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업계, 무쿼터농가에 ‘부글부글’

쿼터 없는 거래 막을 법적 근거 없어 잡음 지속

“산분된 집유체계가 문제 … 낙농정책 개혁 필요”

  • 입력 2019.08.11 18:00
  • 수정 2019.08.11 21:11
  • 기자명 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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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배정은 기자]

기준원유량(쿼터)을 구입하지 않고 원유를 생산·거래하는 무쿼터농가를 두고 낙농업계가 달아오르고 있다.

지금의 원유쿼터제는 2002년 낙농진흥회가 잉여원유차등가격제를 도입하고 뒤따라 유업체들이 이와 유사한 제도를 도입하면서 정착됐다. 원유쿼터제에 따라 낙농가는 생산한 원유를 팔기 위해서 집유주체를 선택하고 쿼터를 사야 한다. 쿼터를 구매한 만큼 해당 집유주체에 납유하고 유대를 정산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낙농가에게 쿼터는 재산과 같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쿼터를 구입하지 않고 소규모 유가공업체나 생산자협동조합에 납유하거나 생산한 원유를 직접 가공하는 농가가 늘면서 쿼터를 소유한 농가들이 반발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무쿼터농가가 생긴 것은 생산과잉으로 대대적인 원유 감산정책이 이뤄졌던 2015년이다. 당시 감산정책으로 쿼터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이에 일부 낙농가가 쿼터를 팔고 폐업했다. 쿼터는 팔았지만 여전히 젖소를 가지고 있던 폐업농가들이 매일 생산되는 원유를 소규모 유가공업체 등에 싼 값으로 팔아넘기기 시작하면서 쿼터 없이도 원유가 거래되기 시작했다.

무쿼터농가가 생산하는 원유는 공식 통계에 생산량으로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수급조절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그리고 리터당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쿼터값을 치르지 않고도 생산한 원유를 판매하거나 가공할 수 있다는 점은 제도를 따르는 농가 입장에서는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이다.

하지만 소규모 집유주체가 쿼터제를 따르도록 강제하거나 무쿼터농가를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현재의 원유쿼터제는 법적 근거를 두지 않은 시장 자율적 제도이기 때문이다. 임지헌 농림축산식품부 축산경영과 사무관은 “기준원유량 거래는 수급관리를 위해서 시장에서 스스로 도입한 제도다. 정부가 만든 것도 아니고 법적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무쿼터농가에게 쿼터를 구매해서 거래하라고 강요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무쿼터 납유를 제재하기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4년 ‘전국단위 원유수급조절규약’이 제정되면서 ‘쿼터이력관리제’가 시행됐다. 이 제도는 집유주체가 임의로 쿼터를 증감·조정하는 것을 막는 한편 무쿼터 납유로 인한 농가간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고 원유 수급조절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소규모 유가공업체는 이에 포함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문제제기가 지속되고 있는 이유다.

2017년 정부 조사에 따르면 무쿼터농가는 21가구로 하루 32.8톤의 원유를 생산했다. 당시 하루 생산되는 원유량이 5,638톤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전체 생산량의 0.6% 정도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그동안 감산정책으로 생산량을 줄여온 낙농가들은 최근 무쿼터농가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지난달 말 한국낙농육우협회는 농식품부에 전국 집유현황 실태조사와 무쿼터농가 관련 대책 마련을 촉구했고 농식품부는 하반기 전국 무쿼터농가 현황조사에 돌입할 예정이다.

임 사무관은 “1%도 안 되는 물량은 수급에 크게 영향이 없다고 본다. 또 현재 백신정책 아래서는 과거처럼 원유 수급이 큰 폭으로 요동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효율적 수급관리를 위해서는 폐업 후 무쿼터농가로 되돌아오는 일이 없도록 계도할 필요는 있다”면서 “유업체끼리도 쿼터제 운영 형태가 다른데 (수급관리가 문제라면)무쿼터농가도 수급에 문제가 생겼을 때 생산조정 정책에 참여하도록 하면 되지 않나. 낙농진흥회·유가공협회·낙농육우협회와 실태조사 후 문제가 있는지를 판단하고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석진 낙농정책연구소장은 “쿼터 없이 납유할 곳이 있으니 쿼터값이 좋을 때 쿼터를 팔아버리는, 자신에게 유리한 경영을 하는 것이다. 법적으로는 막을 수 없지만 제도권 안에 남아있는 농가들은 어떡하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불만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산분된 집유체계 아래서 저마다 유대도 다르고 쿼터 관리도 다른, 근본적으로 제도의 문제”라며 “낙농제도의 개혁이 필요하고 그를 위해서는 정부가 낙농분야에 대한 농정철학을 가져야 한다. 전국단위수급관리제도가 필요하다. 또 국산 유제품 생산을 일정 부분 유도하고 그것을 위한 가공쿼터를 설정하고 거기에 대한 가격보전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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