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고소한 내음 가득한 지리산 ‘황치마을’

마을기업으로 지속가능한 상생 모델 구축
절임배추·산채누룽지 등 농산물 가공·판매

  • 입력 2019.07.01 00: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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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달 25일 전북 남원시 산내면에 위치한 ‘황치마을영농조합법인'에서 우신애(40)씨가 산채누룽지를 만들어 포장하고 있다. 배정은 기자
지난달 25일 전북 남원시 산내면에 위치한 ‘황치마을영농조합법인'에서 우신애(40)씨가 산채누룽지를 만들어 포장하고 있다. 배정은 기자

절임배추와 메주, 고로쇠수액 그리고 취나물이 들어간 산채누룽지.

지리산 둘레길이 감싸 안은 전북 남원시 산내면 중황리의 마을기업 ‘황치마을영농조합법인(황치마을)’에서 판매중인 상품이다. 마을기업은 지역 주민이 지역의 자원을 활용한 수익사업으로 공동의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소득 및 일자리를 창출해 지역 공동체의 이익을 효과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설립·운영하는 마을 단위 기업을 의미한다.

황치마을은 지난 2016년 마을 소유의 부지를 활용해 공장을 설립했으며, 마을기업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조용태 중흥리 이장이 대표를 맡고 있다. 주민들은 쌀이나 배추 등의 원재료를 재배해 납품하거나, 제품 생산에 직접 참여하기도 한다.

황치마을에선 주문이 들어오면 제품을 생산·판매하므로 상주하는 인력은 대개 일정하지 않고 유동적이다. 김장철을 앞두고 바쁠 때에는 20명 정도가 함께 모여 절임배추 생산에 매달리기도 하나, 영농철 모내기 등으로 바쁠 때에는 주문량을 맞추기 위한 최소한의 인력만이 투입된다.

조용태 이장은 “마을 내 전체 80가구 중 귀농 가구가 절반을 차지한다. 고령화가 진행되는 농촌에 젊은 사람들이 들어왔고, 같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다 보니 기업을 만들게 됐다. 마을에 80~90대 어르신들도 많고 농촌에선 개개인이 생산한 농산물을 판매하려면 팔리지도 않고 어렵기만 한데, 마을기업이 생산한 농산물을 좋은 가격에 수매하고 함께 가공해 판매까지 책임지니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황치마을에서 실무 대부분을 담당하는 양선배 남원시농민회 산내면지회 사무장은 “처음 마을기업 시작할 때부터 어르신들이 매우 솔선수범해서 이끌어주셨고 그 모습을 보고 배우며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면서 “농산물이 수확되는 철에 맞춰 고로쇠수액과 메주, 절임배추 등을 판매 중이고, 지난 1월부턴 누룽지를 시작했다. 특색을 살리기 위해 특산물인 취나물을 넣게 됐고, 재구매가 많은 것으로 보아 반응은 좋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 사무장은 “마을기업이 없을 땐 어르신들이 농한기에 일거리를 찾으러 마을 아래까지 내려가곤 하셨다. 산채누룽지를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인건비를 따로 챙겨드리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대부분 봉사로 일을 하셨는데, 최근 주문량이 조금이나마 늘며 이제 산 아래까지 내려가지 않고 동네에서 일을 하실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7년 행정안전부 ‘마을기업육성 공모사업’에 지정되며 황치마을은 △기계 장비 구입 △시제품 개발 등에 필요한 사업비를 지원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산채누룽지 사업을 시작했고, 입소문을 타며 최근 판매량이 점차 느는 추세다.

한편 양 사무장은 “판매량을 늘리는 게 마을기업의 목표는 아니다. 제초제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안전한 농산물을 좋은 가격에 수매하고 이를 가공해 마을의 어르신과 주민들이 함께 먹고 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다”라며 “마을 공동체를 지키자는 차원에서 시작한 일이고, 마을기업에 참여하는 주민들도 더디게 가더라도 안전하고 가치 있는 제품을 만들자는 데 동의하고 있다. 대부분 시장에선 가격 경쟁력에 주력하고 있지만, 원재료에서부터 노력을 기울여 만든 만큼 소비자들도 그걸 알아주시는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조 이장은 “마을기업의 수익은 제품 생산에 참여한 주민들의 인건비를 제외하고 전부 마을기금으로 활용한다. 마을기금으로 다 같이 복달임도 하고 주민들이 함께 어울리는 기회가 많아졌다는 게 마을기업이 가진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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