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농산물 가격 폭락이 문제인 이유

  • 입력 2019.07.14 18:00
  • 기자명 안경아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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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아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

양파 가격에 이어 마늘 가격도 폭락한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농정> 지난 7일 기사에서는 마늘 경락가격을 보도했다. 창녕과 이방 농협공판장 경매에서 대서종 마늘 경락가가 kg당 1,500~1,600원 수준으로 자가 노동비를 뺀 생산비 1,901원(통계청, 2018)보다 낮다고 보도했다. 마늘 재배면적이 지난해에 비해 2.3% 감소했는데도 불구하고 작황이 좋아 생산량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양파도 면적이 감소했는데 가격이 폭락한 것과 같다.

농산물 가격 폭락이 문제일까? 아니면 가격 신호는 시장에서 균형 가격에 도달해가는 과정인가? 그래서 정부는 개입을 최소화해야 할까? 지난 겨울 배추, 무, 대파, 양배추 등에 이어 양파, 마늘까지 계속 가격폭락이 발생한다 해도 시장의 자원배분 기능을 믿어야 할까?

역사학자인 유발 하라리는 호모데우스에서 인류의 3대 문제인 기아, 전염병, 전쟁이 더 이상 문제가 아닌 시대가 됐다고 한다. 21세기 인류의 문제는 영양실조보다 비만이기 때문이다. 2014년 21억 명 이상이 과체중인 반면, 영양실조는 8억5,000만 명에 불과하다. 2030년 인류절반이 과체중으로 예상되고, 비만으로 300만명이 죽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제 인류는 많이 먹어서 걸리는 비만이란 질병에 대응해야 하는 시대에 직면했다.

비슷한 변화가 농업에도 일어났다. 농업 흉년보다 풍년이 더 문제인 시대이다. 농업재해로 식량이 부족하면 수입량을 늘리면 된다. 농산물 무역이 자유롭고 글로벌 식품체계가 작동하는 시대에 생산량 부족 문제는 해결이 간단해졌다. 반대로 농산물 생산량이 증가하면 해결하기 쉽지 않다. 정부가 시장개입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시장격리 물량과 비축량을 늘리고 생산조정을 한다. 정부가 최소한 시장에 개입한 상태에서는 시장 가격이 쉽게 오르지 않는다. 자연 재해는 가끔 찾아오고 정부가 일부 손실을 부담하지만 농산물 가격 폭락은 더 자주 찾아오고 농업인이 감당해야 할 몫으로 남는다.

수확 초기 농산물 가격이 낮으면, 시간이 갈수록 농산물 가격은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왜냐면 낮은 농산물 가격을 상쇄하고 소득을 보전하기 위해 농업인들은 농산물 출하량을 늘리기 때문이다. 가격이 더 낮아질 것 같아 불안하므로 더 빨리 출하하고 싶어 한다. 시장에서 농산물 가격은 더 떨어진다. 급기야 시장 상인들은 시장에 물건이 시장에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 수확기에 형성된 농산물 가격에 대해 농업인들은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 출하기 농업인은 가격의 수용자일 뿐이다.

가격이 하락했다고 해서 농산물 소비량이 증가도 한계가 있다. 백종원 같은 분이야 양파 가격이 낮을 때 카라멜라이징해서 얼리는 방법을 찾아내는 반면, 일반인이 농산물 소비량을 늘리는 것은 쉽지 않다. 농업인과 소비자의 행동을 보았을 때 농산물 가격이 반등할 요인이 적다. 농산물 가격 폭락은 시장 기구에 맡겨 둔다고 자연적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상황을 좀 더 과장하면, 농산물 가격 폭락은 농업인의 심리에도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지난 겨울 양배추 가격이 폭락하자 제주지역 농가들이 자율적인 협약 하에 산지폐기에 들어갔다. 동네 중국집 주방장이 갈아 엎은 밭에 양배추 몇 알이라도 건지려고 봉고차를 끌고 오자 밭주인은 도난 신고를 해버렸단다. 평소라면 이삭줍기라고 넘어갈 일이지만 몇 개월 동안 심고 가꾼 농산물을 출하도 못하는 상황이다. 밭주인 입장에서는 도난 신고까지 해야 할 심리상태에 처한 것이다.

농산물 폭락은 농업 문제이다.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면 시장 주체들이 불안해하고 시장 기능이 잘 작동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시장 기구에도 정책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시장 기능을 정상화하기 위한 것이다.

더 나아가 농산물 가격 폭락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현상이다. 농산물 가격 안정에 기여하는 농업수입보험, 공익형 직접지불제 등 기존 정책수단을 강화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정책수단을 개발해 농산물 가격 폭락 문제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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