자수입의 허술한 제도망 탓에 어려움을 겪는 게 현실이다.

대표적인 양념채소인 양파는 국산 종자 자급률이 30% 내외로 추정된다. 한국종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양파종자 매출액은 수출을 포함해 361억원 규모다. 이미 개발된 20여개의 국산 품종이 100억원 남짓의 매출규모에 머물러 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품종을 일본과 비교하면 껍질이 잘 벗겨지는 등 저장성에서 약간 미흡하다는 평을 받는다. 우리나라는 대개 양파를 6월경 수확하면 다음해 제주도에서 양파가 생산될 때까지 보관하기에 저장성이 중요하다. 또, 기후변화에 따른 생산량 변화도 일본 품종이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평가다.

권영석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채소과 농업연구관은 “양파는 25℃를 넘으면 생육에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서 더위에 강한 품종을 개발해야 한다”라며 “우리나라는 양파종자 채종을 시작한 게 1970년대로 일본보다 한참 늦게 시작했다. 종묘회사들이 본격적으로 육종을 시작해 F1 품종을 만든 건 2000년대부터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양파는 1세대가 2년이 소요되는데 보통 6세대는 걸려야 새 품종을 개발할 수 있다. 종자개발에 장기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전남 무안군 등에선 창녕 양파연구소처럼 별도의 파속작물 연구소를 설립해 양파 연구를 강화하자는 여론이 나오고 있다.

국내 품종이 다양하게 개발되더라도 현장에 적합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그래서 농민과 함께 품종개발을 시작하는 방법이 주목을 받고 있다.

팽이버섯 역시 일본품종이 전체 시장의 약 70%를 점유하고 있다. 일본에 로열티를 지불하면 종균을 받아 일정기간 동안 활용하는 방식이다. 장갑열 농진청 원예특작과학원 버섯과 연구관은 “국내 품종이 일본과 비교해 뒤지지 않지만 농민들이 쉽게 바꾸려 하지 않는다. 버섯은 미생물이라 환경에 예민해 새로운 품종을 쉽게 투입하지 않는다”라며 “그래서 농민과 1:1 맞춤형으로 농민들과 함께 품종개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민들이 품종개발 단계부터 참여하면 품종교체가 큰 어려움 없이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애써 개발한 국산 품종이 사장되지 않으려면 종자수입 관리를 원칙대로 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노일섭 순천대학교 원예학과 교수는 “외국품종을 들여올 때는 종자협회에서 수입적응성시험을 거친 다음에 판매하는 게 원칙이다. 그런데 유통회사들이 국립종자원에 생판신고만 하고 수입적응성시험은 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생판신고에 대비해 수입적응성시험을 거친 수입품목은 10% 수준이다.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것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골든시드프로젝트(GSP) 원예종자사업단장이기도 한 노 교수는 “토마토는 소과종에서 GSP사업의 성과로 국산 품종이 시장을 장악해 80%를 점유하고 있다. 양파 역시 GSP사업을 거치며 6배 가량 수출이 늘어났다”고 성과를 밝히며 “정부가 종자연구를 강화하는 한편, 외래품종 대신 국산품종을 수매하는 방향으로 나가면 농민들이 국산품종을 더욱 선호하게 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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