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장 전면에 마련된 전광판에 농민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마늘 경락가가 게시됐다. 대서종 마늘 상품 1kg 1,650원. 중품과 하품은 1,300원선을 밑돌았다. 이날도 마늘 가격은 1,000원대에 머물렀다. kg당 2,300원의 정부수매가가 발표됐지만 경락가는 좀체 오를 기미가 없었다. 마늘 시세는 벽에 못 박은 것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차곡차곡 쌓인, 마늘 20kg가 담긴 붉은 망에 기대어 경락가를 지켜보던 한 농민이 주름이 도드라진 두 손으로 맨 얼굴을 쓸어내렸다. 경매장 밖으로 발길을 옮겼다. 옷을 뒤적이더니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담배 연기가 덧없이 흩어졌다. 농민은 말없이 한참을 그대로 서 있었다. 경남 창녕군 장마면에서 온 윤명효(84)씨였다.
“혹시나 해서 나왔지. 허나 역시나네. 말도 안 돼. 헐값이야, 헐값.” 그는 손사래를 쳤다. 말문이 막힌 듯 길게 말하지 않았다. 오전 11시에 시작된 경매는 얼마 못 가 중단됐다. 경락가가 너무 터무니없다는 이유였다. 이날 오전 경매는 그렇게 끝났다. 어수선한 마음에 농민들은 경매장을 쉬이 떠나지 못했다. 자식 같은 마늘더미 주위를 서성거렸다. 지난 8일 창녕농협 공판장에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