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돌 빼서 윗돌 괸 ‘논 타작물 재배사업’

타작물 생산량 증가로 가격 폭락 … “수입쌀 방치한 채 생산량 제한 안 될 일”

  • 입력 2019.07.14 18:00
  • 기자명 김희봉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김희봉 기자]

충남 당진 석문간척지에서 정부의 논 타작물 재배사업에 참여해 키운 양파가 염해를 입은 모습.
충남 당진 석문간척지에서 정부의 논 타작물 재배사업에 참여해 키운 양파가 염해를 입은 모습.

농림축산식품부의 ‘논 타작물 재배 지원사업’에 대한 충남 농민들의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

논에 벼 대신 다른 소득작물 재배를 유도해 쌀 과잉 문제에 대응하고 타작물의 식량자급률 제고를 도모하겠다는 내용의 사업인데 타작물의 생산량 증가로 가격 폭락이 발생했다는 게 농민들의 목소리다. 한 마디로 밑돌을 빼서 윗돌을 괬다는 것이다.

논에 마늘과 양파를 재배한 충남 서북부지역 농민들은 “행정의 권유로 논에 타작물을 재배하게 됐다”면서 “정부가 생산량 증가에 의한 가격 폭락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는데도 타작물의 수급대책을 세우지 않았다”고 맹성토했다. 당진시 석문간척지에서 양파를 재배하는 A모씨는 “간척지에 양파를 재배했는데 가격이 폭락한데다 염해로 생육마저 부실해 상품성이 떨어져 수확을 포기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종섭 전국쌀생산자협회 충남본부장은 “정부가 양곡 적자를 고스란히 농민에게 뒤집어씌우는 탁상행정 때문에 당진과 서산지역에서 논에 마늘과 양파재배가 늘어나 생산비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수확을 포기하는 농가도 있다”며 “특히 간척지에서 조사료 타작물 재배를 핑계로 농민들로부터 간척농지를 빼앗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공주시에서 마늘 농사를 짓는 강인식씨는 “실제 산지에서 거래되고 있는 난지형 마늘이 작년보다 최고 60%까지 하락했고 양파도 특등 1kg에 300원까지 폭락했다. 감자도 10kg 1박스에 3,000원이다. 작업비를 감안하면 최소 5,000원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씨는 또한 “논 타작물 재배 보조금은 기존 밭 재배 농민에 대한 역차별”이라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논 타작물 재배 정책으로 가격이 폭락했다는 농민들의 주장에 대해 송재원 농식품부 식량산업과 사무관은 “일부 그런 점도 있겠으나 양파 같은 경우 지난해보다 오히려 재배면적이 줄었음에도 가격이 하락한 것은 지난 겨울 날씨가 따뜻해 생육이 좋아 생산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최용혁 전농 충남도연맹 정책위원장은 “정부가 단순히 쌀 수급을 맞추려다 전체적인 수급 불안을 초래했다”며 “특히 밥쌀 수입물량은 방치한 채 국내 생산량만 제한하는 방식으로는 수급 불안을 해소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