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수입축산물, 소비자·축산농가 보호 대책 강구해야

[ 생산에서 가치로, 축산 패러다임 전환을 ] 축산을 지켜야 밥상주권 지킨다 ②

  • 입력 2019.06.23 18:00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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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국민 1인당 축산물 소비량이 매년 늘고 있다. 시장개방으로 축산물 수입량이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국내 축산시장은 수입 의존도도 높아졌다. 과거와 달리 수입 축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부감마저 줄어드는 상황에서 관세 제로화까지 눈앞에 둔 국내 축산업계는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위기를 타개하려면 축산의 기초라 할 수 있는 종축개량연구를 강화하는 한편 다양한 형태의 축산이 유지되고 가치를 인정받는 미래를 그려볼 필요가 있다. 편집자 주

Ⅰ. 풍요 속의 빈곤, 축산이 위태롭다

Ⅱ. 흔들리는 축산, 이정표가 필요하다

Ⅲ. 축산을 지켜야 밥상주권 지킨다


축산물 수입이 급증하며 소비자 밥상과 축산농민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부정유통과 자급률 하락, 축산농가 감소에 대응할 대책 수립을 더 이상 늦춰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18일, 서울 구로구에 있는 한 중형마트 축산물코너. 불시에 찾아온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원장 노수현, 농관원) 경기지원 직원들이 원산지 표시를 확인했다. 진열대엔 이력번호와 원산지가 기재된 스티커가 제대로 붙었지만 창고에 쌓아둔 축산물엔 스티커가 붙어있지 않았다. 원칙상 창고에 보관된 축산물도 팩으로 포장하면서 원산지 표시가 붙어야 하지만 이를 준수하는 매장은 찾기 어려웠다. 자칫 실수로 창고에서 축산물이 섞이면 원산지 관리가 안 되는 불안한 상황이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기지원 전배식 주무관(오른쪽)과 서정은 주무관(왼쪽)이 지난 18일 서울시 구로구 일대에서 축산물 원산지 표시를 단속하고 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기지원 전배식 주무관(오른쪽)과 서정은 주무관(왼쪽)이 지난 18일 서울시 구로구 일대에서 축산물 원산지 표시를 단속하고 있다.

이력번호 없는 수입축산물

이날 농관원 직원들과 동행해 축산물 판매장 7곳을 돌며 원산지 관리 실태를 확인했다. 그 결과, 7곳 모두 원산지 표기뿐 아니라 위생문제에서도 미흡한 점을 찾을 수 있었다. 특히 냉동 수입축산물을 해동해 진열한 걸로 의심되는 정황이 많이 보였다.

하지만 농관원에겐 위생관리까지 단속할 권한이 없다. 위생관리는 축산물위생관리법상 식품의약품안전처 관할이다. 인력은 적고 단속할 업소는 많아 현장점검을 할 때 원산지와 위생 문제를 한번에 점검해야 효율적인데 현행법에 막혀 있다.

점검은 보통 2인 1조로 구성해 운영된다. 1명이 매장 창고를 확인하고 거래명세표와 내역서를 대조하는 동안 다른 사람은 이력번호를 직접 확인하고 진열한 축산물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했다. 서정은 농관원 경기지원 주무관은 “육안으로 봐서 수입산이 의심되면 시료를 수거해 DNA 검정을 한다. 보통 1주일 내외로 결과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날은 매장 1곳에서 한돈 스티커를 붙인 돼지목등심이 의심돼 시료로 4㎏을 구입해 수거했다.

다른 매장에선 이력번호 관리 부실로 과태료 처분을 맞았다. 이 매장은 이력번호란을 비운 채로 수입산 쇠고기를 판매하고 있었다. 원산지 표시도 국적 없이 ‘수입산’이라고만 표기했다. 게다가 진열한 한우 채끝과 꽃등심에는 돼지에 해당되는 이력번호를 붙이고 있었다. 전배식 농관원 경기지원 주무관이 거래내역서와 도축증명서 열람을 요구했지만 해당업소 사장은 “찾는 게 일이다. 다음부터 관리하겠다”며 내놓지 못했다.

원산지 단속, 보완 필요

농관원에 따르면 지난해 축산물 원산지 표시 위반 건수는 총 1,693건으로 돼지고기가 1,069건, 쇠고기는 470건에 달했다. 축산물 중 원산지 표시 위반건수가 가장 많은 돼지고기는 2015년부터 올해 4월까지 총 5,143건의 적발실적을 기록했다.

지속적인 단속에도 원산지 위반 사례가 줄지 않자 처벌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태식 대한한돈협회장은 “영업을 못하게 하는 강제조항이 없으면 계속 원산지 표기를 피해가려 할 것이다”라며 “이베리코 돼지고기 단속,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국에서 불법 휴대해 국내로 반입한 축산물가공품 단속도 효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노수현 농관원장은 5일 서울 2축산회관을 찾아 축산관련단체협의회 단체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원산지 표시 위반 적발에 많이 노력했지만 과제가 남아있다”라며 “부정유통·허위표시 등으로 품목을 속이는 행위도 단속해야 하는데 농관원에겐 단속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축산물 유통 전반에 대한 단속이 체계적으로 이뤄지려면 법령개선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자급률 지키고 농가 보호해야

축산물 수입량이 늘어나면서 자급률이 떨어지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쇠고기 수입물량은 지난해 41만5,000톤으로 전년도 대비 7만톤 가량 늘었으며 돼지고기 수입물량은 지난해 44만 2,000톤으로 역시 7만톤 넘게 물량이 급증했다. 이에 쇠고기 자급률은 2014년 48.1%로 50% 선이 무너진 뒤 2016년엔 38.9%까지 하락했다가 지난해 41%를 기록했다. 돼지고기 자급률도 같은 기간 75.3%에서 67.6%로 떨어졌다.

권영웅 FNT컨설팅 대표는 “10년 내에 자급률이 50% 이하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라며 “ASF 발생 추이와 미·중 무역분쟁이 변수가 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돈가가 좋을 때 한돈산업 고도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계재철 전국한우협회 한우정책연구소장은 “오는 2027년이면 수입쇠고기에 붙는 관세가 사라진다. 15년동안 점차적으로 관세를 낮추며 충격을 줄이고 있지만 농가들이 심리적으로 요동칠 것이다”고 전망했다. 계 소장은 “공급량을 늘렸다간 가격이 하락하기에 인위적으로 자급률을 높이긴 어렵지만 지금 수준의 자급률은 지켜야 한다. 30% 선이 무너지면 수입쇠고기가 활개치며 시장교란이 일어날 수 있다”면서 “송아지생산안정제가 현실적으로 가동될 수 있도록 개선하고 장기적으로 비육우가격안정제를 도입해 농가 수가 급감하지 않도록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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