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종우(太宗雨)

  • 입력 2008.06.23 11:21
  • 기자명 한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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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도숙 의장
찔레꽃이 필 무렵인 오월말부터 장마 시작하기 전까지는 가뭄이 심하게 든다. 태종이 임종을 맞이할 때 역시 가뭄이 심하여 백성의 고통이 여간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여 태종은 기우제를 지내는 등 백방으로 민심을 수습하였는데 백성들의 원성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았다고 한다.

태종이 임종을 맞아서 말하기를 “내가 죽어 서라도 비가 오게 하겠다” 하였는데, 그 뒤 기일마다 비가 왔다고 한다. 이 비를 태종우(太宗雨)라 하였다고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5월조는 전한다.

하지를 전후하여 모내기를 해야하는 상황에서 유월달의 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비를 기대하는 백성들의 소망을 이뤄주고자 했던 임금의 애민정신이 하늘을 감동시켜 비를 내리게 했다는 것은 그냥 옛이야기로 치부하기엔 오늘을 보는 시점에서 숙연함과 갑갑함이 함께 한다.

우선 이명박 대통령의 우이독경, 마이동풍하는 모습이 갑갑하다. 어제(19일)는 엄숙한 분위기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였으나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받아들이는 모습이 아니었다.

봉건시절 임금도 백성의 목소리를 무섭고 두렵게 여겨 스스로 장작더미에 올라 불을 지피는 기우제를 지냈거늘, 모든 권리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민주주의 시대에 국민여론을 무시하고 꼼수로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은 다시 한번 국민을 속이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민간 자율규제 방식이나. 그것도 몇 개월 간 한다는 것을 누가 받아들이겠나. 국민이 반대하면 안하겠다는 모든 정책에 흐릿하게 물을 타서 여론을 돌려 세우려는 것은 정도(正道)가 될 수 없다.

장마가 시작되는 시점이 하지(夏至)이다. 그 하지쯤엔 당연히 비가 온다. 그것을 태종우라고하여 백성을 현혹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백성의 고통을 나눌 줄 아는 통치자가 되라는 민초들의 희망을 의미한 것이다.

국민을 설득의 대상으로 삼아선 안된다. 하늘이 감동할 수 있는 진정성으로 국민을 섬긴다면 萬事兄通이아니라 萬事亨通이 될 것이다.

 〈한도숙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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