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시작된 ‘농민수당’ 때리기 … “구시대적 여론몰이” 비판 일어
결국 시작된 ‘농민수당’ 때리기 … “구시대적 여론몰이” 비판 일어
  • 한우준 기자
  • 승인 2019.08.04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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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경제지들, 지자체 농민수당 확산세에 ‘퍼주기’ 맹공
여실히 드러난 낮은 농업이해도 … 농민 열망은 외면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보수경제지를 중심으로 농민수당을 깎아내리려는 의도적 기사가 확산되자 구시대적 여론몰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16일 충북 단양군 단양군청 앞에서 열린 ‘지역농정 혁신! 농민수당 쟁취! 7.16 충북농민대회’에 참석한 농민들이 시내 행진을 시작하기 전 ‘농민수당 쟁취’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농민들 사이에서 ‘새로운 농정’이라고 일컫는 농민수당의 확산세가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다. 협치를 통해 자체적으로 농민수당 도입에 뛰어든 기초지자체들이 늘어나고 있는 한편 전남에선 도 단위 농민수당을 추진하기 위한 주민조례 청구가 큰 호응 속에 성사됐고, 충남과 충북의 농민들도 조례 청구를 위한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그런데 농촌사회가 이 새로운 농정의 태동으로 시끌벅적해지자, 한쪽에선 농민수당에 대한 거센 공세가 시작됐다. 지난달 말 전남 농민들의 조례제정 청구 운동이 성공하면서 광역지자체들의 농민수당 도입이 가시화되자 <한국경제>, <매일경제> 등 주요 경제지는 일제히 농민수당을 비판하는 기사와 사설을 묶어 내보냈다. ‘지자체 퍼주기 경쟁 어디까지’, ‘남미식 복지 퍼주기에 빠진 지자체’ 등 이들이 그동안 농업 분야 직불금을 설명할 때 단골로 쓰이던 표현들이 고스란히 담겼다.

해당 기사들은 농민수당을 ‘복지정책’으로 간주하고 작성됐다. 근본에서부터 큰 오류가 있는 셈이다. <한국경제> 지난달 28일자 기사 ‘청년수당도 모자라 농민수당…지자체 ‘퍼주기 경쟁' 어디까지’는 “농민수당은 농민이라면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현금성 복지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저소득층, 사회적 약자를 지원한다’는 복지 원칙이 아동수당에 이어 또 한 번 깨진 것이다”라고 썼다.

반면 이것이 애초 빈곤층을 위한 국가 복지정책이 아닌 농민들을 위한 ‘농업정책’이며, 국가연구기관에 의해 입증·책정된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보상받는 것을 목표로 농민들에 의해 추진됐다는 점은 기사에서 아예 언급되지 않았다. 또한 농민수당은 영농활동을 수령 조건으로 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직불금에 가깝고, 더 나아가 지급의 기준이 면적이 아닌 농가 단위라는 점에서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공익형직불제’의 초기 모형으로 볼 수 있다. 단순히 특정 계층에 현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복지정책으로 규정해야 한다면, 현재 농정의 영역에서 시행하고 있는 농업직접지불금 역시 보건복지부 장관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모순이 생긴다.

박형대 전남농민수당조례 추진위 공동대표(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는 “농업·농촌에 대한 개념이 없으니 농민수당이 농민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고, 결국 돈만 생각하니 그런 기사가 나온 것 같다”라며 “있는 사람들에게 투자하고 그 투자를 통해 일자리가 생기면 서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구시대적인 생각에만 갇혀 있다. 이런 ‘모두를 위한 정책’에는 본능적인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 같은데 일종의 피해의식이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농민수당은 ‘농민’이라는 특정계층을 위한 정책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 농가소득이 도시근로자가구 소득의 60% 수준까지 떨어지며 농민들의 구매력은 지속적으로 감소했고, 이는 지방소멸 및 지역경제 몰락의 한 축으로 지적돼왔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강진군에서는 농민수당이 실시되기 이전부터 이미 ‘경영안정자금’이라는 이름으로 거의 유사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었는데, 농가당 연간 70만원을 지급하면서 그중 절반은 군내에서만 사용 가능한 지역화폐로 내줬다. 농업 종사자가 아닌 군민들도 찬성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고, 결국 강진군의 경영안정자금 사업은 지역농정의 모범사례로 정착했다. 이후 시행 되는 각지의 농민수당들이 비슷한 형태로 진행되는 이유다.

한편 <한국경제>는 농촌을 기반으로 하는 지자체들의 낮은 재정자립도를 문제 삼고 ‘지자체 파산제’까지 거론했다. 농민수당 확산 과정 초기부터 도입 모델을 연구해 왔던 박경철 충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우리나라 농촌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낮을 수밖에 없는 구조로, 재정자립도에 따라 정책 시행유무를 가른다면 그것은 또 다른 차별”이라며 “1ha 미만의 소농들이 전체의 70%가 넘는데 이분들은 그동안 농민층 안에서도 별로 혜택을 받지 못했지만 그래도 지역을 지켜왔다. 지자체의 각종 선심성 예산을 줄이고 농업예산 안에서도 특혜성 농업예산을 찾아 조정하면 농민수당은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라고 정리했다. 또 “갈수록 여러 가지 분야에서 도시와 지역 사이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농민수당은 오히려 예산을 공정하고 공평하게 사용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볼 수 있으며 제2의 균형발전 정책이라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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