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장관’ 필요한데 ‘관료장관’ 만지작

“적폐관료 농식품부 장관 임명 반대한다”
12개 농민단체 청와대 앞 긴급기자회견 열어

  • 입력 2019.07.14 18:00
  • 수정 2019.07.14 22:21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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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차기 장관 후보로 관료출신이 유력하다는 소식이 파다한 가운데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12 개 농민단체가 지난 10일 청와대 앞에 ‘적폐관료 농식품부 장관 임명 반대’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승호 기자
차기 장관 후보로 관료출신이 유력하다는 소식이 파다한 가운데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12 개 농민단체가 지난 10일 청와대 앞에 ‘적폐관료 농식품부 장관 임명 반대’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승호 기자

문재인정부의 거듭된 농정인사 실패에 실망하던 농민단체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하마평에 분노를 참지 못했다. 차기 장관 후보로 관료출신이 유력하다는 소식이 파다하자 12개 농민단체 연명으로 ‘적폐관료 농식품부 장관 임명 반대’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10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사진)에는 전국농민회총연맹을 비롯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가톨릭농민회, 전국배추생산자협회, (사)전국쌀생산자협회,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한국친환경농산물가공생산자협회, 환경농업단체연합회, 희망먹거리네트워크, GMO반대전국행동이 한목소리로 적폐관료 농식품부 장관 임명은 안될 말이라며 제동을 걸었다.

이날 박행덕 전농 의장은 여는 말에서 “김영록 전 장관은 전남도지사 선거로 사퇴했고 이개호 현 장관 역시 내년 총선을 위해 사퇴가 예정돼 있다. 제 역할을 못한 장관들이 농정을 맡는 동안 농산물 값은 폭락했고 농정의 변화는 그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박 의장은 또 “적폐농정 뒤에는 적폐관료가 있기 마련이다. 김영록 장관 시절 농정개혁위원회를 꾸려 도별 순회 토론회를 하는 과정에 발제문을 문제 삼은 관료들이 박근혜정부 농업말살 정책의 장본인들이다. 더구나 그 중심에 섰던 인물이 차기 농식품부 장관 유력 후보라는 말에 청와대 앞에 모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김영재 친환경농업인연합회 회장(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본위원)도 발언에 나섰다. 김 회장은 “지금 농촌의 양파밭이며 감자밭을 보면 눈물만 난다. 수년째 가격폭락이 이어져 수확과 동시에 무너지고 있다”면서 “이는 개방농정의 결과이며 우리 농업에서 희망을 찾기란 어려운 상황”이라고 실태를 전했다.

김 회장은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실패한 농정의 책임을 져야할 관료들을 차기 농정수장으로 거론했다는 말이 무성하다. 무너진 농업·농촌을 일으켜 세우려면 현장중심의 철학이 투철하고 농민들과 호흡하려는 소통능력이 최우선 돼야 한다”며 관료출신의 인사 절차 중단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12개 농민단체 연명으로 된 기자회견문 낭독으로 끝을 맺었다. 기자회견문에는 “정치인 장관이 떠난 자리에 적폐관료가 임명될 것이란 소식이 여기저기 들려온다. 농민들은 참담함과 분노를 주체할 길이 없다. 자기성찰과 반성 없는 적폐관료를 농업의 수장으로 임명하면 이것이야 말로 농업포기며 소통포기”라고 비판하며 “현장과 소통이 가능하고, 난제가 돼 버린 농업현안을 농민중심으로 풀어낼 진보적이고 혁신적인 인사로 장관을 교체하라”고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한편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은 지난 10일 “지금은 농민대통령 역을 맡을 농식품부 장관이 필요한 때”라고 단언했다. 김 전 장관은 “우리나라 농업·농촌을 망쳐놓은 사람들이 바로 관료집단이다. 현재 우리 농업은 존재감이 없고 농촌은 소멸위기에 처해 있다.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데 ‘관료’ 출신이 장관이 된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 관료들은 윗사람 말에 충실해 시키는 대로 할 뿐이고 권력에 머리를 숙인다. 영혼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데 무슨 변화를 바랄 수 있겠냐”며 “더 늦기 전에 농민 마음으로 농정을 진두지휘할 사람이 농식품부 장관에 임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원도 양양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는 “관료출신 장관 후보 얘기를 듣는 순간, 이 정권은 농업·농촌을 말아먹으려고 작정했구나 하는 생각부터 들었다”고 한마디로 설명했다. 윤 명예교수는 “농정을 망친 농정공무원에게 무슨 농정개혁을 주문할 수 있나. 최소한 연령대라도 40대, 50대 젊은 인재를 등용했으면 좋겠다”면서도 “농업계에서 탁월한 인재를 찾는 일이 쉽지 않은 것이 아쉽다”고 안타까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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