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회, 말산업 중심 체질개선 이뤄야

무분별한 경주퇴역마 승용마 전환, 못 막나? 안 막나?
경영평가 ‘D등급’ 충격 … “말산업 아우르는 기획 필요”

  • 입력 2019.07.07 18:00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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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말산업이 침체에서 벗어나려면 말산업 전담기관인 한국마사회(회장 김낙순)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질적 성장을 이룰 수 있는 정책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아우르는 기획을 추진할 수 있도록 체질개선이 따라야 한다는 진단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016년까지 77개 말생산농가를 전문승용마 생산농장으로 지정해 육성했다. 그러나 이들 농가는 낮은 번식 성공률로 인해 안정적인 농장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마사회 관계자는 “승용마 생산의 약 70%가 냉장정액을 이용한 인공수정으로 이뤄지고 있다. 제 때 관리하면 수태율이 70%까지 나올텐데 현재는 55~58% 수준이다”라며 “생산자 교육을 활발히 열고 수의사들에게 인센티브도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전국에 위탁조련센터 18개소를 지정해 농가의 말 조련을 지원하고 있다. 전문적인 훈련을 받아야 승용마가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면서 “우수 승용마 양성 의욕을 높이려면 승마대회도 활성화돼야 한다. 지난해부터 품평을 겸해 실시한 어린말 승마대회는 현장의 호응이 높아 올해 3회까지 확대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가장 쟁점이 되는 경주퇴역마 처리에 대해선 명확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김낙순 마사회장은 지난 5월 열린 전문지 기자간담회에서 “경주마는 5세 무렵에 퇴역하는데 그 이후 어떻게 활용할건지 딜레마에 빠졌다”면서 “퇴역마를 수출하고자 3개국에 의향서를 보내 협상 중이다. 또, 승마인구를 늘리는 게 급선무라 본다”고 밝혔다.

마사회 내부에서는 경주퇴역마의 승용마 전환을 현재의 50% 수준으로 유지하려는 분위기가 읽히고 있다. “승마부문이 경마부문의 완충제로 여겨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 3월 경기도 이천시에 위치한 한 승용마 농장에서 말들이 거닐고 있다. 승용마농가들은 낮은 번식 성공률과 무분별한 경주퇴역마의 승용마 전환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지난 3월 경기도 이천시에 위치한 한 승용마 농장에서 말들이 거닐고 있다. 승용마농가들은 낮은 번식 성공률과 무분별한 경주퇴역마의 승용마 전환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다.

말산업 전문가들 사이에선 마사회가 경주퇴역마 관리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이에 제도적으로 선발단을 구성해 퇴역신청이 적합한지 판단하도록 해 경주마 퇴역을 남발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홍콩처럼 경주마가 퇴역하면 마사회가 그 처분을 맡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특히 승용마 전환시 엄격한 품평을 거쳐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퇴역마는 랜더링 처리하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는 진단이다.

윤민중 경북대학교 말·특수동물학과 교수는 “마사회는 경마시행처이자 말산업을 전반적으로 총괄해야 하는 기관이다. 경주마의 생산부터 퇴역한 다음까지 시스템을 갖춰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이 있어야 한다. 건물을 짓고 예산을 따내는 수준을 넘어 좋은 말을 생산하고 말산업을 뒷받침할 인재를 육성하는 정책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관건은 마사회가 승마산업에 얼마만큼의 의지를 갖고 있느냐다. 일각에선 아예 마사회에서 독립된 말산업 전담기관인 가칭 말산업진흥원을 신설하자는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역설적으로 그만큼 마사회의 체질개선이 필요하다는 반증으로 해석된다.

마사회는 지난달 기획재정부가 주관한 2018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미흡이하’인 D등급을 받아 대내외적으로 적잖은 충격을 던졌다. 이번 평가는 문재인정부가 내세우는 사회적 가치, 공공성 중심으로 경영평가 제도를 전면 개편한 뒤 실시한 첫 평가였다. 마사회가 경마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정유라 사태’의 파장을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말산업 발전에 매진해야 할 시점이다.

김병선 제주한라대학교 마사학부 교수는 “골프도 고급스포츠로 인식되지만 현재 골프인구는 500만명에 달한다. 골프에 대학 사회적 인식이 좋아지면서 저변이 넓어진 것이다”라며 “단순 체험인구를 늘리는 걸로는 한계가 있고 승마대회를 더 확충해 정기 승마인구를 늘려야 한다”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최근 마사회도 말산업에 신경을 쓰고 있지만 문제는 정책의 선택과 집중이다”라며 “마사회 말산업육성본부 소속 부서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며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말산업 정책 전체를 아우르는 기획이 나와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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