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헌의 통일농업] 남북농업협력 구상의 엇박자

  • 입력 2019.08.04 18:00
  • 기자명 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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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헌((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남북농업협력 구상에 남북 간에 엇박자가 있는 듯하다. 인도적 대북지원을 기반으로 긴급복구와 개발협력을 단계적으로 진전시켜 나간다는 우리의 구상과는 달리 북한은 농업 인프라 확충과 함께 경제협력에 초점을 맞추는 양상이다.

북한은 2016년 7차 당대회 당시 채택한 ‘당중앙위원회 사업총화결정서’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3대 추진 과제의 하나로 농업부문의 구상을 밝힌 적이 있다. 당시 북한은 농업부문에서 농업기계화율 70% 달성과 함께 품종 및 축종 개량, 유기농업 장려 등의 방침을 강조했다. 이에 앞서 지난 2014년에는 대외경제개발구를 25개 지정하면서 농업중심의 개발구를 포함해 밝힌 적이 있다.

북한이 향후 경제건설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농업 구조 개선이 필요할 것이다. 경제개발구를 촉진하는데 필요한 산업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대단위 농업개발구를 조성해 대외교역이 가능토록 하고, 이와 연계해 전후방산업까지 유치하려고 할 것이다. 또 품종개량과 농업기계화를 통한 농업생산의 안정성을 꾀하는 노력도 병행할 것이다. 유기농업을 확대해 수출·식품·관광산업 등을 연계하려는 구상도 있을 수 있겠다.

우리 정부의 ‘신한반도체제’ 또는 ‘한반도신경제지도 구상’은 북한의 구상과 맞닿아 있다. 평화경제를 통해 한국경제를 대륙으로 연결하고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는 우리 정부의 구상과 북한의 경제개발 구상이 일맥상통하는 셈이다. 남북 간의 농업협력구상에 있어서도 이러한 전략적 접근이 모색돼야 할 시점이다.

그동안 우리가 진단하던 북한의 농업은 영농물자의 부족과 농업기술의 정체, 취약한 영농기반, 잦은 자연재해, 그리고 동기부여가 낮은 관리방식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상태였다. 김정은 시대의 북한농업은 비료·농약 등 영농물자의 수급 개선과 함께 ‘포전담당 생산책임제’를 도입하고 분조단위를 축소하는 등 관리방식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과학적 농업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산업적인 측면의 경쟁력과 재해에 대한 복원력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북한이 여러 경로를 통해 내비친 농업협력의 우선 분야는 대단위 개발 또는 첨단기술 영역이다. 농기계·종자·비료·식품·에너지 등 전후방산업의 진출도 희망하고 있다. 스마트농업도 포함하고 있다. 대북 인도적 지원단체의 기존 협력사례와는 차이가 있다. 이전과는 다른 대북 협력프로그램과 추진체계가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남북 간의 농업협력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이제 인도적 지원과 개발협력, 그리고 경제협력을 통합적으로 구상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중앙정부 지방정부 민간지원단체, 그리고 기업 등이 함께 참여하는 추진체계가 필요하다. 협력거점은 북한의 경제개발구를 중심으로 전개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철도·도로·에너지·산림 등 정부가 추진하는 대형 인프라 협력과도 연계돼야 하겠다. 남북 간의 중장기 농업협력프로그램을 함께 구상하는 남북협의체가 매우 필요한 시점이다.

향후 북한은 북미 간의 협상을 통해 경제건설에 집중할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을 확보하는데 집중할 것이다. 체제보장 또는 제재완화를 요구하는 북한의 태도 역시 경제건설 집중노선으로 귀결되는 셈이다. 북한은 그동안 북미협상을 지연시키거나 초점을 흐리게 하는 국내외 정세에 대해서는 거칠고 도발적인 외교적 군사적 대응을 멈추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교착상태에 놓여 있던 남북미관계가 판문점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돌파구가 마련되고 있다. 북미 간에는 쟁점사안을 타결할 실무단을 구성키로 합의했고, 남북 간에는 북미협상을 촉진할 제재예외 조항이 긍정적으로 검토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최근 첨단미사일을 잇따라 시험 발사했다. 비핵화 국면에서도 핵을 대신할 수 있는 대체무력을 시위한 셈이다. 군사적 압박수단의 한계를 보여 준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한반도 평화체제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농업협력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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