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농축협 조합장을 만나다①] 허수종 전북 정읍 샘골농협 조합장
[지역농축협 조합장을 만나다①] 허수종 전북 정읍 샘골농협 조합장
  • 박경철 기자
  • 승인 2019.07.14 1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농협은 우리 농업 최후의 보루”
농업적 특성 살린 사업 필요 … 농협중앙회 투명성 강화해야

[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지역농축협의 현 주소를 조명하고 농협중앙회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자 지난 3월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당선된 조합장들을 만나 격주로 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

사진 한승호 기자.
사진 한승호 기자.

지난 9일 아침 전북 정읍 샘골농협 이평지점 인근 미곡종합처리장의 보리 수매 현장에서 만난 허수종(50) 전북 정읍 샘골농협 조합장은 풍년의 역설로 인해 애써 농사지은 보리를 헐값에 넘겨야 하는 농가들의 속상함을 걱정했다. 특히 올해 봄 감자부터 양파, 마늘, 보리, 곧 수확할 고추까지 전체적으로 농산물 가격이 안 좋은 상황에서 쌀값까지 흔들리면 농사꾼들이 힘들어질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1995년 고향에서 농사를 짓기 시작한 그는 농민운동을 시작하며 농협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정부와 정치권에서 농업을 포기한 가운데 농민 스스로의 조직이자 농촌 현장과 가장 밀접한 농협이 우리나라 농업의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했다는 허 조합장. 그는 지난 2015년 샘골농협 조합장이 됐고, 지난 3월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허 조합장은 개혁적 성향의 조합장 모임 정명회 총무를 맡고 있기도 하다.

- 샘골농협의 특징은 무엇인가.

샘골농협의 샘골은 ‘우물 정(井)’자에 ‘고을 읍(邑)’, 정읍의 순수 우리말이다. 정읍의 북쪽에 위치하고 있어 북정읍으로 하라는 얘기도 있었지만 샘골이 훨씬 낫다. 안 잊어버린다.

샘골농협은 2007년 2월 지역의 3개 농협이 신설합병한 전형적인 농촌형농협이다. 경제사업량은 많았지만, 신용사업이 다소 약했다. 직원들을 신용사업의 전문가로 성장시키기 위한 교육에 투자했고, 이를 통해 나온 신용사업 수익을 경제사업의 밑거름으로 삼았다.

경제사업은 대부분이 쌀 중심이었는데, 새로운 활력소가 필요했다. 소 키우는 조합원이 많은데 한우사업에서 가장 필요한 게 분뇨처리다. 이전 조합장이 계획한 가축분뇨자원화센터(퇴비공장)를 RPC(미곡종합처리장)와 똑같은 개념으로 접근해 완공했다.

또한 경제사업의 큰 방향 중 하나는 농가의 전망을 밝히는 사업이다. 조합원 3,590명 중에 70세 이상이 2,400명이다. 여성조합원은 1,500명이 넘는다.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농촌인력중개센터부터 1년 내내 운영할 계획인 육묘장, 항공방제, 수확, 산물수매까지 농가 애로사항을 푸는데 집중했다. 말 그대로 조합원은 물꼬만 관리하고 농협이 농사를 지어드리겠다는 것이다.

- 지난 3월 선거 공약도 궁금하다.

외부의 영향에도 흔들림 없는 농협을 만들기 위해 자산규모 3,000억원, 상호금융 3,000억원, 경제사업 700억원을 만들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그게 337이다.

샘골농협 규모의 농협의 경제사업은 평균적으로 200억~300억원 정도 된다. 샘골농협이 600억원 가량 했는데 올해 700억원 이상 하려고 한다. 구매사업이 한정된 상황에서 사업량을 늘릴 수 있는 건 판매사업이다. 농협이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조합원 손익구조를 올려주는 판매사업을 할 것이다. 농가소득 기반 조성에 농협이 역할을 안 하면 조합원도 등 돌린다. 지금 생각은 조합원이 생산하는 깻잎 한 장이라도 판매해주는 판매농협을 구축하려 하고 있다.

- 지역농협이 나아갈 방향은.

정해져 있다. 지역에 여러 특성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농업적 특성을 살려야 한다. 농협이 다 똑같은 사업을 하려고 한다. 신용사업이다. 신용사업도 전문성을 키우는 등 차별화시켜야 한다. 경제사업도 생산이 많은 지역은 판매를 중심으로 고민하고, 생산이 적다면 외부에서 원료를 들여오더라도 가공을 어떻게 할지 고민해야 한다. 이런 특성을 살려야 한다.

샘골농협이 농협임에도 불구하고 한우사업을 하는 이유도 그래서다. 조합원이 키우는 소가 3만두고 인근 고창군이나 부안군에서 키우는 소보다 많다. 그만큼 조합원들이 관심이 많다는 얘기다. 샘골농협은 농가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자금을 지원하는 사업을 한다.

송아지 입식부터 사료, 출하까지 농협은 자금을 대주고 농가는 자율적으로 선택한다. 그리고 원가는 환입하고 부가가치는 농가들이 가져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송아지 400만원, 사료값이 300만원이면 원가는 700만원이다. 출하한 소값이 1,000만원이면 샘골농협의 경우 출하 시까지 원가의 이자 40만원만 받는다. 출하로 인한 부가가치 260만원은 농가가 갖는 것이다.

- 도시농협과 농촌농협의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민감한 문제다. 도시농협은 자기정체성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면 얼마 못갈 수 있다. 단순히 도농상생기금 등을 출연해서 농촌농협에 무이자자금 몇 푼 지원해주는게 중요한 게 아니라 농촌농협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발전시키는데 도시농협이 어떤 역할을 할 건지 고민해야 한다는 얘기다. 뿌리가 없어지면 도시농협도 고사할 수밖에 없다.

- 농협중앙회 개혁 어떻게 생각하나.

해야 한다. 농협중앙회를 개혁하려면 무엇이 곪았는지를 알아야 하는데 알 수가 없다. 실제로 조합장 4년을 했는데 농협중앙회를 속속들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명색이 조합장인데 농협중앙회 사업이 어떤 예산으로 어떤 조직을 통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아야 하지 않나. 우리농협의 경우 한눈에 보인다. 농협중앙회가 너무 불투명하다. 개혁의 첫 단계는 조직의 단순화와 투명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