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농가·농업노동자 함께 농번기 인력난 해소 나서

거창상시고용사회적협동조합, 무료 인력알선·출퇴근 운송지원 각광
농민·지자체·사회적협동조합 머리 맞대고 농업노동 문제 해결 노력

  • 입력 2019.07.01 00:00
  • 수정 2019.07.01 09:16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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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경남 거창군에선 농민, 지방자치단체, 사회적협동조합이 머리를 맞대고 고질적인 농촌 일자리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이 지역에선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복잡한 농업노동의 현장 속에서 해답을 찾고자하는 의미 있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거창지역엔 농가와 농업노동자가 함께 조합원으로 참여한 거창상시고용사회적협동조합(조합장 변동규)이 농업인력 알선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 협동조합은 2012년 거창군 농촌인력난 해소를 위한 지원조례가 제정된 뒤 거창군이 운영했던 상시고용인력센터가 모태다. 거창군은 자체운영의 한계를 풀고자 다음해인 2013년 출범한 상시고용사회적협동조합에 센터의 업무를 위탁했다.

농촌지역은 농번기가 시작되면 인력을 제때 구하는 게 당면과제다. 조합원인 채정원씨는 “마침 선거철과 겹치면서 봄철 일손이 부족해 난리였다. 거창군이 다행히 농민들 요구를 들어줘 인력센터가 들어서고 이어 협동조합이 만들어졌다”고 회상했다. 상시고용협동조합은 자연스레 봄철 일거리가 많은 사과농가와 농업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설립됐다.

인력알선 넘어 현장요구에 적극 대응

상시고용협동조합은 농가에 적합한 인력을 무료알선하며 이외에 보험가입·교통비·안전용품 등을 지원하고 있다. 또, 관외인력 유치·알선사업과 출퇴근 운송지원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단순 인력알선만으로는 농업노동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사업들이다.

거창군 웅양면에서 사과농사를 짓는 정영주 조합원은 “올해 조합원에 가입해 봄철 일손을 소개받았다. 용역업체와 비교해 일단 작업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어서 좋았다”면서 “고용관계가 명확하고 일정관리도 정확하다. 또, 작업 중 사고가 발생해도 개인이 모든 책임을 지는게 아니라 협동조합이 중간에서 완충역할도 한다”고 전했다.

특히 상시고용협동조합의 출퇴근 운송지원은 현장에서 큰 각광을 받고 있다. 이를 이용하는 농가는 하루 4~5만원을 지급하면 작업현장까지 노동자들을 태운 차량이 온다. 퇴근할 때도 마찬가지다. 소개료가 무료인데다 출퇴근 차량지원까지 이뤄지며 농가의 인건비 부담도 적잖게 줄일 수 있게 됐다.

상시고용협동조합의 특징은 농가뿐 아니라 농업노동자도 함께 조합원으로 가입해 사업에 참여한다는 점이다. 농가와 농업노동자가 함께 조합원으로 사업에 참여하면서 꾸준히 상호소통을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다양한 갈등의 소지를 최소화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황준식 상시고용협동조합 상담팀장은 “예를 들어 작업시간에 관한 문제도 농가와 농업노동자가 한자리에 모여 토론을 해 의견을 모은다. 그래서 작업시간 6시간 이상은 인건비 전체를 지급하고 30분 이상 연장근무는 별도로 적정금액을 지급하도록 조율하기도 한다”면서 “이런 논의가 곧 민간용역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중간수수료 문제와 근로시간 문제로 용역대표들과 간담회도 하면서 일관된 기준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상시고용협동조합은 관내 전체 농업노동력수요의 15%를 맡고 있다. 협동조합이 출범하면서 농가와 농업노동자 모두에게 과다한 수수료를 챙기는 민간용역을 견제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농가에게는 인건비 절감효과를 농업노동자에겐 협동조합 조합원으로서 소속감을 갖고 노동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고 있다.

거창상시고용사회적협동조합은 농사일에 서툰 농업노동자에게 3일간 실무교육을 진행한 뒤 작업에 배치하고 있다. 교육농가에는 1일 인건비의 40~50%를 교육수당으로 지급한다. 거창상시고용사회적협동조합 제공
거창상시고용사회적협동조합은 농사일에 서툰 농업노동자에게 3일간 실무교육을 진행한 뒤 작업에 배치하고 있다. 교육농가에는 1일 인건비의 40~50%를 교육수당으로 지급한다. 거창상시고용사회적협동조합 제공

지역간 네트워크 구축이 과제

사과농사는 4월 중순부터 6월 초까지 꽃을 따고 열매를 솎는 작업을 해야 한다. 40여일 남짓한 기간에 일손수요가 급증하는 것이다. 황 팀장은 이 기간 동안 관내인력만으로는 필요인력의 3분의2 수준만 충족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부족한 자리는 관외인력과 외국인노동자 몫이다.

상시고용협동조합은 관외인력을 유치할 목적으로 거창군 웅양면에 다목적 전용숙소를 지어 운영하고 있다. 또, 농사일에 서툰 농업노동자들은 1일 이론교육과 3일 실무교육을 거쳐 작업에 투입하고 있다. 수수료 벌이에 급급한 용역업체는 따라가기 힘든 사업이다.

황 팀장은 “지역간 네트워크가 잘 연계돼야 한다”라며 권역별 네트워크가 아닌 작기별로 구분해 연동할 수 있는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대부분의 농업일자리가 작기별 일용직에 맞춰져 있기에 체계적인 관리를 하지 않으면 예산을 아무리 많이 투입해도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황 팀장은 “부산권역 노인회에서 파견을 오면 이곳에서 사과작업을 하고 합천군으로 넘어가 양파수확 작업을 한다”면서 “예를 들어 경북 영양군은 풋고추 작업에 6월부터 7월까지 인력이 필요하다. 영양지역과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으면 우리가 파견을 보낼 수도 있는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단일 지자체 범위에서 일자리 사업을 돌려서는 인력난 해결이 어렵다. 지역간 네트워크가 구축돼야 제대로 농업일자리 창출사업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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