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산업은 달리고 싶다

  • 입력 2019.07.07 18:00
  • 수정 2019.07.08 19:59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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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산업을 육성하려는 정부 정책에 대해 경주퇴역마의 승용마 전환 관리 등 뚜렷한 방향부터 먼저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현장에서 불거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경기도 과천시 렛츠런파크서울에서 열린 경마대회에서 말을 탄 기수들이 결승점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한승호 기자
말산업을 육성하려는 정부 정책에 대해 경주퇴역마의 승용마 전환 관리 등 뚜렷한 방향부터 먼저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현장에서 불거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경기도 과천시 렛츠런파크서울에서 열린 경마대회에서 말을 탄 기수들이 결승점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한승호 기자

[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2017년 기준 말산업 전체 규모는 3조4,226억원으로 이 중 경마부문이 2조6,842억원, 승마부문은 1,090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경마부문이 승마부문을 26:1의 비율로 규모 면에서 압도하고 있다. 승마부분은 2011년 말산업육성법이 제정된 뒤에야 걸음마 단계에 접어든만큼 이같은 격차 자체는 문제라 할 수 없다.

진짜 문제는 이제 시작단계인 승마부문의 성장이 멈췄거나 되레 뒷걸음질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말산업, 특히 민간 말산업 진흥에 심각한 정체를 안기고 있다. 전체 말 사육두수는 2만 7,000두 수준에 멈춰 있으며 말산업 종사자 수는 2016년 1만6,662명, 2017년 1만6,261명, 2018년 1만5,267명으로 점차 감소하고 있다. 말산업을 육성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정책목표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말산업 관계자들은 승마부문이 ‘돈이 되는’ 경마부문에 끌려가는 데 원인이 있다고 지목한다. 대표적인 사안이 경주퇴역마의 무분별한 승용마 전환이다. 매년 1,300여두의 경주마가 퇴역하는데 이 중 절반 남짓이 승용마 시장에 나오는 걸로 추정된다.

이는 승마장 안전문제로 직결된다. 승마장 운영에 가장 어려움을 겪는 게 안전문제다. 주로 학생들을 상대로 하는 시장구조상 안전이 매우 중요한데 승마장들은 보험 가입조차 까다로운 상황이다. 보험회사들이 안전사고를 이유로 꺼리기 때문이다.

경주퇴역마가 승용마 시장을 잠식하자 국내 승용마 농가들은 판로를 잃었다. 해외 종마를 수입해 국내에서도 적잖은 농장에서 승용마를 생산하고 있다. 승용마 생산은 여느 가축 생산과 다르다. 가축은 비육이 목적이지만 승용마는 훈련을 해야 사람이 기승할 수 있다. 또, 승용마가 뛰면서 훈련할 수 있는 넓은 부지와 건강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그런데 경주퇴역마가 승용마 시장에 두당 100만원 내외에 풀리니 농가들이 직접 생산한 승용마들은 설 자리가 없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2차 말산업 육성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퇴역경주마의 승용마 시장 진입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경주마가 승용마 시장에 나오고 있다. 되레 지난 5월 경주마 도축시 동물보호법 위반 논란이 불거지자 “한국마사회와 협의해 경주퇴역마의 승용마 전환 등을 포함한 관리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해명했다. 경마부문의 사정에 따라 일관성 없이 흔들리는 승마부문의 모습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농식품부 축산정책과가 올해 초 작성한 ‘승용마 생산·육성 정책 현황’ 자료를 보면 승용마 생산사업에 대해 “생산기반 정착시까지 애완·반려동물로 개인의 취향에 따른 취미·부업형 생산이 바람직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승용마 생산·번식·조련과정을 보다 전문화하면서 우수한 승용마를 생산해 위기를 타개해야 한다는 말산업 관계자들의 바람과는 180도 다른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로 말미암아 말산업 현장은 ‘이제 시작단계’라는 위안부터 ‘이대로면 포기’라는 비관까지 혼재된 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말산업이 다시 뛰려면 뚜렷한 방향부터 정해야 한다. 농식품부와 말산업 전담기관인 한국마사회의 각성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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