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푸드플랜, 민간이 주체로 나서야만 성공한다

  • 입력 2019.06.30 18:00
  • 기자명 박종서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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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서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사무총장

문재인정부의 통합먹거리정책인 푸드플랜이 최근 농업계를 비롯한 먹거리진영을 중심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2017년 7월 문재인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 100대 과제에 포함된 이후 농림축산식품부 주도로 세부계획이 마련되고, 2018년 9개 선도 지자체 선정, 올해 4월에는 25개 지자체가 추가 선정되는 등 그야말로 일사천리다. 이렇다 보니 민간진영에서는 관 주도의 일방적인 추진 방식에 대한 문제제기와 유통 중심의 로컬푸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과 우려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푸드플랜은 국가 및 지역단위 생산-가공-유통-소비-폐기 등 먹거리 선순환체계 구축과 먹거리 관련 교육, 복지, 영양, 환경, 일자리 창출 등을 포괄하는 범부처적 성격의 사업이다. 그동안 생산·공급적 관점에서 수립, 추진되던 농식품 정책에서 탈피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필요와 요구를 반영, 사회적·환경적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국가 및 지역단위 종합 먹거리 전략이라 할 수 있다. 푸드플랜의 확대에 큰 기여를 한 2015년 밀라노 도시먹거리 정책협약(Milan Urban Food Policy Pact)에서는 각각의 부처와 부문을 넘어 협력을 통한 실천의 전면화를 제안하고 있다. 즉 부처의 칸막이를 뛰어넘고, 민관의 거버넌스 구축을 핵심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정부의 푸드플랜 추진상황을 보면 이에 대한 개념과 계획은 찾아볼 수 없다. 농식품부의「2019년 먹거리 선순환체계 확산 추진계획」을 살펴보면 주요과제로 로컬푸드 가치 확산, 공공급식 로컬푸드 공급확대 지원, 지역 푸드플랜 구축 지원, 공공급식·로컬푸드 등 대안 유통경로의 가격정보 조사체계 구축을 선정했으며, 세부 주요 계획으로 혁신도시 공공기관 급식 로컬푸드 공급확대, 군급식 로컬푸드 공급 확대, 학교급식 로컬푸드 공급 확대, 공공급식 통합 플랫폼 구축 사업 등 대부분 유통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부 시민사회와의 소통과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는 밝히고 있지만 밀라노협약에서 제안됐던 민관 거버넌스 구축을 통해 민간이 주도하는 통합적 관점의 먹거리 전략 구축이라는 개념은 보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푸드플랜이 우리 농업과 먹거리 정책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올 중요한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기형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로컬푸드의 연장선 정도로 개념을 축소시킨 농식품 관료의 책임과 더불어 농업계와 먹거리 진영의 적극적 대응이 부족했던 점 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늦은 감이 있지만 최근 급식, 생협, 농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전국단위 연대체 건설 논의가 시작된 점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푸드플랜의 올바른 정착을 위해 민간 진영의 역량을 모으는 것은 향후 본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기초 및 광역에서도 먹거리 관련 제 단체가 연대해 푸드플랜이 올바르게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동력을 만들어 내는 작업 또한 중요하다. 일례로 생산·유통·소비와 관련된 30여개 단체로 구성돼 대전 유성구의 먹거리 정책을 이끌고 있는 ‘대전푸드플랜네트워크’나 지난달 10일 주요 농민단체 중심으로 결성된 ‘괴산먹거리연대’ 등의 사례는 지역단위 연대조직 건설의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푸드플랜이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고, 농정을 뛰어넘는 통합 먹거리 정책이 되기 위해서는 프랑스나 스웨덴, 핀란드 등과 같이 국가단위 위원회 조직을 통해 먹거리 통합 전략을 마련하고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새로운 조직을 만든다는 것은 상당한 노력과 시일이 소요되는 사안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4월 출범한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를 통해 푸드플랜에 대한 전반적 방향을 재검토하고 조정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중장기적으로는 법적 기반을 갖춘 ‘국가농식품위원회’ 등을 설치해 추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라 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라는 것을 우리는 수없이 경험해 왔다. 푸드플랜은 바로 ‘사업’이 아니라 ‘사람’이 중심돼야 하며, 더 많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조직하고, 주체로 나서게 할 때만이 성공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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