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내 모습

  • 입력 2019.08.04 18:00
  • 기자명 송인숙(강원 강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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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숙(강원 강릉)
송인숙(강원 강릉)

외출을 준비한다. 옷장을 열어 보지만 내게 어울리는 옷을 쉽게 찾을 수가 없다. 검게 그을린 얼굴 그리고 자주 옷 구입을 하지 않는 나는 그냥 최근에 선물 받은 옷을 입고 외출을 준비한다.

거울로 얼굴을 보니 저번에 봤을 때 보다 훨씬 많이 탔다. 그래도 올해는 딸아이가 피부암을 걱정하면서 사준 선크림을 나름대로 열심히 발랐지만 바쁜 시간 속에서 잊어 먹고 안 바르기 일쑤였다. 그 사이 얼굴은 검게 탔고 팔과 다리도 검게 그을려 있다.

얼마 전 그동안 묶었던 머리를 짧게 잘랐다. 나이가 들어서 머리를 묶으니 머리카락이 너무 많이 빠져서 머릴 잘랐다. 머리를 자르던 날 동네 미용실을 가니 지인이 파마를 하고 있다. 이제 나도 더 시간이 지나면 숱이 없어진 머리를 보충하고자 곱슬 파마를 해야 할 것이다.

기미가 많이 끼어 있는 지인은 얼굴에 하얀 파운데이션을 바르고 있다. 나도 내 피부에 맞는 톤의 파운데이션을 구입했다고 생각했으나 겨울에는 색이 맞는 듯 했지만 여름이 되면서 얼굴색이 검어지면서 파운데이션은 얼굴색과 따로 노는 느낌이다.

겨울에 어울리던 립스틱은 검은 얼굴에 더욱 짙게 표현이 된다. 검게 그을린 얼굴을 조금이나마 가릴 수 있다는 것이 조금이나마 내게 위로가 되는 일인가 생각이 든다.

바쁘게 돌아가는 농사일이 주업이다 보니 짬짬이 시간이 나는 데로 하는 집안의 밥하는 일 빨래하는 일 청소하는 일은 부업일 뿐이다. 바쁜 생활 속에 나를 위해서 할당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없다. 그런 시간이 있으면 잠을 자고 싶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제는 좀 꾸미라는 소리를 듣는다.

처음 귀농을 했을 땐 화장을 하지 않았다. 검은 얼굴 그대로 작업복 그대로 일을 보러 다니곤 했다. 그런데 내게 돌아온 것은 무시였다. 무슨 일을 보러 가도 이상하게 쳐다보는 것이었다. 시골에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무시의 대상인데 거기에 남루한 옷차림은 나를 더욱더 힘들게 했다.

겉에 입고 있는 옷이 무슨 대수냐고 하면서도 외모를 기준으로 무시 당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아이들이 학교에 다닐 때 우리 엄마 이쁜데 조금 이쁘게 하고 오시면 좋아요 하던 큰아이의 말이 생각난다.

이제 내면도 신경을 써야겠지만 외면도 신경을 써야겠다. 미스고추대회에서 아가씨를 뽑는 게 아니라 일을 열심히 하는 여성농민을 뽑아서 아줌마로써 자긍심을 갖고서 살고 싶다. 열심히 일하는 중년의 아름다움을 표출할 수 있다면 그것이 내가 바라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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