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복지, 로드맵 구축부터

유럽식 계사 무차별적 적용 지양하고

생산자·소비자 모두 제대로 인식해야

  • 입력 2019.06.30 18:00
  • 수정 2019.07.01 00:12
  • 기자명 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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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배정은 기자]

‘농장동물의 복지는 거스를 수 없는 소비 트렌드가 됐다’는 것이 축산업계의 중론이다. 다른 축종보다 동물복지 인증 사례가 많고 시중에서 동물복지 상품도 비교적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산란업계가 동물복지를 위한 계사 도입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생산자·소비자·학계의 머리를 맞댔다. 지난달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동물복지형 산란계사, 바람직한 도입방안은’ 토론회가 열렸다(사진).

산란계에는 지난 2012년 국내 축산업계 중 최초로 동물복지 농장 인증제도가 도입됐다. 올해 4월을 기준으로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산란계 농장은 124호에 달한다.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양돈농장이 14호이고 한우농장은 없다는 것을 고려하면 빠른 속도다.

하지만 우리나라 축산은 규모화·전업화 되면서 정착된 사육방식이 생산성 향상에 초점이 맞춰져 왔던 탓에 동물복지와는 거리가 멀다. 때문에 동물복지 또는 그 인증을 위해서는 산란 닭의 복지를 위한 계사를 다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김준영 ㈔농어업정책포럼 동물방역복지분과 위원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유럽식 동물복지 산란계사 기준을 무차별적으로 수용해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현실을 고려한 단계별·유형별 도입이 필요하다. 생산자의 수익과 도입 가능성이 보장되는 한편으로 소비자의 알권리와 건강하게 먹을 권리도 동시에 높이는 도입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홍재 대한양계협회장은 “동물복지형 산란계사 도입은 닭을 위한 것이고 동물복지는 거스를 수 없는 시장의 흐름이다. 결국 동물복지는 양계농가들에게 극복해야 할 과제”라면서 “소비자와 산업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사육면적 확대, 사육시설 교체는 단기간에 이뤄질 수 없으므로 농가가 동물복지로 전환할 수 있는 시간과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정부가 할 일은 동물복지를 이유로 사육농가와 계사의 형태를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흐름에 맞춰 농가와 업계가 동물복지를 혼선 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장기적으로 홍보하는 한편 명확한 목표를 수립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연화 소비자공익네트워크 회장은 “살충제 계란 사건과 A4용지 크기 정도에 많은 닭들이 모여 있는 열악한 계사가 소비자에게 노출되면서 계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아졌다. 이후 동물복지로 상품화된 계란이 많아졌지만 그저 비싼 것이 내 몸에 좋다는 막연한 기대감만 있을 뿐 소비자들은 동물복지의 정확한 의미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시설·인증 등에 투입되는 비용부담은 소비자에게 전가되지만 소비자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다. 시설을 갖추는 것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사람의 철학이 바뀌어야 한다. 농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정책의 로드맵을 구축하는 한편 정보 제공은 소비자가 알아보기 쉽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청중 가운데 다수는 ‘동물복지형’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동물복지로 가는 과도기를 표현하는 뜻이나 자칫 소비자의 혼란만 야기할 우려가 있으므로 용어의 정의를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아울러 현재 농식품부가 추진하고 있는 축사시설현대화사업은 동물복지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과 함께 동물복지를 정의한 이후 정부가 목표를 두고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김동현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복지정책팀장은 “농장동물의 복지를 높이는 것이 지속가능한 축산을 실현하는 길이다. 동물복지 농장 인증은 2012년부터 시행해왔고 현재는 환경문제, 가축질병이 줄도록 사육 기준 강화방안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시대에 맞춰 축산과 관련 정책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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