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발 경제제재 조치에 파프리카 농가들도 긴장

파프리카 수출량 99% 이상이 일본으로
수출 막힐 시 내수시장 가격 폭락 우려도

  • 입력 2019.08.11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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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일본발(發) 경제제재 조치에 대일 수출시장이 주된 판로인 파프리카 농가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산 파프리카는 일본에 3만1,775톤이 수출됐으며 수출액은 약 9,182만달러(한화 약 1,115억원)였다. 물량 및 수출액 모두 전체 수출량의 99.5%를 넘었다.

일본 입장에서도 한국은 파프리카의 주요 수입처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일본 파프리카 수입 물량의 80%가 한국산이었다. 그 외엔 네덜란드와 뉴질랜드에서 한국 수입량의 부족분을 채웠다.

국내 산지들로서도 그 동안 일본 수출길이 주된 판로였기에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경남 창녕군의 경우 2013년 84.1%이던 전체 생산량 대비 일본 수출량 비중이 지난해 91.2%로 증가했다.

이경재 창녕농협 산지유통센터장은 “일본으로서도 한국이 파프리카의 주요 수입처다 보니 수입제한 등의 조치는 취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만에 하나 통관조치 강화 등의 조치라도 취해질 시 신선농산물인 파프리카 특성상 신선도와 품위를 긴 통관 과정 내내 유지하기 힘들어 상품성이 떨어질 수 있고, 그에 따라 수출량이 줄어들게 될 우려는 있다”고 밝혔다.

국내 파프리카 생산농가가 점차 늘어남에 따라 내수시장도 포화상태에 가깝다. 이 센터장은 “경남의 경우 진주, 거창, 합천 등지에 파프리카 농가가 많이 늘었고, 최근엔 강원도에서도 하우스 재배 농가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일본 수출시장에 차질이 생길 시 파프리카가 내수시장으로 들어오게 되는데, 그럴 경우 발생할 가격폭락 상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파프리카는 시기에 따른 가격변동이 심한 작물 중 하나로, 여름엔 가격이 하락하고 겨울에 오른다. 또한 대체로 최근 몇 년간 가격 하락세를 보이는 상황이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2월 빨간 파프리카 5kg 한 상자당 가격은 3만2,821원(2013년 3만9,070원), 같은 해 7월 가격은 1만3,038원(2013년 1만6,772원)이었다. 창녕의 한 파프리카 재배 농민은 “최근엔 생산농가가 더 늘어나면서 한 상자당 7,000~8,000원 수준까지 가격이 떨어졌다”고 밝혔다.

해당 농민은 “일본 측 바이어에 따르면 수도 도쿄의 상점들에 우리 파프리카를 갖다놨는데 시민들이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더라.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바이어들도 우리에게서 물건을 살 수 없고, 농가들 입장에선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일본 외 타국으로 판로를 마련하는 것도 쉽지만은 않다.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일본 이외엔 대만과 홍콩에서 판로가 늘어나는 상황으로, 지난해 각각 25만3,000달러(한화 약 3억600만원), 18만3,000달러(한화 약 2억2,220만원)의 수출액을 기록했다. 그 외엔 유의미한 판로를 아직 찾기 어렵다. 그나마 대만의 경우 파프리카의 주된 수입처가 네덜란드로, 국산 파프리카의 판로를 넓히는 게 쉽지만은 않다.

중국 또한 새로운 판로로 거론되는데, 중국은 현재 국가 차원에서 대규모 파프리카 재배농가들을 육성해 자국의 파프리카 내수시장을 키우려는 상황이다. 오히려 향후 한국과 파프리카 수출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높은 나라가 중국이다.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대부분 자국에서 파프리카를 생산한다.

한편 토마토·인삼·김치·백합도 전체 수출량 중 대일 수출 비중이 높은 품목들이다. 토마토의 경우 지난해 총 수출액 1,681만5,000달러(한화 약 203억6,464만원) 중 일본 수출액이 1,335만8,000달러(한화 약 161억7,787만원)로 80%에 육박한다.

농식품부는 일본의 산업 소재 수출통제 조치가 발표된 직후인 지난달 5일 대일(對日) 농식품 수출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일본 지사를 통해 파프리카, 토마토, 김치 등 주요 품목의 현지 수출 동향을 점검하고 신속하게 공유하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주요 수출품목에 대한 시장상황 모니터링 및 품목별 예상 피해상황 분석, 수출시장 다변화 등을 위한 조치를 강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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