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처분 관리 허술 드러났다

해당 지자체 모른 채 외부서 사체 유입·처리

정부, 시군 담당자 업체 감독 여부 파악 안돼

  • 입력 2019.07.14 18:00
  • 수정 2019.07.14 22:04
  • 기자명 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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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배정은 기자]

가축전염병 발생 당시 매몰로 살처분했던 가축의 사체를 재활용하는 과정에 대한 소홀한 관리·감독이 축산농가의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

최근 경북 군위군은 살처분 가축의 사체 부산물을 처리하는 업체 문제로 떠들썩했다. 업체가 군위군에 자리를 잡은 것은 지난달이지만 지역주민들은 한 달이 돼서야 해당 업체의 존재를 알게 됐다. 해당 업체는 강원 홍천군으로부터 구제역 발생 때 매몰했던 소의 사체를 들여왔고 이를 렌더링(열처리)해 퇴비로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군위군 축산농가들은 해당 업체를 통해 질병이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위협을 느끼고 시설 철거를 강력히 요구했다.

장원수 전국한우협회 군위군지부 사무국장은 “안전성에 대한 판단은 있었겠지만 강원도에서 굳이 군위까지 옮겨야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군위는 구제역이 발생한 적 없는 청정지역이라 축산농가 입장에서는 혹시 모를 질병 발생이 우려되는 게 사실”이라며 “처리업체가 들어온 것을 군에서조차 몰랐다고 한다”고 말했다.

지역주민들과 축산농가의 반발에 해당 업체는 처리 작업을 멈추고 군위군에서 철수하겠다는 의지를 전달한 것으로 사건은 일단락됐다. 그렇다면 군위군은 정말 이 업체의 존재를 알지 못했을까.

군위군 관계자는 “살처분했던 가축의 사체를 열처리해 퇴비화하는 정부 사업이 있는 모양이더라. 관련법을 보니 인근지역으로 사체를 옮길 수는 있지만 그 사실을 해당 지역에 알려줘야 할 의무는 없었다”며 해당 업체가 군위군에 들어선 것을 늦게 파악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홍천군에서 사체 발굴 전 (바이러스 존재 유무에 관한) 검사는 했다고 들었지만 혹시나 해서 검사를 의뢰했다. 일단은 렌더링 업체가 지역에서 떠나겠다고 해 이후 해당 장소를 소독하기로 했다. 만약 검사 결과에 이상이 있다면 그건 그 때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015년 10월 ‘가축 사체를 재활용 할 수 있는 가축전염병’ 고시를 개정했다. 이전까지 재활용이 가능한 사체는 브루셀라병, 돼지오제스키병, 결핵병, 돼지단독, 돼지위축성비염 등 5개 가축전염병에 감염된 것으로 한정돼 있었지만 고시 개정 후 구제역과 AI를 포함한 44가지 가축전염병에 걸린 사체도 열처리를 통한 재활용, 사료 또는 비료의 원료로서 이용이 가능해졌다.

안전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계속됐지만 농식품부는 ‘멸균조건 이상으로 열처리하기 때문에 구제역 및 고병원성 AI 바이러스 생존 가능성은 없으며 렌더링이나 이동식 열처리 사체처리는 시군 가축 방역 담당자가 입회해 지도·감독하므로 가축전염병을 전파시킬 우려가 없다’고 대응해왔다.

문제는 질병 발생의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축산농가와 지역주민들에게 관련 내용에 대한 설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시군 가축 방역 담당자가 해당 업체에 대한 지도·감독을 했는지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살처분 가축의 사체를 발굴한 지역의 지자체가 업체에 용역을 준 것이기 때문에 사체를 발굴한 지자체에서 해당업체의 주요 공정과 폐기물 처리 상황 등을 관리·감독해야 한다. 이번 군위군 사례의 경우 홍천군에서 해당 업체에 대한 교육을 한 것까지는 파악했다”며 이뤄졌어야 할 주요 공정별 현장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행됐는지에 대해 확답하지 못했다.

또 관련 고시에는 사체를 발굴한 지역에서 업체를 선정하고 그 업체가 있는 지역으로 사체를 이동할 때 업체가 위치한 시군과 협의를 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고 이동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규정도 현재로선 없다.

전국한우협회는 지난 5일 성명을 통해 “구제역 전파 경로도 명확히 확인되지 않는데 정부는 축산농가에 백신접종과 소독을 독려하고 방역기준과 과태료 처분을 강화했다. 방역은 제2의 국방인데도 정부는 이 책임을 농가에게 전가하면서 허술한 방역의식을 보이고 있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아울러 “사체 이동에 따른 구제역 전파 여부를 확실히 알려 농가를 안심시키고 사체를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없도록 매몰지 및 사체 처리 관련 매뉴얼을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번에 홍천군에서 발굴한 사체는 매몰한 지 3년이 지난 것으로 바이러스 전파의 위험이 없다는 것에 대해서는 확신하고 있다. 다만 문제제기가 있었기 때문에 매몰지에서 발굴한 사체에 대한 이동제한을 할 것인지, 한다면 시군 범위로 할 것인지 도 범위로 할 것인지 논의할 예정이다. 이동을 제한한다면 부득이한 경우는 어떻게 예외할 것인가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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