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플랜 지속가능성, 핵심은 ‘민관 거버넌스’

정책 운영하는 ‘행정’·지속성 담보하는 ‘민간’ 함께 해야

  • 입력 2019.06.23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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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19일 대전광역시 유성구에 위치한 열린부뚜막협동조합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강만구(70, 왼쪽)씨가 지역 내 돌봄노인에게 건강도시락을 배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9일 대전광역시 유성구에 위치한 열린부뚜막협동조합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강만구(70, 왼쪽)씨가 지역 내 돌봄노인에게 건강도시락을 배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역 푸드플랜 시범 구축을 위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선정한 9개의 선도지자체 중 서울과 대전은 로컬푸드를 유통·소비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환경·복지·교육 등 공적인 부분으로 확대해 비교적 완벽한 형태의 푸드플랜을 구현해내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푸드플랜의 본질이 가장 잘 유지·확산되는 곳이 농업과 다소 거리가 먼 도시 지역인 것이다. 부족한 농업 기반 속 두 지역이 푸드플랜 시스템을 비교적 온전하게 구축할 수 있었던 데에는 민간의 역할이 컸다는 게 관련 전문가의 설명이다.

특히 활발한 소비자 중심의 생협을 바탕으로 한 대전 유성구의 경우 민간의 추진력을 행정이 따라잡지 못할 정도다. 대전에선 생산·유통·소비와 관련된 약 30개 단체로 구성된 ‘대전푸드플랜네트워크’가 유성구의 푸드플랜 사업 파트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홍은영 대전로컬푸드네트워크 사무처장은 “지난해 열린부뚜막을 통해 유성구 및 인근 지역의 취약계층 어르신 100분께 주2회 건강도시락을 배달했고, 의료·복지서비스를 연계해 민들레의료복지사회협동조합과 통합돌봄시스템을 구축했다. 어르신 반응도 좋았고 지역 사회 내에서도 지속해야 할 사업으로 꼽힐 만큼 반응이 좋았지만, 올해 유성구가 예산을 마련하지 않아 지원사업이 종료되고 말았다”면서 “열린부뚜막이 직접 유성구 보건소 문을 두드려 치매안전시스템의 일환으로 취약계층 어르신 20분께 주1회 도시락을 배송해 드리는 등 구축된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으나 행정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해 안타까움이 있다”고 말했다.

위의 경우 정책이 중단됐음에도 민간 주도로 푸드플랜 체계가 유지되는 사례다. 애초에 민간이 힘을 실어 민관 거버넌스를 그 만큼 제대로 구축해뒀기 때문이다.

윤병선 건국대학교 교수는 “민관 거버넌스의 중요성은 그 전부터 강조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간 대부분의 정책에 있어 초기에 관이 주도하는 경향이 강했기 때문에 취약한 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전의 경우 잘 하고 있는 지역 중 하나지만, 문제는 민관 거버넌스가 잘 되니까 이걸 정치적으로 폄훼하는 문제도 벌어진다는 것이다.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있는 만큼 민관 거버넌스가 사실 쉽진 않다”며 “푸드플랜은 중소 가족농과 지역 소비자의 먹거리복지를 본질화시켜 사회·생태적 먹거리를 확산시키고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해내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먹거리와 관련된 공공성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가야하고 시스템이 갖춰졌을 땐 거꾸로 공공성이 약화되거나 시장 요소를 강화하는 정책에 힘이 실릴 여지가 별로 없다. 선순환적 체계를 가능한 많이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전의 경우 농업 정책 지원이 전무할 정도로 농민도, 농업기반도 빈약하나 시민사회가 앞장서 푸드플랜에 가장 근접한 체계를 구축한 사례다. 지속가능한 푸드플랜을 위해 농민과 시민사회의 관심과 참여가 그 무엇보다 절실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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