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는 친환경 아이입니다

전윤옥 (충남 청원군 낭성면)

  • 입력 2008.06.23 01:12
  • 기자명 전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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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윤옥 (충북 청원군 낭성면)
이렇게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아래 글은 저희가 회원제로 운영하는 모듬 채소 장터‘자연학교 풀’회원님들께 보내드린 제 남편의 글입니다.

어제 못자리를 끝냈습니다. 넓은 논 한 편에 길게 침상처럼 모판을 늘어놓는 작업. 봄볕이 제법 따가웠지만, 농민회 형님들과 품앗이로 하는 일이라 별 어려움 없이 두 시쯤 끝낼 수 있었습니다.

따라 나선 하늘이는-여섯 살 된 큰 아들-모판을 나르기도 하고, 형수들과 장난하고, 논둑에 난 꽃을 꺾기도 하고, 청개구리를 쫓기도 하며 아침 9시부터 줄곧 함께 논 주위를 서성였습니다. 마음속엔 ‘저 녀석 졸릴 텐데… 볕에 뜨거울 텐데…’걱정이 있었지요. 그러나 곧 일속에 묻혀버렸습니다.

못자리를 끝내고 함께 한 형님의 고추심기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모종을 밭에 나르는데 모종 위에 뿌린 보라색 가루들이 의아해 물었지요. ‘코니도’라는 진딧물약 이랍니다. 늘 보던 것이 아니라 저의 맨손이 조금 찜찜했어요.

다시 일이 시작됐습니다. 하늘이도 다시 밭둑에 서서 자신의 일감을 찾습니다. 빈 판 모으기, 모종 나르기. 하늘과 저만 맨손이었습니다.?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 아궁이에 불을 때고 함께 몸을 씻고 녀석은 우리가 심은 애들한테 ‘잘 자라라’는 말을 빼먹었다며 저보고 대신 전해 달라 하고는 저녁밥도 마다하고 잠속으로 미끌어졌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하늘이의 손가락 주위, 그리고 그 손이 거쳤을 법한 눈 밑, 목, 사타구니엔 영락없이 깨알 같은 수포가 생겼습니다. 오호 통재라…죽염 탄 물에 손을 담그고 한참 있다가 목욕탕으로 향했지요. 냉온욕과 소금물로 씻기를 거푸하니 증상이 조금 호전됐습니다.

하늘이는 친환경 아이입니다. 어느 부모가 ‘인공’이나 ‘기계적’이란 말을 제 아이에게 붙여주고 싶겠습니까. 우리 부부가 이곳에서 선택한 삶도, 방편도 큰 이유는 아이를 위한 환경이었습니다.  2008년 4월29일,poolzang

아이의 손을 보는 순간, 이 글을 읽는 순간 울컹 했지요. 너 고생이구나…

삶은 늘 행복하지도, 늘 슬프지도 않지만, 이런 순간에는 마냥 바닥으로 떨어지는 기분입니다. 허나 아이의 자연 치유력을 믿으며 옆에서 도와주면 아이는 금새 털고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니 다행이고, 감사합니다.

이제 여섯 살, 세 살 된 저희의 두 아이는 태어나서 줄곧 아비, 어미와 함께 일하고 놀았습니다. 아비의 등에 있거나, 어미의 등에 업혀 있다가 이젠 두 녀석이 서로 자전거를 태워주고, 밀어주고, 티격태격하며 놀다가 일하다가 싸우다가를 반복하며 자연 속에 있습니다. 친환경 농사 아이들과 함께 짓고, 아이들이 자연이라는 환경에 더 익숙하게 대할 수 있도록 자연을, 아이들을 지키면서, 새롭게 나아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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