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랑의 제주 말산업, 위기에서 기회 만들어낼까

우리나라 첫 말산업특구, 성과감사에서 4개 분야 11개 개선사항 확인돼
‘제주마는 경마·한라마는 승마’ 발전방향 정해 … 비육시장 안정도 관건

  • 입력 2019.07.07 18:00
  • 수정 2019.07.08 20:00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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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우리나라 말산업을 대표하는 지역인 제주도가 급격한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경마에서 비육까지 말산업의 모든 분야에서 위기감이 팽배하다. 제주 말산업은 위기 속에서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014년 1월 제주특별자치도를 우리나라 첫 말산업특구로 지정했다. 제주는 당시 기준으로 국내 말 사육두수의 67%를 사육하고 있었으며 승마시설 50개소, 초지 1만7,000㏊를 확보해 말산업 전진기지로 주목받았다.

제주도감사위원회는 지난 5월 말산업특구 지정에 따른 사업 추진 실태 성과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제주도감사위는 감사 결과, 4개 분야에서 11건의 위법·부당 및 제도개선 사항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내용을 살펴보면 △사업 추진체계 미흡 △해외 도입 전문 승용마 관리방안 미흡처럼 내륙 승마부문과 같은 문제점이 노출됐으며 △제주산(한라)마 관리방안 미흡 △고품질 말고기 생산·유통·관리방안 미흡처럼 지역특색에 기인한 개선점도 드러났다.

제주 말산업은 크게 경주마로 활용하는 재래종인 제주마, 제주마와 더러브렛의 교잡종인 한라마, 그리고 말고기를 생산·유통하는 마육산업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중 한라마는 제주 말산업의 특색이 잘 드러나는 분야로 제주를 넘어 전국 승마부문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라마는 제주지역을 기반으로 제주마와 경주마인 더러브렛을 교잡한 말을 통칭할 뿐, 국제적으로 고유품종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 이는 제주마도 마찬가지다. 제주지역 말농가들은 대부분 방목해 말을 사육하기에 기본적인 혈통관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는 국립축산과학원 난지축산연구소에서 한라마를 한국형 승용마로 보급할 목적으로 개량연구가 한창이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난지축산연구소는 한라마를 한국형 승용마로 보급할 목적으로 개량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난지축산연구소가 위탁한 한라마가 제주축산진흥원 말조련거점센터에서 승용마로 조련받고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난지축산연구소는 한라마를 한국형 승용마로 보급할 목적으로 개량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난지축산연구소가 위탁한 한라마가 제주축산진흥원 말조련거점센터에서 승용마로 조련받고 있다.

“망아지 태어나면 애물단지 신세”

한라마는 2016년 제주마·한라마 단체 상생협력 합의에 따라 오는 2023년부터 경마 경주에서 제외된다. 마사회 관계자는 “경마 경주에서 빠진다는 합의 이후, 한라마 사육규모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경주마는 못 뛰니 승용마로서 브랜드화를 해야 하는데 현재 일반 승마장에선 제대로 조련된 한라마를 구하기 힘든 실정이다”고 귀띔했다.

현달환 한라마생산자협회 이사는 “제주도와 마사회가 적극 나서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혈통관리가 힘들다”고 토로하며 “농가에서 좋은 승용마를 생산하지 못하면 육용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3년 전 ㎏당 1만2,000원을 받던 말고기 가격이 지금은 ㎏당 5,000원으로 주저앉았다”고 현황을 전했다.

현 이사는 “농가에서 우수한 승용마를 생산하려면 농가가 적극 협조해 관리를 해야 한다. 그런데 방목한 말들 중에는 25살 된 말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관리가 안 되는 상황이다”라면서 “기준을 정해서 품평도 해야 하는데 서로 자기 말이 우수하다며 인정을 못한다. 지금으로선 망아지가 태어나면 애물단지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제주지역 말농가들 역시 경주퇴역마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박지현 한라마생산자협회 사무국장은 “경주퇴역마가 승용마뿐 아니라 비육마시장에서도 문제다. 품질은 낮은데 운반비만 주면 확보할 수 있으니 제주마·한라마는 비육마로 나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제주지역 말생산농가들이 모여 일단 말고기시장이라도 안정시키자고 뜻을 모아 등급제 시행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어 “협회가 올해부터 제주도 축산진흥원 말거점 조련센터를 위탁운영하며 농가의 말 조련을 지원하고 있다. 또, 영천시와 업무협약을 맺고 운주산승마조련센터에서 한라마를 위탁 조련하는 등 우수 승용마 생산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택과 집중 통해 내실 다지겠다”

제주마는 경주자원으로서 혈통보전이 당면 과제다. 경마 경주의 질을 향상하려면 체계적인 혈통관리가 요구되지만 이해관계가 얽히며 합의점을 찾는데 진통을 겪고 있다. 도경탁 제주대학교 동물생명공학과 교수는 “제주마들의 경주능력 편차가 비이상적으로 크다는 점을 고려해 이를 보완할 과도기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집단적 구조를 이뤄야 개량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도 교수는 “더러브렛의 경주마 활용비율은 83%에 달하는데 제주마는 30% 수준이다. 개량된 암말을 생산에 투입해 이 비율을 올려야 한다”면서 “장기적으로는 스테미너가 장점인 제주마에 적합한 여러 경주형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상표 제주도 말산업육성팀장은 “처음에 목표를 방대하게 설정하다보니 기대에 못 미친 면이 있었다”라며 “2차 말산업 육성 5개년 종합계획을 조속히 수립해 이번 계획에선 선택과 집중의 묘를 살리려 한다”고 밝혔다. 홍 팀장은 “제주마는 경주자원으로 혈통을 보호하고 한라마는 품성과 지구력을 내세워 승용마로 브랜드화하겠다. 1차 계획에서도 외형적인 결과는 거의 다 이뤘다. 2차 계획에선 내실을 다질 생각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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