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조정제, 마늘·양파 공급과잉 심화시켰다

논 타작물 재배 참여 ‘마늘 2.4%·양파 1.4%’ 비중 점해
평년보다 재배면적 늘었는데 농식품부 “관련 없다” 강조

  • 입력 2019.07.21 18:00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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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충남 서산시 농민인 박우열씨는 지난해 부석면에 있는 논 1.65㏊(5,000평)를 논 타작물 재배지원사업(생산조정제)에 포함시켰다. 전작은 양파, 후작은 감자를 심기로 계획을 세웠는데 생산과잉 문제로 걱정이다. 박씨는 “지역농협에서 양파를 ㎏당 400원에 수매한다는데 감모율을 따지면 300원대로 봐야 한다. 그러나 ㎏당 200원대를 부르는 밭떼기 상인들보단 나은거다”라며 “계약재배에 묶여 후작으로 감자를 심긴 했는데 가격이 좋지 않은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지역에선 생산조정제가 마늘, 양파, 감자 등의 가격하락을 부추기는 게 아니냐는 말이 많다”고 덧붙였다.

마늘, 양파 등 일부 채소작물의 가격폭락이 불거지면서 생산조정제를 둘러싼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마늘·양파 공급 과잉과 생산조정제는 관련이 없다며 진화에 급급한 모습이다.

지난해 생산조정제에 참여한 논 면적은 3만 1,000㏊ 정도다. 김태흠 자유한국당 의원이 농식품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 중 논 마늘재배는 661.3㏊로 전체 마늘 재배면적의 2.4%를 차지했으며 논 양파재배는 301.6㏊로 전체 양파 재배면적의 1.4%를 점했다. 김 의원은 “마늘·양파 파동은 농식품부의 정책실패가 만든 인재”라며 “생산농가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책을 시급히 마련하고 생산조정제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 농민들도 생산조정제에 대한 불안을 숨기지 않았다. 서산시 부석면에서 농사짓는 서영원씨는 간척지 논 5,000평을 생산조정제에 참여시키고 지난해 가을 난지형 마늘을 심었다. 서씨는 “지역농협과 계약재배로 마늘을 내기로 했는데 작황이 월등히 좋은 편은 아니었다. 2만 5,000㎏ 물량이었는데 1만6,000톤 밖에 내지 못했다”라며 “조합에서 규격별로 ㎏당 1,800원부터 800원까지 수매가를 매겼는데 평균을 내면 ㎏당 1,500원 수준이다. 작업비 등을 계산하면 평당 7,500원 밖에 안 돼 생산비도 안 나왔다”고 혀를 찼다.

간척지협의회장이기도 한 서씨는 “(생산조정제가)쌀값은 안정됐는지 몰라도 소득이 나와야할 밭작물에서 밑지고 있으니 큰일이다. 농민들에게 마늘도 없는데 이제야 정부에서 수매를 한다니 어떻게 하냐”고 탄식했다. 그러면서 “콩을 심으려 했는데 콩도 들어갔다니 손을 놓고 있다. 양배추를 심을까 하는데 후작을 들어가기엔 때가 늦었다. 앞으로 농사를 어떻게 지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 지역 간척지에서만 총 20만평 중 14만평에 마늘을 심었다고 한다. 생산조정제에 대규모로 참여했다는 소식에 이개호 농식품부 장관, 김병원 농협중앙회장도 다녀가며 지하수도 새로 파 처음 논에서 마늘 농사를 지은 것이다. 그러나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폭락에 “차라리 벼를 심었으면 밑지진 않았을텐데”란 후회만 남은 셈이다.

농식품부는 5일과 12일에 연이어 해명·설명자료를 내면서 생산조정제가 마늘·양파 공급 과잉과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출하기준) 논 마늘 재배 면적은 134㏊, 논 양파는 1,469㏊씩 감소했으며 생산 과잉의 주 원인은 기상호조에 의한 생산량 증가에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와 비교해 전체 마늘·양파 재배면적도 각각 662㏊, 4,640㏊ 감소했다.

그러나 평년과 비교하면 전체 마늘·양파 재배면적은 늘어난 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마늘 재배면적은 평년(2만3,728㏊)과 비교해 16.7% 증가한 2만7,689㏊이다. 2015년 2만638㏊, 2016년 2만759㏊, 2017년 2만4,864㏊와 비교하면 부쩍 늘어난 수치다. 앞서 농식품부 원예산업과도 지난 5월 마늘·양파 추가 수급안정 대책을 발표하면서 마늘은 재배면적 증가가 생산량 상승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올해 양파 재배면적 역시 평년과 비교해 조생종양파는 9%, 중만생종양파는 2.2% 늘어났다. 양파 재배면적은 2015년 1만8,015㏊, 2016년 1만9.896㏊, 2017년 1만9,538㏊였다가 지난해 2만6,425㏊로 급증했다. 올해 2만1,756㏊로 지난해보다 줄었으나 여전히 2만㏊를 웃도는 상황이다.

이에 농식품부 식량산업과 관계자는 “생산조정제는 지난해부터 실시했기에 평년과 비교하는 건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농식품부가 입맛에 맞는 통계에 맞춰 생산조정제의 타작물 공급과잉 문제를 애써 모른척한다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려운 대목이다. 작황도 마늘·양파 공급과잉에 영향을 미쳤겠지만 생산조정제가 공급과잉을 더 심화시켰을 가능성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논 콩은 정부가 생산조정제에 참여한 물량은 전량수매할 것이며 타작물 재배 현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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