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위해 움직이는 aT의 변화에 주목해달라”

[인터뷰] 이기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수급이사

  • 입력 2019.07.07 18:05
  • 수정 2019.07.07 21:09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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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정부의 수급정책을 집행하는 중심에 있는 기관이다. 새로운 임원진이 자리잡은 지 1년여, aT는 본연의 정부 위탁업무와 더불어 농민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새로운 업무를 개척하는 데에도 노력하고 있다. 극심한 수급불안으로 농민들의 피해가 진정되지 않는 가운데, 평소보다 더욱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이기우 수급이사를 만나 농산물 수급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청해 봤다.
대담 심증식 편집국장·
정리 권순창 기자·사진 한승호 기자

 

이기우 aT 수급이사.
이기우 aT 수급이사.

1년 넘는 시간 동안 aT 수급이사로 근무해본 소감은.

aT는 내 자식에게도 입사를 권하고 싶을 정도로 역동적이고 보람이 있는 곳이다. 농업에 대한 사명감을 갖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비록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이지만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이 꽤 있고, 그런 일들을 찾아 해보고 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참깨 자급률이 겨우 14%인데 값싼 수입참기름과 고품질 국산참기름으로 소비시장이 양분돼 있다. 그런데 참깨·건고추 등은 고령농의 영역이라 자급률이 급락하는 중이다. 이 14% 정도에서라도 방어막을 치기 위해 aT에서 참깨 자체수매를 계획하고 있다. 올해 구상해 내년부터 시행해볼 것이고 참깨가 성공하면 건고추도 시도해보려 한다. 이미 메밀 같은 품목은 자체수매를 하고 있다. 예산을 들이지 않는 순환 방식의 사업이다. 많은 품목에서 이런 사업들을 찾아내려 한다.


올해는 35년만에 국산밀 수매제도 부활했다. 국산밀엔 얼마나 의지를 갖고 있나.

35년 동안 손을 놓다 보니 국산밀은 aT는 물론 농식품부에도 다뤄본 사람이 없다. 처음 하는 일이라 새 길을 연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 어렵다고 단순히 기존의 협동조합이 수매한 걸 인수하는 식으로 가다간 산업 발전에 아무 도움도 될 수 없다. 우선은 aT에 밀 전담부서 설치를 추진하고 품종·작기 등 품질과 관련한 문제를 보완하려 하고 있다.

기후만 좋으면 마늘·양파가 해마다 20만톤씩 남아돈다. 정부가 이를 모두 수매·폐기하는 건 가당치도 않다. 대안은 밀·보리 등 대체작목인데, 쉽진 않지만 밀 자급률이 10%가 되면 22만톤으로 채소 과잉물량을 일정부분 해소하고 국가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 백 번 얘기해도 밀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양파·마늘 등 올해 농산물 수급상황이 처참하다. 수급업무 책임자로서 고민이 많을 것 같다.

수급불안이 반복되는 원인은 농업의 전반적인 마스터플랜이 없기 때문이다. 농민들이 일정부분의 소득을 갖고 있다면 굳이 과잉생산 우려를 무릅쓰는 농사를 짓지 않는다. 너무 소득이 적으니 총소득을 고민하게 되고 도박 같은 농사를 하게 된다.

지금 aT가 정부로부터 받은 양파 수매자금만 500억원 정도 되는데, 비축물량의 품위가 떨어져 폐기하게 되면 산업폐기물로 분류돼 6,000톤당 10억원이 더 들어간다. 일반폐기물로 인정받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지만, 수매한 것을 비축이 아닌 수출로 돌리거나 대체작목을 확대하는 등의 구조를 만들었으면 한다.


국영무역을 담당하는 자리를 맡고 있는데, 농산물 수입은 어떻게 하고 있나.

TRQ를 의무수입으로 알고 계신 분이 많은데 완전 탄력적으로 운영한다. 지난해엔 양파를 1톤도 수입하지 않았다. 반면 칭다오 등 해외사무소 직원을 동원해 현지에서 민간수입을 감시하며 저가신고 등 불법을 잡아내고 있다.

특히 중요한 건 안전성이다. 국민의 먹거리 안전에 대해선 공공기관이 사명감을 1,000% 가져야 한다. 가령 콩을 수입하면서 Non-GMO 콩으로 구입하려는데 구하기가 어려워 정말 고생하고 있다. 수입은 전반적으로 보면 과거와는 달라진 양상을 확인할 수 있을 거다.


마지막으로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농민들이 과거에 aT를 봐온 시각이 있겠지만 앞으로 실력으로, 하는 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것이다. 계속해서 비판적인 시각으로 지켜봐 주시고, 현장에서 만나는 우리 직원들에게도 어려운 일을 하고 있는 만큼 힘을 좀 실어 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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