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식’ 귀농교육의 위험성

  • 입력 2019.08.04 18:00
  • 수정 2019.08.04 21:52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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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손대는 사업마다 성공하는 사람에게 ‘미다스의 손’이란 별명이 붙는다. 이를 빗대 손대는 사업마다 손해를 보면 ‘마이너스의 손’이라 부르기도 한다. 최근 양봉업의 현실을 보면 '마이너스의 손'이란 일단 유행을 타는 축종이다 싶으면 추천하고 보는 ‘묻지마식’ 귀농교육을 일컫는 말이 아닌가 싶다.

양봉업은 타 축산업과 비교해 소자본으로 시작이 가능하며 경영비가 적고 자본 회수가 빠른 장점이 있다. 이에 일선 귀농교육 현장에선 최근년간 양봉업을 예비귀농인들에게 많이 권장했다. 감소추세였던 양봉농가 수는 2013년 1만9,903호에서 2017년 2만4,691호로 늘어났다. 꿀벌 수도 늘어나 동기간 꿀벌 봉군수는 176만 봉군에서 239만 봉군으로 급증했다.

그런데 불어나는 덩치에 비해 양봉업의 기반이라 할 수 있는 밀원은 늘어나지 않았다. 꿀이 부족하다보니 벌에게 설탕을 먹여 생산한 사양꿀이 늘어나 벌꿀시장을 교란한다. 최근 이상기후로 아까시나무의 개화시기가 변동하고 개화율이 떨어지자 결국 벌꿀시장은 위기에 빠지고 말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한국양봉협회 자료를 토대로 양봉농가소득추이를 조사한 결과, 꿀벌 100군당 조수입은 2017년 6,466만원에서 2018년 4,002만원으로 38.1%나 감소했다. 생산비를 뺀 순소득은 2017년 2,692만원에서 2018년 208만원으로 무려 90% 이상 추락했다. 특히 양봉업을 갓 시작한 귀농인들은 얼마나 큰 어려움에 처했을지 가늠이 안 된다.

염소도 사정이 비슷하다. 염소 엑기스가 유행을 타며 귀농교육 현장에선 염소가 유행한 적이 있다. 산지생태축산에 적합한 축종으로 관계기관들도 홍보에 열을 올렸다. 지금 엑기스 유행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엔 모아둔 자금을 다 까먹은 귀농한 염소농가들만 남았다.

농사를 도박처럼 인식하고 유행을 쫓는데 매몰된 ‘묻지마식’ 귀농교육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그러려면 농림축산식품부부터 올바른 귀농정책의 방향을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수치로 표현되는 단기성과에 집착할 게 아니라 단 1명이 귀농할지라도 농촌에서 농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이 우선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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