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이열치열의 현대적 의미

  • 입력 2019.07.07 18:00
  • 기자명 나현균(한의사, 김제더불어사는협동조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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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현균(한의사, 김제더불어사는협동조합 대표)
나현균(한의사, 김제더불어사는협동조합 대표)

날씨가 하루가 다르게 더워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더위에도 우리 옛 조상님들은 차가운 것보다는 오히려 뜨거운 것을 먹어서 몸을 이롭게 해야 한다는 의미로 이열치열(以熱治熱)이란 말씀을 후손들에게 남기셨습니다. 이열치열의 현대적 원리는 무엇일까요?

먼저 여름철에 누구나 찾게 되는 차가운 것엔 의외의 복병이 있습니다. 바로 식중독균입니다. 날씨가 시원할 때라면 별 문제가 없을 만한 가벼운 접촉에도 여름철의 덥고 습한 조건에서는 식중독균들이 순식간에 기하급수적으로 증가돼 음식물들을 빠르게 오염시킬 수 있습니다.

잠깐의 부주의로 오염된 음식물들이 몸 안에 들어오면 우리는 다양한 증상에 시달릴 수가 있습니다. 약하게 감염되면 하루 이틀 정도 속이 더부룩하고 설사하는 정도겠지만 심하면 구토와 발열, 오한 등으로 일주일 넘게 복통과 설사에 시달리게 됩니다. 따라서 이열치열의 원리에는 모든 것은 가열하여 먹는 것이 좋다는 위생에 대한 개념이 녹아 있는 것입니다.

“여름철에 돼지고기는 잘 먹어야 본전이다”란 옛말도 현대적 의미에서 바라본다면 바로 위생에 대한 개념을 강조한 말일 것입니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이었기에 여름철에 고기를 상온에 보관하다 보면 상하기 쉬웠을 것입니다. 일단 상하면, 부패한 고기의 독성은 가열한다 해서 결코 없어지지 않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면 왜 유독 돼지고기였을까요? 일손이 딸리는 농사철에 소를 잡는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시절이었기에 그나마 유통될 수 있었던 고기가 돼지고기였을 것이며, 고기가 귀하던 시기였기에 이동과 보관에 많은 시간이 소요됐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냉장·냉동시설이 발달해 유통과 보관에 철저한 위생을 기할 수 있는 조건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돼지고기는 잘 먹어야 본전이 아닌, 우리 몸에 효자노릇을 하는 고기가 될 수 있습니다. 돼지고기는 육질이 다른 고기에 비해 부드러워 소화가 쉽고 불포화 지방산이 풍부하여 지친 여름 우리 몸에 적절한 에너지원으로 기여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한방적 의미에서 이열치열의 의미를 짚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여름철에 찬 것을 많이 먹게 되면 우리 몸은 냉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몸이 냉해지면 제일 먼저 우리 몸의 면역력이 떨어지게 돼 있습니다. 체온이 1℃만 낮아져도 우리 몸의 생리반응이 둔화되면서 면역력이 상당히 떨어지게 돼 있습니다. 여기에 여름철 무더위 속에서 일해야만 하는 농부님들이라면 다른 때보다 체력 소모가 더욱 심하여 피로가 가중되게 되니 면역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지사일 것입니다. 이러한 때에 비록 몸은 더위에 지쳐 찬 것을 더욱 찾게 되지만 이는 진정한 열증이 아닌 허열(虛熱)증상으로서 몸이 진정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러한 때에 찬 것은 몸을 더욱 상하게 할 수 있습니다.

여름철 뜻하지 않게 감기에 걸리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추위로 감기가 걸리는 것이 아니라 면역력 저하로 바이러스에 쉽게 감염되는 것입니다. 또한 어쩌면 식중독 감염으로 인한 오한이나 발열을 감기증상과 유사하다 하여 혼동하는 걸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여름철의 이러한 모든 유사 증상들은 이열치열의 원리로서 뜨거운 음식을 먹어 우리 몸의 체온을 높여주면 개선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무더위가 농부님들을 고생스럽게 할 시기입니다. 무더위로 시원한 음식을 찾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차게 해서 먹더라도 위생에 최대한 신경을 쓰시고 혹시라도 부주의로 음식이 상온에 방치됐다면 과감히 버리실 것을 권해 드립니다. 겉으로 보거나 냄새를 맡으면 멀쩡해 보여도 이미 식중독균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까운 생각에 괜찮겠지 하고 드신다면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거는 것입니다. 설령 당장 설사나 복통이 없다고 하여 괜찮은 것이 절대 아닙니다. 식중독균 중 살모넬라균이나 O-157 대장균의 경우는 잠복기가 길어 적게는 이틀, 많게는 일주일이 지난 후에 복통과 설사 등의 반응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여름철엔 잘 먹는 것보다 조심하여 먹는 것이 훨씬 중요한 섭생법이란 것을 다시 한 번 강조드리면서 국민의 먹거리를 담당하는 농부님들의 무사한 여름나기를 기원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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