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세상을 바꾸고 싶은가! 그러면 가정에서부터!
[농민칼럼] 세상을 바꾸고 싶은가! 그러면 가정에서부터!
  • 강정남(전남 나주)
  • 승인 2019.08.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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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남(전남 나주)
강정남(전남 나주)

친구랑 얘기하다 가슴 얘기가 나왔다. 친구가 노브라를 하고 남편한테 노브라를 했다고 말했더니, 남편 왈 “가슴이 안쳐져야 이쁘지!” 그러더란 얘기를 듣고는 나는 대번에 “그러려면 자기 부인한테 애도 낳지 말고 있으라 해야지! 가슴이 무슨 한 남자의 성적대상물이야?”라고 말했다. 같이 살아온 세월만큼, 임신, 출산, 육아의 과정을 거쳐 억척스레 잘살아 보겠다고 알뜰살뜰 산 것도 죄인가! 매우 불쾌했다. 그런데 오히려 친구는 능글맞게 웃으면서 “야~ 이왕이면 이쁜 게 좋은 거 아니야?” 헐~! 오 주여! 예쁜 것에 대한 기준이 고작 가슴 봉긋한 거? 같이 살아온 세월의 무게에 감히! 그런 걸 갖다 댄단 말인가!

예쁘다는 것의 평가와 기준이 왜 그렇게 단순할까! 획일화된 미의 기준을 들이대고 다이어트다 뭐다 하면서 결국 자본의 대상이 되고 성적 대상이 된다는 게 절대 기쁘지 않다. 그렇다고 나 또한 얄팍한 상술에서 자유로울 정도로 자의식이 뚜렷한 것도 아니다.

‘여자는 죽을 때까지 여자여야 한다.’ 이런 얘기도 있다. 무슨 말일까? 죽을 때까지 여자답게 꾸미고 여자답게 있으란 말인 것 같다. 여자든 남자든 하나의 인격체이다. 하나의 인격체가 스스로 그 주체성을 상실한 채 산다면 자기답게 산다는 것은 죽을 때까지 이룰 수 없을 것 같다. 여자답다. 남자답다. 이른바 사회적 성 고정관념을 개인에게 똑같이 들이댈 때 개개인마다 다르지만 어떤 이는 참을 수 없도록 힘든 이도 있다. 여자답다, 남자답다가 아니라 나답게, 이렇게 살순 없는 것일까!

개인 고유의 자연스러움이 획일적 기준에 의해 부정되는 순간부터 우리는 자기다움을 잃어버리고 부유하는 인간이 돼버린다. 뿌리 없는 생명이 되는 것이다. 자기답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은 참 힘들기만 하다. 여성농민의 콤플렉스 중 하나가 일한 만큼 까매지고 거칠어지는 손마디이다. 그래서 어떤 여성농민은 악수하는 것을 꺼리기도 하고 이미 타버렸지만 더 타기 싫어서 얼굴을 꽁꽁 싸매고 일을 한다. 자기를 가꾸는 것! 그것은 매우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좀 까맣다고 기죽을 일은 아니잖은가! 그만큼 열심히 살아왔다는 증거인데 그 삶을 부정당하는 세상에 기죽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나는 상상해 본다! 미스코리아가 아니라 여성농민 아름다움대회를 한다면 과연 무엇을 기준에 둘까. ‘자신감’ 아닐까 싶다. 자신감을 겉으로 파악할 수 있을까? 그 힘든 농사일을 마치고 저녁바람 부는 한 점 시원한 바람에 감사하는 아름다운 마음, 값이 형편없이 안 나올지라도 결코 농사일을 허투루 하지 않는 성실한 마음과 몸, 일에 치여 제대로 돌보지 못한 자식들이지만 건강하게 크는 것에 한숨 돌리는 안타까운 마음, 농가부채에 짓눌려 헤어나오지 못할 것도 같지만 어김없이 아침이면 툭툭 털고 논으로 밭으로 나가 콩이나 팥, 깨, 고추 등을 어루만지며 삶을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가는 여성농민! 그 아름다움을 어디에 견줄 것인가! 자신감 만땅이어도 모자랄 판 아닌가! 남성농민들이여! 옆지기 여성농민의 아름다움을 찾아 볼 것을 부탁한다. 이제부터라도 열린 눈으로 찾아보길 정말 부탁한다!

힘든 세상이지 않은가! 힘든 세상에서 가장 힘이 돼 억압된 삶을 바꾸는 그 시작을 가정에서부터 해야 하지 않는가! 여성의 돌봄노동을 무불노동으로 당연시하지 말고 여성의 돌봄노동을 사회적 가치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멋진 남성농민이라고 본다. 마이크 잡고 큰소리로 세상을 바꾸자고 말한다고 세상이 바뀌어지진 않는다. 작은 파장으로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자~! 남성농민들도 자신감을 갖고 가정생활부터 바꿔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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