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자각된 농민의 단합만이 자기의 운명을 바꾼다”

‘재창립’ 홍천군농민회 동면지회
농민수당 도입·송전탑 반대 앞장
농민 주도적 지역 변화 선도하며
주체적 농민층 확대 순기능 증명

  • 입력 2019.07.01 00: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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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농민농업의 당사자인 농민들은 주체적인 존재다. 비록 자본과 사회통념에 의해 잠식되고 핍박받는 현실에 놓여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삶엔 비판의식이 살아있다. 농민들은 적대적인 환경에 맞서 끊임없이 저항한다. 농민층이 두터워진다는 건 우리 농촌과 사회가 보다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잠재력이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몇몇 농민단체들은 이같은 주체성과 운동성을 역동적으로 실천하며 농민의 존재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비아캄페시나가 있다면, 국내엔 농민회가 대표적이다. 시군마다 자리잡은 농민회는 지역 변화를 앞장서 끌어가는 주체로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차츰 조직을 넓히며 농민층을 확산해가는 그 모습에서 농촌사회의 한 줄기 희망을 찾을 수 있다.

홍천군농민회 동면지회(지회장 이승곤, 동면지회)는 그 좋은 사례다. 올해 1월 재창립의 깃발을 올린 동면지회는 채 반년도 안 돼 조합장 선거 매니페스토 운동과 농민수당 촉구활동 등 벌써 지역에서 혁혁한 활동을 전개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홍천군농민회 동면지회는 홍천군 농민수당 도입을 위해 주력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열린 ‘동면 농민한마당’에선 농민수당 설명회를 진행해 농민들의 이해를 돕기도 했다.한승호 기자
홍천군농민회 동면지회는 홍천군 농민수당 도입을 위해 주력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열린 ‘동면 농민한마당’에선 농민수당 설명회를 진행해 농민들의 이해를 돕기도 했다.한승호 기자

1987년에 창립한 동면지회는 한때 여의도 농민대회에 65명을 동원하고 지역에서 나락 수매거부 운동을 펼치는 등 어느 지역보다 활발한 농민운동의 면모를 과시했다. 그러나 조직 운영 경험부족과 일부 경제사업 실패 등의 사유로 최근까지 와해 상태에 있었다.

불씨를 되살린 건 남궁석 현 홍천군농민회장이다. 실낱 같은 희망을 놓지 않고 홀로 동분서주하며 동면 농민들의 목소리를 모으려 한 남궁 회장의 노력이 주변 농민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30대부터 70대까지, 주체적 의식을 가진 농민들이 남궁 회장이 지켜온 토대 위에 결집했고 이것이 올해 동면지회 재창립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동면지회가 재창립 직후 주력한 건 농민수당 도입이다. 면단위 농민 행사에서 농민수당 설명회를 여는가 하면, 면내 14개 마을을 돌며 500명의 농민들로부터 농민수당 촉구 서명을 받으면서 행정을 압박하고 있다. 동면 인구(2,000명)의 4분의1, 농민수(1,200명, 농협조합원 기준)의 40%에 이르는 숫자다.

이승곤 지회장은 “농민회(면지회)가 있을 때와 없을 때 기관·단체들이 농민을 보는 눈이 다르다. 농협도 눈치를 많이 보고, 동면에선 마을 주민들의 호응도 매우 좋다”고 자신하고 있다. 김기승 동면이장협의회장은 “지역 현안에 대해 열심히 활동하고, 과거에 비해 한층 지역 농민들과 결속해 함께하려는 모습이 보기 좋다. 특히 지역 이슈에 대한 정보를 빨리 입수·전달해 지역에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평했다.

홍천군농민회 동면지회 재창립의 주역인 남궁석 홍천군농민회장, 이승곤 동면지회장, 권성진 동면지회 총무(왼쪽부터). 동면 지역에선 매우 신망이 높은 인물들로 꼽힌다.
홍천군농민회 동면지회 재창립의 주역인 남궁석 홍천군농민회장, 이승곤 동면지회장, 권성진 동면지회 총무(왼쪽부터). 동면 지역에선 매우 신망이 높은 인물들로 꼽힌다.

최근 동면의 최대 이슈는 고압송전탑 건설이다. 울진-가평을 잇는 한국전력의 고압송전선로가 홍천군 동면과 남면을 지나갈 예정이다. 2016년부터 밑그림을 그린 사업이지만 밀실행정으로 인해 지역민들은 전혀 알 수 없었고, 지난달 1일에야 남면지역에서 인지 후 대책위를 구성했다.

동면은 소식이 더 느렸다. 지난 16일 남면 투쟁에 연대차 방문한 농민회 동면지회가 현장에서 언론에 보도된 지도를 통해 동면도 경로에 포함돼 있음을 확인했다. 이에 동면 곳곳에 송전탑 반대 현수막을 내걸며 공론화에 앞장서고 있는 상황이다.

동면지회는 향후 송전탑 문제를 최우선 현안으로 삼고 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지역마다 주민들을 배제한 개발사업이 난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동면 송전탑 또한 이같은 농민들의 주체적 결집체가 없었다면 무력하게 넘어갔을 뻔한 사안이다. 농민층의 결집과 확산 여부는 농업 문제를 떠나 농민들 각자의 삶과 농촌지역의 향배에도 결정적인 분수령이 된다.

남궁석 홍천군농민회장은 “자각된 농민들의 단결·단합만이 자기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 과거부터 농민회 면지회가 있을 땐 지역 전체가 활성화됐고 없을 땐 쇠퇴했다”며 농민들의 주체역량을 강조했다. 그는 “주민들이 농민회를 보고 ‘수고한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사실 각자 자신의 문제”라며 “모두가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 같이 노력해야 자부심과 자존감이 생기고, 지역 농정을 바꿔갈 동력이 생기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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