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정금언니, 창근씨 힘내세요!

  • 입력 2019.07.07 18:00
  • 기자명 심문희(전남 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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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문희 전남 구례군 마산면
심문희 전남 구례군 마산면

정금언니는 초등학교 조리사입니다. 쉬는 날엔 밀린 농사일로 눈코 뜰 새 없답니다. 남편 또한 건설일까지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언니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이자 여성농민회 사무국장입니다. 창근씨는 톨게이트 수납원입니다. 고추장 담가 팔아야 할 창근씨 어머니는 고추끈도 묶지 못한 1,000주의 고추를 보며 한숨을 쉽니다.

“어쩔 수 없어요. 그냥 올 고추농사 포기합시다.” 효자 창근씨는 톨게이트 노조 지부장입니다. 팔순이 다된 어머니는 놉을 얻어 고추끈을 맵니다. 아들이 하는 일이 어떤 일인지 알기에 타박만 하고 있을 수 없었겠지요. 농사일만으로 최소한의 삶을 이어가기 힘든 많은 농민들, 특히 여성농민들은 농사일에 더해 요양보호사로 학교급식실로 농공단지에 때로는 식당 허드렛일까지 해야만 합니다.

착하디착한 정금언니가, 창근씨가 파업을 한답니다. 공공부문에서부터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꾸겠다는 현 정부의 공약은 촛불의 요구였습니다. 같은 일을 해도 누구는 정규직이고 누구는 비정규직에 하청·위탁·파견 등 불리는 이름만 다른 게 아니라 2년 안에는 언제든 쓰다 버려도 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세상에 하찮은 일은 없습니다.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입니다. 밥하고 청소하고 누군가를 돌보는 노동은 그저 덤으로, 가사노동은 그저 집에서 노는 것으로 취급하며 저임금을 정당화 시킬 명분을 찾기에 적당한 노동으로 보이나 봅니다.

급식실에서 일한지 스무 해도 넘었습니다. 업무 유형에 따라 기본급이 다르고 근속이 쌓여도 임금이 오르지 않는 일이 있습니다. 그런저런 하찮은 노동으로 취급받아야 할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합니다.

7월 1일 도로공사에서는 수납원 1,500명이 한꺼번에 해고된답니다. 말이 자회사이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위탁입니다. 누가 봐도 도로공사의 일임에도 직접고용 요구에 자회사로 가랍니다. 안가면 해고랍니다. 편리함을 버려야겠습니다. 당장 제 차의 하이패스를 떼겠습니다.

‘급식 돌봄 대란’, ‘공공서비스 차질’ 운운하며 대화로 하랍니다. 대화로 풀 수 있는 일을 왜 이리 미룹니까? 너희들 아니어도 일할 사람은 넘쳐난다던 대기업의 오너가 떠오릅니다.

공공부문에서부터 비정규직을 없애야 한다는 너무나도 정당한 요구에 자회사니 직무급이니 어처구니없는 해법으로 때로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정부에 대해 필수공공서비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은 정당합니다.

정부가 재정을 투입할 곳은 전투기가 아니라 바로 이런 곳입니다. 저임금과 차별을 고착화하는 모든 행위를 당장 중단하십시오. 당신의 노동이 귀한 만큼 그들의 노동도 소중하고 귀한 노동입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초등학교 도덕교과서의 한 구절이 그저 종잇조각일 뿐일까요? 그 속에 담긴 사람의 가치를 누구의 잣대로 점수를 매기는 것입니까?

정금언니, 창근씨 힘내시라! 당신들이 걷는 이 길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야 할 권리를 찾는 큰 걸음입니다. 파업의 모든 불편함은 우리 모두가 감내하겠습니다. 큰 솥을 걸고 밥하고 국 끓이며 함께 할 준비하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불러주십시오. 흙 묻은 손 칼칼하게 씻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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