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치인과 농협의 각별한 관계

  • 입력 2019.07.14 18:00
  • 기자명 박경철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양파와 마늘 등 농산물 가격 폭락으로 시름에 잠긴 농민들을 뒤로한 채 정치인들의 시선이 벌써부터 내년 총선만 향하고 있어 혀를 차게 한다. 무엇보다 농협의 영향력에 올라타고 싶은 이들의 모습이 속속 목격돼 가관이 아닐 수 없다.

대표적 장면은 지난 1일 열린 농협 58주년 기념식이다. 이날 행사에선 정부 훈·포장과 농협중앙회장 표창 등의 시상식이 이뤄진 만큼 수상자와 이를 축하하기 위한 행렬이 줄을 이었다. 농협이 한국 사회에서 갖는 위상도 위상이지만 지역의 주요 농민과 지역농협 조합장들이 대거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만큼 지역구를 기반으로 하는 정치인으로선 제법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행사다.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부터 황주홍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 더불어민주당 박완주·오영훈·서삼석 의원, 정운천 바른미래당 의원, 이만희 자유한국당 의원 등 농업계 주요 인사들이 이날 행사에 참석한 것도 그래서다.

무엇보다 일부 의원들의 발언에선 재보다 잿밥에 관심이 있는 이들의 속내가 엿보였다. 황 위원장의 경우 “농협이 김 회장과 더불어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고 있다”며 “임기 3~4년이 더 있어서 충분히 성과 있게 매듭지었으면 했는데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 장관은 “오늘 농업·농협 발전에 대한 공로상을 받은 수상자를 축하한다”며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지역에서 상을 받은 농민과 조합장에 대한 축하말을 건네고 싶다”고 말했다. 왜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개인의 자격으로 현직 회장의 임기에 아쉬움을 표하고, 현직 장관이 공공연하게 지역구를 챙기는지 모를 일이다.

정치인들이 농협에 대한 각별함을 드러내는 행위는 행사만이 아니라 공식석상에도 이어진다. 지난달 18일 열린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첫 회의에서도 이런 장면이 목격됐다. 이날 회의에선 농특위 특별분과로 농협 개혁 관련 분과 설치를 논의했는데 안으로 제시된 ‘바른농협’ 명칭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이 명칭을 두고 이 장관은 “‘바른’을 붙이면 지금의 농협이 꼭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건데 주관적 판단이 들어가는 명칭을 쓰는 건 옳지 못하다”고 말했다. 농협을 두둔한 것이다. 하지만 농특위 내에 농협 특별분과를 만든다는 것은 이미 농협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바른’이라는 명칭은 농협이 결정한 명칭이었다고 한다.

정치적 생명 연장에만 골몰하는 정치인들, 그리고 이들의 농협을 향한 각별함을 과연 농민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