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배움의 지평을 넓히자

  • 입력 2019.06.23 18:00
  • 수정 2019.06.23 21:2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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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 1일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 ‘도시락 워크숍’ 행사에서 영화를 상영했다. ‘부르키나베 바운티(풍요의 땅 부르키나파소)’라는 영화였다. 서아프리카 국가 부르키나파소 농민들이 식량주권 수호, 전통농업 보전을 위해 벌인 투쟁을 다룬 영화다.

프랑스의 식민지배와 오랜 군부독재를 거치며 부르키나파소 사람들은 극심한 빈곤에 시달렸다. 전통농업 기반은 파괴됐다. 1983년 대통령이 된 토마스 상카라는 이 상황을 극복하고자 진보적 개혁정책을 실시했다. 부족장과 대지주들이 가진 땅을 무상몰수해 농민들에게 나누는 토지개혁을 단행했고, 문맹퇴치와 여성차별 철폐 정책을 펼쳤다. 그의 집권 4년 만에 문맹률이 대거 감소하고 농업생산량은 2배 이상 증가했다.

서구 강대국들은 상카라의 개혁정책을 경계했다. 1987년 미국과 프랑스는 상카라의 동료를 사주해 군사쿠데타를 일으켜 상카라를 처형시켰다. 개혁은 그렇게 끝난 줄 알았다.

그러나 ‘상카라의 후예들’은 생태농업과 토종종자를 기반으로 하는 농업 자립을 위해 노력했다. 영화에서 기억나는 이야기 중 하나는 이 나라의 토종작물 ‘얌’ 재배농가들에 대한 것이었다. 2010년 재배농민이 15명으로 줄어들 정도로 위기를 겪었던 얌 농업은, 수확량 증대 및 재배법 보급을 위한 지역 농민들의 노력으로 현재는 100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그 밖에도 지역 토종 사막대추야자 열매로 비누를 만들어 파는 마을 단위 가공모임, 토종 수수로 지역 전통맥주 ‘도도’를 만들어 파는 주민들의 이야기가 기억난다.

소위 세계화 시대, 농업 분야에서도 여전히 강대국과 다국적 자본(정확히는 ‘강대국 자본’)이 세계농업을 지배한다. 그런 상황에서 경제적 통계치 기준으론 아프리카 최빈국인 나라에서 자신들의 농업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해방 후 미국의 경제원조 과정에서 자립 농업기반이 파괴된 우리로서도 부르키나파소 이야기는 남 일이 아니다.

우리는 해외사례를 참고할 때 대부분 선진국 사례를 위주로 본다. 선진국에서도 배울 건 최대한 많이 배워야 한다. 그러나 그와 함께 배움의 지평을 넓히기 위한 시도도 필요하다. 악조건 속에서도 농업자립을 추구하는 제3세계 수십억 농민들의 오래되고도 새로운 길을 놓치고 있진 않았나 자문하고 싶다.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더더욱 참고해야 할 해외사례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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