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농번기 마을공동급식

  • 입력 2019.07.07 18:00
  • 기자명 한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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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미(강원 횡성)
한영미(강원 횡성)

농번기 마을공동급식! 다른 지역에선 벌써 오래전부터 시행되는 사업이지만 강원도에선 횡성에서 지난해 처음 시작, 올해에야 전 시·군으로 확대됐다. 더운 농사철 여성농민의 가사노동을 경감하고, 마음놓고 영농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이웃들과 함께 밥을 나누며 정을 되찾아 마을공동체를 복원하고자 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사업이라 여기고 다른 시·도에서 시행되는 사업을 보면서 선거철만 되면 똑같이 요구했다. 강원도도 여성농민회가 중심이 돼 정책적 요구를 한 끝에 결국 반영됐고 우리 마을도 사업 신청을 하게 됐다. 횡성에선 급식시설이 있고 20인 이상 급식대상이 있는 마을을 선정하며 횡성군보건소와 연계해 마을급식 조리원을 양성한다. 조리원 교육은 제철에 나는 식재료로 짜지 않고 달지 않게 골고루 식생활 건강을 개선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예산은 조리원 인건비 4만원, 급식비 1인당 3,000원, 하루 10만원을 들여 마을 분들 밥을 짓고 있다.

하루 6만원 정도 예산을 가지고 20명 이상의 밥의 지어야 한다는 것! 생각처럼 쉽지 않다.

여성들의 가사노동을 사회화한다고 하면서 도로 여성들이 밥을 짓는 구조를 만들었나하는 비판적 평가도 있다. 마을 사정에 따라 자율적으로 운영하는데 조리원을 고용하는 경우도 있고, 부녀회가 돌아가면서 급식 당번을 정해 인건비를 쓰기도 하고, 부녀회기금마련을 위해 자원봉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 마을은 부녀회원들이 2명씩 조를 짜 돌아가면서 당번을 선다. 마을회의에선 20명분의 식재료비가 나오지만 인원수에 상관없이 마을 분들이면 누구나가 드셔야 한다는 마을원로들의 의견에 따라 넉넉하게 짓고 있다.

부녀회장님이 살림을 하는데 돈이 모자라면 안 되니까 사는 것을 줄이고 집집마다 있는 고춧가루니 파, 마늘 등 양념재료를 가져와 알뜰하게 살림을 하신다. 살림을 맡은 부녀회장의 고충이 있는데 부녀회원들이 더운데 나와서 밥을 짓게 하는 미안함과, 마을 분들이 맛있게 드셨으면 하는 생각이 어긋나지 않게 시장을 보는 것이다. 제철 채소는 물론 생선과 고기를 골고루 매일 바꿔가며 먹을 수 있도록 하고 규칙적인 시간에 밥을 내어주니 자연스레 집에서 먹을 때보다 잘 먹고 기운이 난다고 한다.

50일 동안 순번을 정해 당번을 서는데 부녀회원은 5~6번 나가서 밥을 하게 된다. 9시 30분 급식소로 출근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수저와 젓가락, 컵을 소독하는 일이다. 식중독 사고 없이 이 사업을 안전하게 수행하는 것이 아주 중요한 일이라 무엇보다 위생에 신경을 쓴다. 숟가락을 삶다보면 마을 분들이 한두 분씩 모여들어 조리일을 거든다. 책임이 전가되지 않고 마을 일을 함께하니 가슴이 뿌듯하다. 마을공동급식 마지막 당번날 메뉴는 제육볶음, 상추겉절이, 감자나물, 오뎅볶음, 김치, 깍두기, 식혜다. 식혜는 전날 당번이 남은 밥을 처리하기 위해 밥솥에 삭혀 놓은 것에다 설탕을 넣고 끓여낸다. 조리실 안이 후끈해진다. 반찬 가짓수도 많다보니 여럿이 모여 일을 해도 쉴 틈이 없다. 11시 30분 전까지 준비가 끝나야 한다.

오순도순 둘러앉아 여럿이 모여 밥을 먹다보니 두런두런 사는 이야기도 나누고 서로서로 챙기는 모습들이 사진을 찍은 것처럼 인상적이다. 5월부터 시작한 마을공동급식이 이제 끝나간다. 길게 느껴졌던 일이 어느새 끝나니 도리어 아쉽다. 이웃과 더불어 건강도 챙기고, 여성들의 가사노동도 분산시키는 일석이조, 삼조의 사업이 활성화됐으면 한다. 현재는 신청을 받아서 하지만 전체마을이 할 수 있도록 예산도 배정하면 좋겠다. 현재는 여성농민들이 집에서 하던 일을 마을회관에 나가 여러 명이 먹을 밥을 하는 구조지만 이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 마을공동급식을 책임지고 마을어르신들과 어우러져 밥도 짓고 농사도 짓는 창업을 생각해본다. 청년들의 일자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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