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원의 농사일기 79] 졸장 아베가 옳다

  • 입력 2019.08.11 18:00
  • 기자명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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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원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밤낮으로 무더운 날씨가 지속되고 있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비 오듯 한다. 안 그래도 더워 죽겠는데 웬 열 받는 소리냐고 언짢아 할 소리를 이번 농사일기의 제목으로 뽑아보았다. 누가봐도 보복성 수출규제조치임이 뻔한데 아니라고 잡아떼고,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우기며, 역사적 진실을 망언으로 일삼는 작금의 아베정권의 행태를 접하면서 나는 아베가 옳은 주장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그 정도의 수준밖에 안 되는 자의 소행이기 때문이다. 만약 아베가 수준급의 지도자라면 그의 행태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다수의 국민이 열 받고 있는 작금의 사태를 목도하면서 나는 그 많던 자유무역 옹호론자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의아해진다. 아베의 수출규제 조치가 왜 자유무역의 원칙에 맞지 않고 그들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위반하고 있는지를 조목조목 반박해야 하지 않을까. 그들은 WTO나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을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적용하고 해석하려 하지 않았다. 농산물부문 협상에서는 유독 심할 정도였다.

암튼 1995년 출범한 WTO 체제하에서는 농산물도 관세와 보조금을 없애거나 낮춰야 하는 자유무역의 대상에서 예외가 될 수 없었고, 그렇게 함으로써 세계 인류의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명분을 내걸었다. 그러나 24년이 지난 지금 세계 식량문제는 해결되었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기아인구는 10억명 내외로 24년 전과 별반 차이가 없다.

결국 WTO 제는 농산물무역자유화를 주창한 농업강대국인 미국 캐나다 호주 유럽 등 선진국들이 자국의 잉여 농산물을 세계시장에 팔아먹기 위한 합법적인 틀을 만들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물론 이들 선진국들의 뒤에는 자국의 곡물메이저인 카길(미국) ADM(미국) 루이드뤠피스(프랑스) 등이 있음도 주지의 사실이다.

각종 FTA도 마찬가지다. 자유무역을 하면 참여국의 경제가 성장하고 함께 잘 살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이 또한 허구임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드러나고 있다.

사실 나는 1995년 WTO 출범 이후 쌀을 비롯한 농산물 협상과정과 각종 FTA 협상과정에서 농산물의 자유무역을 적극 반대했었다. 그것은 소농체제인 우리의 농업·농촌 현실에서는 무조건적인 자유무역 즉 농산물시장개방은 농업대국인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으며, 짧게는 20~30년, 길게는 50~60년 후면 한국 농업·농촌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학자로서의 소신 때문이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조선시대의 대원군 같은 쇄국주의자니 대세인 세계화 시대의 조류에 역행하는 주장이라는 등 동료 학자들과 정책당국자들로부터 비난도 많이 받았다.

고백하건데 사실 개인적으로는 힘든 시간들이었다. 한두 해도 아니고 교수생활 30여년 중 20여년을 그렇게 살았다. 은퇴 후 농촌에 내려와 농사지으며 조용히 살고 있는 것도 아마 그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한 한 방편 일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도 내 소신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다. 농산물시장의 무조건적인 개방은 안 된다는 것이다. 선진농업대국들과 그들 뒤에 숨어 있는 곡물메이저들의 농간에 휘둘려 개도국의 농업·농촌이 소멸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 조짐은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거의 모든 농산물의 가격폭락이 그렇고 농촌지역 소멸위험이 그렇다.

우리사회는 직시해야 한다. 자유무역만이 밥 먹여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또한 권하고 싶다. 선진국들을 너무 믿지 말 것을. 졸장 아베를 두려워하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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