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인증을 동료농민이?

해외의 자주인증 사례

  • 입력 2019.08.04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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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국제유기농업운동연맹(IFOAM, 아이폼) 누리집엔 지도가 있다. 세계 각국에서 참여형 인증제도(PGS, 자주인증)에 동참한 조직들을 소개하는 지도다(https://pgs.ifoam.bio/pgs_groups/map). 특히 라틴아메리카와 동남아시아, 인도 등으로 지도 위치를 옮겨보면 자주인증 참여 조직들이 빼곡하게 지도를 채우는 걸 확인하게 된다.

이처럼 세계 각국에서 자주인증을 통해 친환경농업을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프랑스와 브라질의 자주인증 참여 사례를 보면서, 향후 우리는 자주인증을 어떻게 친환경농업 발전에 적용할지 고민해 보자.

토마토 재배법 논의하는 농민·점검원

프랑스의 유기농업운동단체 ‘자연과 진보(Nature et Progres)’는 1964년 창립해 1965년부터 세계 최초로 자주인증을 시도한 조직이다. 이곳의 자주인증은 유럽의 유기농 인증제도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시작됐다. 유병덕 이시도르지속가능연구소 소장은 최근 국내에 ‘자연과 진보’의 자주인증 사례를 소개한 바 있다. 아래는 그 내용이다.

남프랑스 가르(Gard) 주 몽클루(Montclus)의 농민 노배 뱅상(Novis Vincent) 씨가 두 명의 점검원과 함께 자신이 재배하는 토마토를 점검한다. 점검원 중 한 명은 뱅상 씨와 같은 유기농민이며, 다른 한 명은 소비자다. 한쪽 밭의 토마토는 바이러스에 감염돼 말라죽어가던 반면, 다른 밭의 토마토는 잘 자라고 있었다. 점검원들과 뱅상 씨는 토의를 시작했다. 뱅상 씨는 잘 자란 토마토가 토질이 좋아 잘 자란다고 설명했다. 점검원들이 흙을 함께 만져본다. 농민 점검원이 “이 밭의 흙은 점토질이 풍부하고 부드러워 작물이 건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뱅상 씨는 말라죽은 토마토의 줄기를 칼로 잘라 가지고 왔다. 함께 바이러스의 증상을 점검하며 좋은 방법이 없을지 의견을 교환했다. 이는 기존의 제3자 인증에선 보기 힘든 광경이다. 자연과 진보는 반드시 동종 품목, 또는 유사품목을 재배하는 농민을 점검원으로 파견한다.

자연과 진보 점검원들은 연 1회 점검을 위한 훈련을 받는다. 신규 점검원은 1~2년 동안 경험 많고 노련한 점검원과 동행하며 도제 기간을 가진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참여하며, 점검 수준은 제3자 심사원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 이들에게 인증 받은 900여명의 농민 중 절반은 자연과 진보의 인증마크만으로도 시장 유통이 가능하다. 프랑스 국가인증제도는 이와 같은 민간의 인증활동을 억제하지 않는다.

뱅상 씨와 두 점검원은 함께 점검보고서를 작성했다. 셋이 내내 토의하며 검토목록을 하나씩 보며 보고서를 기록했다. 세 사람은 △가공시설에서 사용하는 세제를 친환경 물질로 바꿔 수질을 보호할 것 △뱅상 씨가 퇴비 제조 시 사용하는 가축분을 제공하는 염소농장이 공장식 농장인지 확인할 것 등을 ‘합의’했다. 자연과 진보의 자주인증은 이같은 참여형 인증의 원형을 보여준다.

국제유기농업운동연맹(IFOAM) 누리집에 실려 있는 세계 각국의 참여형 인증(PGS) 참여농가 수 통계가 담긴 지도(좌측 하단 수치 단위 : 명). 짙은 빨간색일수록 참여인증 참가 농민이 많음을 뜻한다. 출처 : 국제유기농업운동연맹 누리집
국제유기농업운동연맹(IFOAM) 누리집에 실려 있는 세계 각국의 참여형 인증(PGS) 참여농가 수 통계가 담긴 지도(좌측 하단 수치 단위 : 명). 짙은 빨간색일수록 참여인증 참가 농민이 많음을 뜻한다. 출처 : 국제유기농업운동연맹 누리집

국가가 공인하는 자주인증

위에 언급한 아이폼의 ‘자주인증 지도’에서 브라질을 찾아보자. 녹색 표시가 가득하다. 이는 지방정부에 의해 자주인증을 인정받은 생산자 조직 및 유기농업 관련 단체들이 많다는 뜻이다.

‘헤데 에코비다(Rede Ecovida)’는 브라질 남부의 유기농민 및 소비자, 민간단체들을 엮는 유기농 네트워크 단체다. 파라나, 산타카타리나, 히우그란지 두 술 등 브라질 남부 3개 주(이 3개 주를 합친 면적은 한반도 면적의 3배에 가까운 60만㎢에 달한다)에 걸쳐 형성된 헤데 에코비다의 광범위한 네트워크는 각 지역별 단위조직들을 통해 움직인다.

지역단위조직 구성원들은 같은 조직 내 농민들을 서로 점검하기 위해 방문한다. 해당 조직은 다른 지역단위조직의 농민들을 방문한다. 끊임없이 농민들 간의 상호교류가 이뤄진다. 이같은 ‘동료평가’ 과정은 헤데 에코비다가 수행하는 자주인증의 핵심이다.

지역단위조직 내엔 동료평가와 인증을 수행하는 심의위원회가 있다. 그들은 최소 1년에 1회 이상 점검활동을 수행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생산자들이 직면하는 어려움에 대해 ‘지원활동’을 벌인다. 정교한 조직체계 내에서 농민 간에 서로 점검하고 지원하는 것이 헤데 에코비다 활동의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농민들은 사라져가는 농업관련 전통지식 및 토종작물 복원을 위해 노력한다.

네트워크 내의 28개 지역단위조직은 인증 관련 정보가 처리될 수 있도록 서류를 헤데 에코비다 사무실로 보낸다. 인증 관련 정보는 데이터베이스화해 체계적으로 관리되며, 인증 정보는 농림부로 넘어간다. 브라질 법 체계는 이러한 자주인증을 국가주도 제3자 인증과 같은 수준으로 인정함에 따라, 브라질 농림부는 자주인증 참여 농민들의 유기농산물 품질을 공인한다.

브라질의 국가 주도 제3자 인증 하에서도 1년에 한 번 전문가들이 농장을 방문해 포도 잎사귀 하나와 흙 한 줌을 가져가곤 1년 내내 다시 찾아오지 않는다. 이러한 결과 중심 제3자 인증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자, 1998년 결성된 헤데 에코비다는 유기농업 네트워크를 구축해, 자주인증을 비롯한 각종 활동을 벌여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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