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닻을 올렸다. 현판식에 이어 최근 각 분과위원 구성을 확정하면서 마침내 농업개혁을 논의할 판이 깔린 것이다. 대통령 공약사항으로 여태껏 제자리걸음만 걸어왔던 공익형 직불제 도입 또한 추진력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농업은 개방농정과 산업화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극심한 쇠락의 늪에 빠졌다. 농가당 평균 농업소득이 연간 1,000만원에 불과한 상황에서, 직불제 개편은 농산물 가격지지와 함께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문제는 직불제가 농지 문제와 아주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는 점이다. 통계상 우리나라 농지의 50%가 임차농지지만 실제론 70%에 달하는 걸로 추정된다. 임대차 계약조차 불공정하고 불확실하게 맺어지는 경우가 많으며 직불금이 농민이 아닌 지주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다. 직불금을 뺏기는 대신 임차료를 깎을 수 있으면 차라리 좋은 지주라고 얘기하는 게 농촌의 현실이다.
직불제는 농업생산자의 소득을 국가가 직접 지지해주는 제도다. 농업생산을 담당하고 있는 것은 농민이며, 따라서 직불금은 지주가 아닌 농민에게 지급하는 것이 마땅하다. 제도개편으로 공정하고 실효성 높은 직불제가 도입된다면 더욱 그래야만 한다. 현재의 직불금 부당수령 행태에 눈감은 채 직불제 자체만을 손본다면 그것은 아무 의미도 가질 수 없다.
직불제 개편은 농지개혁과 동일한 자리에서 논의돼야 하는 문제다. ‘개편’이 아닌 ‘개혁’의 영역이다. 부재지주의 농지 소유와 농지 임대차의 맹점, 그로부터 파생되는 직불금 부당수령 문제를 해결해야만 직불제 개편은 비로소 완성된다.
1951년 이승만정부는 농지를 대대적으로 매입해 유상분배하며 농지개혁을 단행했다. 그러나 이후 수십 년 동안 헌법에 명기된 ‘경자유전’, ‘소작금지’ 원칙에도 불구하고 농지법의 비호 아래 다시금 소작제가 뿌리를 내렸다. 애석하게도 우리 농민들은 60여년 전 독재정권 시절보다도 더 비참한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지주에게 직불금을 갈취당하는 문제는 물론, 병작반수의 터무니없는 소작료를 갖다바치고 반항하면, 혹은 반항하지 않더라도 하루아침에 땅을 뺏기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시대 신라시대가 아니라 2019년 바로 오늘 농촌에서 벌어지고 있는 풍경이다.
농민들은 제2의 농지개혁을 갈망하고 있다. 이미 만연해 있는 직불금 부당수령과 소작제를 타파하고 농지를 농민에게 돌려주는 일은 최대의 공권력인 국가만이 실현할 수 있다. 농업의 근본에서부터 정의를 바로세우기 위해선 정부가 꺼내 보일 수 있는 최대한의 의지를 발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