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공동급식도 여성농민의 말 한마디서 시작됐죠”

[인터뷰] 임연화 나주시 여성농업인지원팀장

  • 입력 2019.06.22 22:07
  • 수정 2019.06.23 19:19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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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지난 4월 전남 나주시에는 농업기술센터 농업정책과 안에 ‘여성농업인지원팀’이 신설됐다. 팀장에는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이 창립되던 시절부터 한결같이 여성농민운동에 앞장섰던 임연화 전 전여농 광주전남연합회장이 기용됐다. 지난 18일 임 팀장을 만나 여성농민이 만들어가는 여성농민 전담부서의 의미를 물었다.

 

전국에서 최초로 기초지자체 여성농민전담부서를 이끌게 됐다.

시간이 갈수록 어깨가 무겁지만 기분은 좋다. 우리가 모범적으로 일하면 다른 곳에서도 따라서 신설도 하고 사업도 펼 테니 지자체 여성농민 전담부서를 전파하는 역할도 맡지 않았나 싶다. 전여농과 나주시여성농민회는 예전부터 여성농민이 직접 일하는 여성농민 전담부서를 줄기차게 요구해왔고, 이를 받아든 나주시장의 의지가 컸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농림축산식품부를 비롯해 여러 지자체들에서 문의를 받았고, 김제나 진주처럼 벌써 여성농민들이 견학을 다녀간 곳도 있다.

 

왜 여성농민이 부서장이 돼야 할까.

여성농민들의 사정을 속속들이 아니까, ‘이렇게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구체적으로 든다. 밖에선 그렇게 요구를 해도 이뤄지지 않아 답답했지만, 행정 단위에 와 보니 실제로는 할 수 있는 것이 매우 많다. 관련 부서에 가서 ‘들들 볶는’ 사람이 농정 부서에 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웃음). 기존의 공무원들도 변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옛날엔 나주에서 여성농민 정책토론회를 매년 했다. 거기서 나온 ‘여성농민이 농사지으며 밥 짓는 게 너무 힘들다’는 의견을 정책화한 것이 바로 나주에서 최초로 실시했던 마을 공동급식이다. 10년 정도 그렇게 진행되다 2012년 무렵 토론회가 없어졌는데 전담부서를 맡은 이상 이것을 다시 시작하려 한다. 이런 공간이 없으면 여성농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지금은 한 달에 한 번씩 여성농민단체장 간담회를 진행하는데, 관련 조례에 보면 여성농업인 정책위원회를 두게 돼 있지만 10인 이내라 모든 관계자가 들어오기에는 너무 적다. 그래서 조례 개정을 준비 중이며 그 전까지는 간담회를 주요 소통 창구로 잘 유지할 계획이다.

 

최근 시와 의회에 업무계획을 보고한 것으로 들었다.

우선 기존에 실시하고 있던 행복바우처 사업과 보육지원 사업 외에 당장 진행되고 있는 것은 ‘여성농업인 성평등 전문강사 양성 프로그램’이다.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여성농민으로 인정받은 사람만 프로그램에 지원할 수 있다. 올해 말 30명 육성을 목표로 하는데 현재까지 20명 정도 모집된 상태다. 발굴된 강사들은 마을 총회나 영농교육, 소모임 같은 곳에서 성평등 교육을 하게 되며, 성평등 교육을 이수한 농가에는 각종 지원사업 선정 때 가점을 주는 방안을 타 부서와 함께 논의하고 있다.

홍보를 위해 각 읍·면·동에 현수막 30장을 걸어놨는데 벌써 변화의 조짐이 느껴진다. “지금 남·녀 인건비에 차등을 두고 있는데 이거 같이 줘야 되는 걸로 바뀌는 거냐”하고 남성 농민한테 전화를 받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더욱 포괄적인 평등을 지향하기 위해 ‘성평등’이라고 써 놨더니 성소수자를 인정하지 않는 특정 종교 성향의 시민단체들에게서 왜 ‘양성평등’이 아니냐는 항의도 받았다.

 

여성농민의 입장에서 겪은, 현장에 가장 필요한 행정의 손길은 무엇인가.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 노동 강도다. 농사법을 바꾸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대부분의 여성농민은 소위 ‘골병’이라 부르는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행정에서는 질병 치료를 지원해야할 뿐만 아니라 많은 작업을 서서할 수 있도록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그래서 농기계임대사업소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담당부서와 자주 만나고 있다. 여성친화형 농기계가 등장하기 시작했지만 아직 여성농민들은 그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을뿐더러, 지원사업도 대부분 진정한 여성친화형 농기계가 아니라 전정가위, 리어카 등 ‘소형’의 농기계를 구매하는 데 그치고 있다. 실제로 여성농민들이 필요로 하는 피복기, 파종기, 제초기 등의 보급에 힘쓸 것이다.

또 여성농민들끼리는 자신만의 농사비법 및 보다 효율적으로 농사짓는 방법을 공유할 수 있도록 ‘쉬운 농사비법 발표대회’를 성대하게 열어볼 생각이다. 기성 여성농민의 농사짓는 법이 변해야 그걸 보고 청년여성농민들이 농촌에 들어올 수 있다. 지금의 모습을 보고는 아무도 오려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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