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집중·기업진출, 독과점 타파가 해법

직접적 매매제한 사실상 어려워
독과점 타파로 간접해결 노려야
자본 쥔 도매법인 저항이 장벽

  • 입력 2019.08.04 18:00
  • 수정 2019.08.07 10:18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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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도매법인 주식 매매를 직접적으로 규제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농안법을 개정해 개설자나 농식품부에 심사·승인 권한을 부여하는 방법이 있지만 상당한 논란이 예상될뿐더러 실현된다 해도 상법과의 충돌이 불가피하다. 때문에 도매법인 매매 문제는 간접적 방법으로 그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도매법인 자본집중·기업진출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독과점 구조다. 중앙도매시장 및 대규모 지방도매시장엔 항시 상당한 양의 농산물이 몰려드는 구조며 대부분 경매가 의무화돼 있다. 상장수수료를 받는 도매법인은 특별한 노력 없이도 안정적 수익을 유지할 수 있다. 애당초 공익의 발현이 쉽지 않은 구조인데다 불어가는 자본이 기업들의 손길을 부르고, 기업에 장악된 도매법인은 다시 공익과는 점점 더 멀어진다.

즉, 간접규제의 핵심은 독과점 타파에 있다. 경쟁주체를 늘려 제한된 경쟁을 활성화하면 맹목적 이윤추구에 제동이 걸리고 산지와 소비지로의 환원활동에 불이 붙게 된다. 특정 주체에의 자금 축적은 조금씩 완화되고 그렇게 되면 기업들의 관심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공사)의 가락시장 거래제도 다변화 시도는 도매시장 대외경쟁력 강화와 출하자 선택권 확대를 위한 것이지만 이같은 모순적 자본구조 청산에도 중요한 해법이 된다. 공사는 경매제의 보완재로 시장도매인제 도입과 상장예외품목 확대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최근엔 중도매인 정가·수의매매 및 도매법인 제3자판매 허용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쉽게 말해 수집주체인 도매법인에게 분산을, 분산주체인 중도매인에게 수집을 허용해 상호 경쟁을 유도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기득권인 도매법인의 이권을 제한하게 되는 만큼 만만찮은 저항에 직면해 있다. 무엇보다도 도매법인들은 안정적 영업이익을 바탕으로 막대한 자본을 손에 쥐고 있다. 공사의 각종 제재조치에 국내 최대 로펌들을 고용하며 매우 적극적으로 법적 대응을 하고 있다.

도매법인들이 특정 농민단체에 편중된 기부활동을 하고 도매법인협회 부회장 자리에 농식품부 국·과장급 인사가 대물림되고 있는 것 또한 주지의 사실이다. 해당 농민단체들이 도매법인들과 입장표명을 같이하고, 농식품부가 공사의 행보에 비협조적인 것을 우연으로 치부할 수 없다는 인식들이 이미 유통업계 전반에 팽배하다.

도매시장엔 누가 봐도 문제를 느낄 수 있는 모순적 자본축적 구조가 존재한다. 더욱이 자본은 기업을 부르고, 기업은 농민을 제대로 바라보기 힘들다. 공영도매시장의 정체성은 그렇게 흐려진다.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없는 건 아니지만, 자본주의 시장에서 자본이라는 칼자루를 쥐고 있는 건 도매법인 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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