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주도형 수급정책’ 험난한 첫 걸음

[인터뷰] 남종우 전국양파생산자협회 회장

  • 입력 2019.07.07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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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정부의 엇나가는 양파 수급정책을 보면서 농민들은 다시 한 번 단합된 목소리의 필요성을 절감했을 것이다. 다행히 양파농가에겐 ‘전국양파생산자협회(양파협회)’라는 기틀이 마련돼 있다. 지난 4월 15일 창립한 신생 품목조직으로서 양파협회는 앞으로 농민들의 목소리를 정책에 투영해가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창립 이후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일을 치렀고, 앞으로 더 많은 일을 해나가야 할 남종우 양파협회장을 전남 함평에서 만났다.
순창 기자·사진 한승호 기자

 

양파협회를 창립한 계기는.
지난해 양파 수급대책 진행과정을 겪으면서 농민들이 정부 정책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젠 뭔가를 숨기는 시대가 아니라 같이 논의하고 만들어가야 하는 시대다. 이는 농민들이 실질적으로 정책을 알 수 있는 계기도 될 것이다. 당장 올해 작황증가가 예상돼 협회 창립 전부터 농식품부에 계속해서 의견을 전달했다.

하지만 정부 대책은 농민들 의견과는 동떨어지게 나왔다.
면담할 때는 굉장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다가도 뒤돌아서면 없던 일이 되는 게 반복되니 황당했다. 확실하게 격리하겠다고 한 약속조차 지켜지지 않았다. 이개호 장관의 의원 지역구 문제인지라 신경을 많이 쓴다고 하는데 면담이나 통화만 할뿐 실제론 아무 것도 나오는 게 없다. 올해는 그나마 전남도가 만생 폐기예산을 추경으로 세워놨고, 전남이 하니 경남·전북도 같이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지자체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상황은 더 나빴을 것이다.

농식품부는 기후 변수 우려가 있어 보수적인 대책을 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일리는 있지만 양파는 4월이 지나면 5월부턴 잎이 시들어도 성장을 한다. 4월 말~5월 초면 면적조사도 다 나오고 생산량이 어느 정도 잡힌다. 그런데 그 때부터 5월 20일까지 그 중요한 기간에 농식품부가 정책을 안 내고 산지 순회 설명회를 다니더라. 늦어도 5월 20일까지 6만톤 정도는 정부가 격리를 했어야 했다. 이제는 너무 늦어 가격싸움은 뒷전이고 잔류물량 처리에 급급한 상황이 됐다.

수급정책, 어떻게 해야 하나.
정부가 이번에 특히 지자체에 책임을 많이 떠넘겼는데, 그럴 거면 아예 지자체에 권한을 줘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또한 사전에 보리·밀 등 다른 작목으로 전환할 수 있게끔 수매를 해 주고 휴경보상제도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지금 양파 폐기하는 돈이면 충분히 가능하다. 매년 폐기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농민 주도형 수급정책이 실현돼야 하는 이유는 뭔가.
여태껏 농민들은 정부가 시키는 대로 살아왔다. 모든 물건엔 공장도가격이 있는데 유독 우리 농민들에겐 가격결정권이 없다. 정부가 농민뿐 아니라 소비자·상인들까지 생각해야 하는 건 맞지만 지금은 너무 소비자·상인 쪽으로 편중한 정책을 펴고 있다. 농민들에게 이래저래 감추고 있는 것도 너무 많다. 농민이 주인되고 정책에 참여하는 세상을 만들어야만 농민들이 최소한의 생산비를 보장받을 수 있다.

앞으로 협회의 계획은.
우선 농민들이 갖고 있는 잔여물량은 끝까지 우리 협회가 책임지고 해소할 길을 찾아야 한다. 아울러 현재 전남·경남·전북에 600명 회원이 있는데 제주·경북까지 넓히고 올해 안에 회원 2,000명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 대책을 끌어낼 수 있도록 회원수를 늘리고 다른 품목단체들과도 연대할 것이다. 예전과는 상황이 많이 바뀌리라 본다. 올해는 4월에 협회 창립총회를 하고 정책 대응이 늦었는데, 내년엔 2월 말에 조생종, 4월에 중만생종 대책을 만들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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