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부엌’에서 도농상생 새 가능성 탐색해야

소농 생산 먹거리 공유의 새 장으로 주목

  • 입력 2019.06.23 18:00
  • 수정 2019.06.23 21:21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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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 18일 환경정의 주최 ‘마을부엌을 통한 도농연대' 행사 참가자들이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마을부엌 ‘어울림'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어울림'은 관악주민연대에서 운영한다.
지난 18일 환경정의 주최 ‘마을부엌을 통한 도농연대' 행사 참가자들이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마을부엌 ‘어울림'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어울림'은 관악주민연대에서 운영한다.
18일 서울 금천구 커뮤니티센터 앞에서 열린 장터 ‘화들장'. 화들장은 건강한농부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직거래장터로, 이날 100번째로 장이 열렸다.
18일 서울 금천구 커뮤니티센터 앞에서 열린 장터 ‘화들장'. 화들장은 건강한농부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직거래장터로, 이날 100번째로 장이 열렸다.

시민들이 마을부엌을 소농-도시민 상생의 새로운 장으로 주목하고 있다. 그 동안 마을부엌이 맡아온 도시민들의 먹거리 기본권 확보 및 마을공동체 강화 역할에 더해, 이젠 소농 생산 먹거리를 공유하는 역할의 강화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지난 18일 환경정의 먹거리정의센터 주최, 대산농촌재단 후원으로 ‘마을부엌을 통한 도농연대 : 소농 직거래장터 활성화를 중심으로’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날 참가자들은 종로 상생상회 및 상회 내 마을부엌, 관악구 관악주민연대가 운영하는 마을부엌 ‘어울림’ 등을 방문한 뒤 금천구 커뮤니티센터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각지의 마을부엌 활동 사례를 이야기했다. 김선정 건강한농부사회적협동조합(건강한농부) 이사장은 금천구 커뮤니티센터를 매개로 이뤄지는 활동을 소개했다. 건강한농부는 2017년 금천구 커뮤니티센터를 위탁운영하게 된 이래 센터에서 마을부엌 활동을 시작했다. 이곳에선 마을 주민들이 같이 장과 술도 담그고, 반찬도 만든다.

특히 건강한농부의 핵심활동으로 매주 화요일마다 열리는 농민 직거래장터 ‘화들장’을 꼽을 수 있다. 화들장은 친환경농산물을 매개로 지역 소농과 도시농민, 금천구 주민들이 함께하는 동네장터다. 2017년부터 시작해 지난 18일 100번째 장을 열었다. 건강한농부는 장터 운영을 언니네텃밭협동조합, 횡성농부발자국 및 각지에서 토종농사를 짓는 소농들과 함께해 왔다.

김선정 이사장은 화들장의 운영 방향에 대해 “행사성, 1회성 장터 운영으론 농민들의 안정적 수익 확보가 어렵다는 생각에 우선 주 1회 정기성 고수를 원칙으로 삼았고, 주민들이 자신의 마을 내에서 장을 봐야 1차 농산물 매출이 증가한다고 생각해 ‘동네 안에서 이뤄지는 생활장터’를 표방했다”며 “마을부엌과 연계된 먹거리장터는 지역먹거리에 대한 관심 증진과 지역사회 공론화, 먹거리 정책 생산의 광장으로 활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은평구에서 마을부엌을 운영하는 이현정 신나는마을공동부엌(신나는마을) 대표는 “마을 공동부엌에서 아이들 간식 챙겨주기와 돌봄 활동, 독거 어르신들을 위한 반찬봉사 등의 활동을 하며, 도시농민과 사회적경제 주체들이 함께하는 ‘은평 꽃피는 장날’에서 공동부엌 이름으로 고추장과 김치를 판다”고 활동을 소개했다. 신나는마을은 순환농법을 실천하는 전북 장수군 하늘소마을, 슬로푸드를 생산하는 전국의 농민들과도 교류한다.

마을부엌 운영 과정에서 어려움도 많다. 각 마을부엌의 재정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공간 임대료와 식재료비다. 대부분의 수입은 회비와 프로그램 참가비로 충당되는 상황에서 재정이 빠듯할 수밖에 없다. 식재료비의 여유로운 사용이 어려우니, 친환경먹거리를 구입하고 싶어도 부득불 동네 마트에서 먹거리를 사는 걸로 대체할 수밖에 없는 마을부엌들도 있다.

마을부엌 운영 주체들은 마을부엌을 도시민과 소농 간 가교로 삼기 위한 견해들을 피력했다. 김 이사장은 “아직 화들장은 지역 농민들의 주 1회 장터 참여가 어려운 점, 마을부엌 운영 과정에서 지자체 공모사업에 의존해야 하는 점 등의 어려움이 있다”며 “각 자치구 별로 상생상회 지점을 만들고, 그곳을 거점으로 요일별·각 아파트별 직거래장터, 마을부엌, 반찬카페, 조식카페 등으로 직거래 범위를 확대할 수 있도록 제도적·행정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소농-도시민을 연결하고 관리할 플랫폼과 인력의 확보가 절실하다. 이들이 SNS 홍보를 통해 소비자들과 지속적으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제철 농산물 꾸러미나 공동구매 등을 진행 시 현실적으로 소농-도시공동체 간 연계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선희 대전푸드플랜네트워크 교육위원장은 지역 푸드플랜과 마을부엌의 연계사례를 제시했다. 지난해 대전시 유성구 노은동에서 어린이식당 ‘동네함끼 어린이식당’이 시범 운영됐다. 유성구청 공무원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 사업은 컨셉을 마을부엌으로 정하고, 지역 사회적경제 공동체들의 협업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식당에선 대전·충남의 지역먹거리를 지역 초등학생들에게 제공함과 함께, 한 달 1회 부모와 학생이 함께하는 체험형 먹거리 교육도 진행했다.

한 위원장은 “동네함끼 어린이식당은 민·관 협치를 통해 마을부엌과 푸드플랜을 연계한 사례”라며 “마을부엌의 확산과 지속가능성을 위해선 지역공동체들이 자발적으로 협력하고 지자체가 이를 측면지원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현애자 언니네텃밭 운영위원장은 “먹거리 환경이 변화하는 상황에서 소비자 공동체의 조직화는 어려운 일인데, 그런 면에서 최근 서울시내에서 수십 개의 마을부엌이 활동한다는 데 감동을 느낀다”며 “마을부엌 주체들과 언니네텃밭 등 생산자조직들 간에 물류와 가공, 배송 등에 대해 함께 대책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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