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풍년의 역설
[농민칼럼] 풍년의 역설
  • 강선희(경남 합천)
  • 승인 2019.07.21 1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선희(경남 합천)
강선희(경남 합천)

겨울 날씨가 따뜻해 양파와 마늘, 보리가 풍년이 들어 가격이 폭락했다고 정부와 언론이 연일 떠들고 있다. 농사는 하늘이 90%를 짓는다 하니 정말 하늘 탓인가? ‘농민팔자가 그렇지’라고 그냥 받아들이기엔 억울하고 또 억울하다.

정부 생긴 이래로 가장 많은 예산을 쏟아부었다는 양파를 들여다보자. 양파재배 전체 면적은 작년보다 17%나 줄었다. 정부에서도 적정 면적이 심어졌다고 한다. 물론 겨울 날씨가 따뜻했고 적당히 비도 왔다. 그래서 양파가 풍년이 됐다. 양파농민들은 따뜻한 겨울의 끝자락에서 양파가 과잉생산될 것이라 내다보고 양파주산지를 중심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3월에는 과잉 생산되는 만큼 면적을 사전에 정리해야 된다고, 그래야만 적은 비용으로 출하시기에 양파가격을 잡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함평에서 무안에서 창녕에서 함양에서 합천에서 농민들이 모였다. “지역별로 정부랑 대책을 논의할 것이 아니라 조직적으로 대응하자”, “혼자는 힘이 없지만 여럿이 함께 하면 양파값을 조금이라도 보장받지 않을까”라며 주산지 중심으로 주체가 모였고 그 후에 전국적인 생산자조직을 만들기로 했다.

한편으로 농식품부 양파담당자를 만나 수급대책을 마련하자고 제안했고 전남과 경남 단수조사 생산지 간담회에서 “하루라도 빨리 사전면적조절(산지폐기)을 해야 된다”, “정부가 선제적으로 초과물량에 대한 수매 발표를 해야만 한다”고, 그래야만 양파가격 폭락을 막을 수 있다고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하지만 정부는 현장농민들의 소리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통계청 조사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자고 하면서 양파수급조절의 골든타임을 놓쳤다. 산지폐기 이후 날씨가 좋지 않거나 병해충으로 양파생산량이 줄어들게 되면 공급량이 부족하게 되고 그러면 소비자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이유로 산지폐기는 무작정 연기됐고 초과 생산량 통계마저 틀리면서 양파가격은 5월초에 이미 폭락 조짐이 보였다.

5월 중순에 발표된 산지폐기 정부발표는 현장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아니, 그나마 들어오던 포전거래마저 중단됐다. 상인들은 양파값이 더 폭락하리라 보고 아예 뒷짐 지고 양파가격이 완전 바닥이 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6월 양파수확기에 접어들며 농민들은 애간장이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농식품부에서는 양파 20kg 한 망에 8,000원선은 지키겠다고 큰소리치며 두번째 대책을 내놓았다. 시장은 정부의 8,000원 약속을 비웃듯이 다시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제 주산지 농협들도 양파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작년 파종기에 양파농가랑 9,000원에 계약을 하고 선도금을 지급했던 주산지 농협은 수확기 양파가격을 결정해야 하는데 어느 농협도 섣불리 양파가격을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양파를 수확하고 양파주산지 농로는 양파로 가득 찼고 농협 창고마다 갈 곳 없는 양파들로 넘쳐나게 됐다. 곧 장마가 올 텐데 그러면 양파가 썩기 시작할 것이고 농민들은 20kg 한 망에 3,000원~4,000원씩 울면서 상인들에게 팔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내몰렸다.

양파 20kg 한 망 생산시 최소생산비(자신의 인건비를 뺀)가 1만원은 되는데 3,000원에 팔다니 왜 이리 됐을까? 내가 뭘 잘못했나? 양파농사를 짓는 게 아닌데? 내 탓을 하기에는 너무나도 억울했다. 열심히 농사지은 죄 밖에 없는데….

정부의 세번째 대책이 나왔다. 시장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했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양파 값은 20kg 한 망당 1,000원 이상이 떨어졌다. 정부는 500억원을 들여 양파 12만톤을 시장으로부터 격리했다고 한다.

기가 찬다. 더 이상 농산물 가격과 수급정책을 중앙정부와 유통업자에게 맡길 수는 없다. 주산지 지방정부와 농협, 농민이 모여서 농산물 가격과 수급대책을 마련하고 예산의 자율성을 확보해야만 한다. 내년에도 새빠지게 지은 양파를 갈아엎을 수는 없다. 풍년의 역설이라는 미명 아래 수확기 농산물을 갈아엎는 농산물 가격정책의 악순환을 올해로 끝내야 한다. 생산자 조직이 만들어졌고 그 힘으로 최저가격 보장받는 안정적인 농사를 시작해야 한다. 한 사람이 꾸면 꿈이지만 여럿이 함께 꾸는 꿈이면 현실이 된다고 한다.

전국 생산자들이 최저생계비 보장받는 농사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7월 19일 전국의 마늘, 양파, 보리, 배추 생산자가 청와대로 간다. 농산물 가격 폭락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책임져라! 최저농산물 가격 보장받는 공공수급제 실시하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