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협동조합처럼 운영하고 협동조합답게 발전하겠다”

친환경 벼 생산농민 모여 출범한 익산친환경농민협동조합

타지역 잡곡 사오던 익산 학교급식 보고 잡곡농사도 시작

  • 입력 2019.07.01 00:00
  • 수정 2019.07.01 09:13
  • 기자명 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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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배정은 기자]

농업·농민에 대한 무관심과 홀대가 만연한 가운데 농민의 협동은 ‘농민의 존재 가치’를 지켜 줄 한줄기 희망이 아닐까. 여기 친환경농업에 대한 절실함과 사명감으로 똘똘 뭉친 농민들이 있다.

익산친환경농민협동조합(이사장 김상범, 조합)은 친환경 쌀·잡곡 생산농가가 직접 출자해 지난 2013년 출범했다. 다수의 조합원들이 인연을 이어온 것은 2005년부터다. 2005년 익산 8개 읍·면의 친환경 벼 재배농가가 결성한 ‘새별가리 작목회’가 조합의 전신이다.

요즘에야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관심이 많지만 친환경 농산물의 유통과 수매가 체계화되지 않았던 당시에 농민들은 유통업자에게 사기를 당하는 일도 많았고 수매대금도 안정적으로 받지 못하는 일도 허다했다. 새별가리 작목회 결성은 익산 친환경 농민들에게는 절실함을 풀어줄 희망이었다.

25년 째 농사를 짓고 있는 김상범 이사장은 과거 원인을 알 수 없는 시신경 손상으로 2년간 치료를 받아야 했다. 농사 지을 때 쓰는 약이 문제인가 싶어 친환경 농사에 입문한 것을 계기로 김영재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장과 오상노 전 조합 이사장과 연을 맺었다.

지난달 24일 전북 익산시 오산면의 한 논에서 김상범 익산친환경농민협동조합 이사장(왼쪽)이 모내기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전북 익산시 오산면의 한 논에서 김상범 익산친환경농민협동조합 이사장(왼쪽)이 모내기 준비를 하고 있다.

이들을 주축으로 8년여를 이어오던 작목회는 대외 교섭력 향상과 판로 확대를 위해 협동조합 출범을 결심하게 된다. 그렇게 200여명의 조합원이 모여 이끌고 있는 조합에서는 현재 친환경 쌀과 잡곡, 콩류를 생산하고 있다. 유기농과 무농약을 합해 약 320ha의 농지 중 20~30ha 정도는 잡곡 생산을, 나머지는 백미와 찹쌀, 유색미를 생산한다. 잡곡 가운데서도 절반은 서리태와 백태고 나머지 절반은 보리, 차조, 기장, 녹두, 율무 등 종류가 다양하다.

처음 조합을 설립했을 때는 친환경 쌀이 유일한 작목이었는데, 쌀이 많이 남기도 하고 익산 학교급식에 쌀을 제외한 기타 잡곡류는 다른 지역에서 공수해온다는 이야기에 2015년부터 잡곡 생산을 시작했다고. 현재 논 타작물 재배사업을 하는 정부보다 빠른 판단이었다. 잡곡 생산에는 조합원 20명 정도가 참여하고 조합은 이들에게 잡곡 생산에 필요한 콤바인, 복토기 같은 농자재를 지원해주고 있다.

현재 조합이 생산하는 잡곡은 전부 익산시 학교급식으로 공급되고 있고 백태는 지역의 유기농 된장을 제조하는 곳에서 거의 전량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도 남는 작물은 조합이 직접 생협 등을 통해 판매하고 지금도 여전히 판로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조합은 각 면별(단지별) 이사들이 모여서 회의를 하고 총회를 거쳐 사업 방향 등의 의사를 결정한다. 그 과정에서 이사들은 각각 조합원들에게 회의 내용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소통하고 있으며, 1년에 2회씩 워크숍을 통해 교류한다.

특히 조합에는 50세 이하 조합원으로 구성된 청년위원회가 있는데 이들은 조합 수매는 물론 조합원들이 생산한 작물에서 잔류물질이 검출되지는 않는지 직접 돌아다니면서 시료를 채취하고 검사를 맡기는 자체 포장심사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조합의 사무를 담당하고 있는 곽미자 과장은 “직접 농사를 짓지는 않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는 농민들의 모습을 7년째 보고 있자니 농민들의 노력에 비해 농업소득이 너무 낮다는 생각이 든다”며 “조합원들은 새벽부터 하루 종일 농사를 짓고 밤에는 모여 회의를 한다. 특히 임원들은 잠 잘 시간도 없이 조합을 위해 일하는데 그런 모범적인 모습이 조직력을 더욱 끈끈하게 하고 젊은 조합원들로 하여금 스스로 노력하게 만든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생산만 하고 협동조합이 알아서 해달라는 조합원도 있지만 집행부만큼이나 협동조합의 일에 열심인 조합원도 많다. 특히 청년위원회는 자발적으로 꾸려졌는데 조합의 일을 내 일처럼 해주는 덕에 큰 힘을 받고 있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아울러 “농업과 관련한 사업을 하려고보니 협동조합으로는 토지를 구매할 수도 없고 영농시설을 지원받을 수도 없었다. 사업 전개상 한계가 많아서 2015년에는 자회사 오가닉팜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했다. 하지만 협동조합은 지속돼야 한다. 개인적으로 하기 어려운 수매와 지원 사업에 직접 그리고 함께 참여하면서 농민들이 농업의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우리를 통해 익산 친환경 농업이 지속될 수 있는 틀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협동조합답게 발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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