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플랜, 농정의 울타리를 넘자
푸드플랜, 농정의 울타리를 넘자
  • 장수지 기자
  • 승인 2019.06.23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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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19일 대전광역시 유성구 지족동 열린부뚜막협동조합에서 회원들이 지역에서 생산된 로컬푸드로 조리한 반찬을 도시락에 담고 있다. 이 도시락은 매주 한 번씩 지역 내 취약계층 노인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9일 대전광역시 유성구 지족동 열린부뚜막협동조합에서 회원들이 지역에서 생산된 로컬푸드로 조리한 반찬을 도시락에 담고 있다. 이 도시락은 매주 한 번씩 지역 내 취약계층 노인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언니, 국 올렸어요? 조금 있다가 바로 밥 안쳐야 되는데….”

지난 19일 오전 9시가 안 된 시각, 대전광역시 유성구 지족동에 위치한 열린부뚜막협동조합(이사장 추경미, 열린부뚜막) ‘언니’들이 부엌 안팎에서 매우 분주하다. 정성을 들여 솜씨를 발휘한 오늘의 메뉴는 상추를 곁들인 고추장불고기와 청포묵무침, 그리고 맛깔스런 두부김치다.

잠시 후 식당 한편에선 준비한 반찬이 도시락에 정갈하게 담기고, 도시락은 지역 내 취약계층 어르신에게 전달된다. 얼핏 보면 여느 식당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지만 재료 대부분 지역 내에서 생산된 로컬푸드라는 점과 정갈하게 담긴 도시락이 향하는 곳에 차이가 있다.

먹거리차별 없는 사회를 위해 지난 2016년 설립된 열린부뚜막은 품앗이생협의 친환경 로컬푸드직매장인 품앗이마을에서 식재료를 받아 중식 및 행사 케이터링(행사나 연회에 출장 방문해 음식을 공급하는 것) 서비스를 제공한다. 열린부뚜막의 또 다른 역할은 취약계층 어르신에게 반찬도시락을 만들어 전달하는 것이다. 열린부뚜막은 단순한 도시락 배달에 그치지 않고 취약계층 어르신에 의료·복지 서비스를 연계해 지역 사회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엔 지역 내 활동가들과 함께 ‘어린이 식당’ 시범사업에도 참여했다. 어린이식당에선 방과 후 초·중등 학생들에게 로컬푸드로 만든 간식을 제공하고, 로컬푸드 식재료가 가진 의미와 식품첨가물 등에 대한 교육도 병행해 지속가능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이러한 열린부뚜막의 활동은 지역 단위 먹거리의 생산·유통·소비, 나아가 이를 둘러싼 안전·영양·복지·환경·교육 등 다양한 먹거리 관련 사안을 통합 관리하는 지역 푸드플랜의 정석으로 꼽힐 정도다.

농업·환경·먹거리의 조화로운 발전을 위해 문재인정부가 제시한 농정 이정표엔 국가 및 지역 푸드플랜이 나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중소 가족농을 조직화하고 지역 내 먹거리 결핍을 해결해 공공 차원에서 먹거리를 보장·확보하는 데 취지를 둔 푸드플랜은 농업정책뿐만 아니라 보건복지부 및 교육부, 환경부 등 범부처간 협업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축이 된 푸드플랜은 정책, 그것도 농업정책의 틀에 갇혀버린 모습이다. 부처 간 칸막이에 막혀 먹거리에 대한 통합적 접근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어서다.

더욱이 기존 로컬푸드의 확대 외에 푸드플랜이 지향하는 더 큰 가치를 정책적으로 담아내지 못하는 농식품부의 역량 부족은 시민사회와 먹거리진영이 우려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로컬푸드와 푸드플랜이 추구하는 방향의 결은 같지만, 푸드플랜은 로컬푸드보다 공공성이 더욱 강화된 측면으로 해석해야 한다.

물론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푸드플랜 패키지 지원사업을 단순한 유통 설비 지원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재고돼야 할 요소다.

농식품부가 푸드플랜을 ‘먹거리 생산부터 소비까지 전 과정을 연계하는 로컬순환시스템을 통해 지역민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보장하고, 도농상생, 지속가능한 먹거리 산업을 도모하는 지역 단위의 먹거리 종합전략’으로 정의하고 있는 만큼, 푸드플랜은 단순히 지역에서 생산된 로컬푸드를 지역 내에서 유통·가공·소비하는 것에 그칠 게 아니라 지역민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보장하는 한편 복지와 교육, 환경까지 고려해 지속가능한 민관 거버넌스 구축을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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