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헌의 통일농업] 대북 쌀 지원 재개, 농업계가 큰 힘 보태
[이태헌의 통일농업] 대북 쌀 지원 재개, 농업계가 큰 힘 보태
  • 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 승인 2019.06.30 18: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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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헌((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9년 만에 우리쌀을 북한 동포에게 지원한다. 대북 쌀 지원이 재개되기까지 우리 농민들과 농업계의 동의와 지지, 그리고 참여가 큰 힘이 됐다.

정부는 북한 동포들에게 우선 우리쌀 5만톤을 긴급 지원키로 결정하고,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한다. 햇곡식이 수확되기 전에 쌀 지원을 마무리하겠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회담 직후 북한은 세계식량계획(WFP) 세계식량농업기구(FAO) 유니세프(UNICEF) 등 국제기구에 식량지원을 요청하고, 북한 내 식량수급 실태에 대한 조사에 협력했다. 알려진 대로 지난해 북한의 농사는 흉작이었다. 식량부족 사태는 예견된 일이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가 비교적 신속하게 대처한 셈이다.

사실 이번 대북 인도적 쌀 지원 방침에 대해 부정적 여론도 적지 않다. 식량부족 사태가 자작극이라는 극단의 가짜뉴스를 낳기도 했다. 또 북한에서는 인도적 지원 조치에 대해 “부차적이고 시시껄렁한 지원”이라는 반응을 내놔 우리 국민의 마음을 상하게도 했다. 이런 우여곡절 속에서도 우리 농업계의 일관된 지지입장이 큰 버팀목이 됐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은 ‘국가경제개발 10개년 전략계획’을 통해 2020년에는 앞선 나라들의 수준에 올라서겠다고 공표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식량지원을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 매우 난처했을 법하다. 북한의 외교적 수사는 거칠고 때로는 본마음과는 다르게 모질기까지 하다. 세련된 것과는 거리가 멀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우리 국민의 마음은 불편했다. 우리 농업계에서 거들지 않았더라면 이번 인도적 지원 방침은 자칫 어긋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이번처럼 시의적절치 않아 보이기도 하는 북한의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우선 기본 노선 상에서 ‘경제건설 총력’ 방침에 변함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듯하다. 이는 비핵화 조치와도 연계돼 있다. 당면 과제로는 ‘체제보장’과 ‘제재의 완화’ 조치를 확보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남북 간에 있어서는 ‘판문점선언’과 ‘평양선언’ 등 합의된 사항을 이행하라는 주문일 것이다. 북한은 이를 ‘근본적인 문제’로 보고 인도적 지원을 넘어 여기에 집중해 달라고 요청한 셈이다.

이번 대북 쌀 지원을 이끌었던 농업계는 이제 한반도 농업협력에 대한 밑그림을 구상할 필요가 있겠다. 한반도 신경제 지도를 구상하는 정부의 정책이 경제적 공동체에 초점이 맞춰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유럽연합이 시행했던 ‘농업부문 통합전략 정책’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아 보인다.

유럽연합은 지난 2000년부터 2006년까지 중·동부유럽 10개국의 농업과 농촌개발을 위한 통합 정책(SAPARD)을 추진했다. 이는 유럽연합에 가입하려는 국가에 대해 농업부분의 통합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특이한 점은 가입 전 지원정책으로 제도 기관의 설립과 결속을 위한 투자를 지원하고, 환경 및 교통인프라에 대해 대규모 프로젝트를 담당했다는 점이다.

유럽연합은 이 정책을 통해 가입신청국이 작성한 농업농촌개발 프로그램을 지원했으며, 개별 협력과제는 해당 국가가 설정한 우선순위에 맞춰 진행했다. 이는 전체 14개 항목으로 구성된 종합적인 협력프로그램이자 공공재정과 민간투자를 병행했다는 점, 그리고 독립적인 운영방침과 평가시스템을 적용했다는 점에서 향후 한반도 농업협력에 적용 가능한 모형으로 평가받고 있다.

향후 우리는 인도적인 긴급 구호를 넘어 농업 인프라의 복구와 중장기 농업개발협력, 그리고 농업부문의 경제협력을 함께 구상하는 것이 적절하다. 인도적 지원과 개발협력, 그리고 경제협력을 별개로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적으로 병행해야 하며, 선도적인 모형을 적용할 필요가 있겠다. 이는 남북한을 포함한 미국, 국제사회의 구상과도 어긋나는 일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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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기사단원 2019-07-02 15:35:22
멈췄던 핵개발이 다시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