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전북의 전국 최초 농민수당

  • 입력 2019.07.07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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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는 지난 1일 전국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농민공익수당’ 2020년 시행을 위한 업무협약식을 했다. 송하진 전라북도 지사와 도내 14개 시장·군수가 ‘농민공익수당’ 실시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이다. 지난 2016년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거론되기 시작했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가장 핵심적인 농정공약이 된 ‘농민수당’이 전라북도에서 ‘농민공익수당’이라는 이름으로 공인된 것이다.

마땅히 환영해야 하는데 속을 들여다보면 핵심적인 내용에서 농민들은 배제되고 행정 주도로 이뤄지면서 농민들의 비판과 우려가 속출하고 있다. 이 자리에 농민단체 대표들도 참석해서 외형적으로는 농민과 행정이 함께 농민공익수당을 만들어 공표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이날 참석한 농민단체 대표들에 따르면 사전에 내용에 대해 충분한 협의와 동의가 없었다는 것이다. 행사에 동원된 들러리에 불과한 셈이다.

전라북도에서는 지난해부터 공익형직불제 실현을 위한 TF를 만들어 농민수당 도입에 관해 1년여 동한 논의를 지속적으로 해왔다. 그러나 TF에서는 농민수당의 핵심내용이라고 할 수 있는 지급액에 대해서는 도청의 반대로 논의를 하지 못했다.

이에 전북 농민들은 월 20만원, 시군 매칭 비율 5:5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해 왔고 이를 전라북도에 전달하면서 월 10만원을 하한선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는 기초 월 5만원, 광역 10만원, 중앙정부까지 포함하여 20만원 달성이라는 전국적 농민수당 운동과 흐름을 같이 하는 것이다.

그런데 전북도에서는 TF논의 확정단계에서 농민들을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월 5만원을 발표했다. 이것이 선행사례가 돼 전국적으로 전개되는 농민수당 운동에 찬물을 끼얹게 될 것이다.

결국 전북도가 ‘전국 최초 농민수당 실시’라는 명예보다는 농민수당을 무력화 시킨 ‘도’라는 불명예를 얻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전북도는 향후 조례제정 과정에서 농민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 농민들은 전북도의 일방적 행정에 맞서 농민수당 조례제정을 위한 주민발의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농민수당을 둘러싸고 농민과 도의 갈등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농민을 위한 제도를 신설하면서 도지사가 환영을 받기는커녕 원성의 대상이 될 것이 자명하다. 지금이라도 송하진 지사는 농민들과 머리를 맞대고 다시 논의할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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