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원의 농사일기 78] 강의 들을 시간이 없어요

  • 입력 2019.07.21 18:00
  • 기자명 윤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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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원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양양으로 귀농·귀촌하기 위해 2015년부터 아내와 각종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양양군에서 실시하는 귀농·귀촌교육을 시작으로 주로 농업기술센터에서 이뤄지고 있는 친환경 대학, 사과재배기술교육, 가공교육, 발효교육 등 많은 교육을 받았다.

사실 내가 이수한 교육 말고도 다양한 주제의 많은 교육이 센터에서 이뤄진다. 강소농 교육, 품목별 기술 교육, 6차산업 교육, GAP 교육, 마케팅 관련 교육, E-class 교육, 수제맥주 제조 등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런 교육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 것인지, 강사들의 수준과 내용이 적절한지 등에 대해서는 다음기회에 생각을 정리하려 한다.

아무튼 수강생들의 열기는 뜨겁다. 매번 40~50여명의 농민들이 참여한다. 이 중 80~90%의 수강생들은 귀농한 사람들이다. 귀농인이 아니면 교육프로그램도 이뤄지기 어렵다. 귀농인들은 왜 교육에 적극적일까. 새로운 정보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일까. 상대적으로 젊은 분들이 많아서일까.

이에 반해 오래된 지역 농민들의 참여율은 매우 낮은 것 같다. 돈 한푼 받지 않고 공짜로 이뤄지고 있는데도 말이다. 왜일까. 연세가 높아서일까.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의지가 없어서일까. 교육을 받아봤자 남는 것이 없다고 생각해서일까.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 있겠으나 가장 큰 요인은 교육받을 시간이 없어서 인것 같다. 교육내용에 따라 어떤 과정은 일주일에 한두 번씩 2~3주 동안 진행되지만, 또 어떤 과정은 일주일에 한 번씩 6개월 이상 열리기도 한다. 연세가 높으신 고령농민이 센터에 가서 정기적으로 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 지역에서 터 잡고 수십 년을 살아오신 농민들은 중소농이던 대농이던 바쁘게 사신다. 농사일도 많고 농사 외의 일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새해영농교육처럼 한두 번 참여하는 교육이면 모르되, 오랜 기간 정기적으로 받아야 하는 교육에 시간을 내 참여하기란 쉽지 않다.

내 이웃 부부의 경우, 50대로 젊은 분들이고 양양에서는 비교적 대농에 속하지만 중농정도 규모인 것 같다. 이들 부부는 농사일을 기본으로 온라인 판매도 하고 농가식당도 운영하고 비치마켓같은 프리마켓에 나가 가공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부인의 경우 요즘 진행되는 발효교육을 아내와 함께 받고 있는데 다른 교육은 왜 못 받으시냐고 여쭸더니 받을 시간이 없다고 하신다.

이들에 비해 귀농·귀촌한 분들이 상대적으로 젊고 시간도 많을 수밖에 없으니 교육에 참여하기도 수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교육에 참여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결정은 시간이 있고 없고 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분명히 아닐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있고 없고가 주요 판단기준이 될 수밖에 없음을 목도하기도 한다.

그래서 귀농한 분들이나 현지 농민들에 대한 교육은 시간을 정해 놓고 어디로 모여라라는 식의 프로그램 운영보다는 다양한 농민들의 여건과 시간에 맞춰 찾아가는 교육으로의 전면적인 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럴 경우 지금보다 예산이 더 필요하다고 할 것이나, 지금의 교육프로그램을 전면 재검토하고 불필요한 것은 없애면 된다. 정말 농민에게 꼭 필요한 교육과 방법이 무엇인지를 고민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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