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헌의 통일농업] 북한 축산업의 중심, 세포축산기지를 주목한다

  • 입력 2019.07.14 18:00
  • 기자명 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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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헌((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북한의 ‘세포등판축산기지’가 향후 한반도 축산협력의 중요한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곳은 세계적 규모인 5만ha의 축산단지가 조성돼 있는데다 미래 축산업에 대한 북한의 구상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강원도는 이곳을 중심으로 남북 강원도 축산협력을 구상하고 있으며, 축산 업계 역시 전문가그룹을 구성해 이곳에 대한 진출가능성을 점검해 왔다.

북한이 자연대개조 또는 후천개벽의 현장으로 추겨 세우는 세포등판축산기지는 어떤 곳일까? 최근 이곳을 방문한 해외동포들의 전언과 조선중앙통신의 후속 보도에 따르면 세포등판축산기지는 당초 우리의 짐작보다 한발 앞선 현대화된 축산단지의 면모를 갖춘 것 같다. 현재 이곳에는 주민들의 집과 축사, 도축가공시설, 수의방역시설, 축산과학연구시설, 전력공급시설 등이 들어서 있다. 또 북한식 IT기술도 접목돼 있다.

북한은 지난 2012년 9월 22일 세포등판에 대규모 축산단지를 조성하기 위한 첫 삽을 뜨게 된다. 당시 북한은 이를 위해 당과 내각, 군인까지 수만 명을 건설현장에 투입키로 하고, 이를 ‘922돌격대’라고 칭했다. 모든 기업과 기관, 군부대가 참여토록 하고, 922돌격대를 전국적으로 조직해 추진해 왔다.

북한의 발표에 따르면 축산기지 건설 현장에 중장비와 트랙터를 동원했으나 겨울철에 땅이 얼어 곡괭이와 정을 이용해 수작업으로 개간했으며, 경사지에서는 온전히 수작업으로 끝냈다고 한다. 초기 하루 작업량은 한 사람 당 한 평에 불과했지만 언 땅에 정을 박아 공동으로 일궈내자 30평에 가까이 개선됐다고도 했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손가락에 물집이 잡히고 손바닥이 터져 나갔다고 한다.

세포등판이라 불리는 이곳은 150만 년 전에 화산이 분출해 남북으로 27km, 동서로 6km 조성된 화산지대였다. 부식함량이 낮고 산성이 심한데다 진흙함량이 많아 배수가 불량한 토질이다. 농사짓기는 어렵고 갈대만 무성하던 곳이었다.

북한은 이곳에 좋은 초지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토목공사 못지않게 토질개량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현지에 석회로를 200개소 이상 지어 소석회를 자체생산 했으며, 이탄을 채취하고 들풀을 베어 부식토(흙보산비료)를 생산했다고 한다. 이렇게 5년간 수백만 톤을 생산, 초지용 토질을 개량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토양개량제를 운송한 20톤 트럭을 전체 연결하면 3,000리에 달할 것”이라고도 했다.

‘세포등판축산기지 국토건설총계획’을 수립, 세계적인 축산기지를 건설하려는 구상을 구체화 한 것은 착공 이듬해인 2013년 4월. 이후 4년 연속 신년사에서 이를 언급, 이 사업을 독려해 왔다. 2017년 10월 마침내 세포축산기지가 준공됐다. 2018년 보완공사를 포함하면 5년 이상 강행된 사업이다.

지난 1967년부터 북한은 이곳에 축산단지를 조성하려는 계획을 세웠지만 정작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적이 있다. 세포축산기지는 정치적으로 선대의 유훈이 완성된 사업이라고도 할 수 있다. 또 스위스 유학시절을 거친 김정은 위원장의 관점이 반영된 국책사업으로 볼 수 있겠다. 우리에게는 김정은 시대의 축산업 방향을 엿볼 수 있는 사업이기도 하다.

북한은 ‘고리형 순환체계’ 방식의 농업을 강조하면서 축산업을 중요한 축으로 강조해 왔다. ‘인민들의 먹는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는 방식’의 일단락으로 보고 있다. 또 축산업 발전의 ‘4대 고리’로는 종축의 개량, 먹이(사료 초지)문제 해결, 과학적인 사양관리, 수의방역 대책 등을 꼽고 있다.

향후 한반도 축산협력에는 부업축산을 지원하는 방식과 함께 대단위 축산단지를 조성, 운영하는 협력이 있을 수 있다. 세포등판축산기지는 향후 축산 및 수의방역에 관한 당국 간의 정책협력이나 교역 투자 등 민간부문 경제협력을 추진하는데 있어 첫발을 들여야 할 공간이 될 수 있다. 이곳의 조성과정과 이곳에 거는 북한의 정책목표를 축산전문가들이 눈여겨 살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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