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직불제 개편, 농가소득 증대가 목적이 아니다
[농정춘추] 직불제 개편, 농가소득 증대가 목적이 아니다
  • 김태연 단국대 교수
  • 승인 2019.06.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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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연 단국대 교수

최근 국회의 개원을 촉구하는 28개 농민단체들의 긴급 기자회견이 있었다. 직불제 개편, 미허가축사 적법화 대책 마련, 돼지열병 방역 대책 등 각종 농업현안을 해결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그 중에서도 현재 지체되고 있는 올해 변동직불금 지급 문제와 공익형 직불제로의 개편 문제가 농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것 같다. 매년 2~3월에 지급되던 변동직불금이 국회가 공전되면서 지급이 계속 지연되고 있으니 당장 영농자금이 필요한 농민들로서는 매우 다급한 상황이다. 그리고 변동직불금의 폐지를 예고하고 있는 공익형 직불제 개편 방향이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아서 우리 농민들을 매우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설상가상으로 ‘농민수당’ 도입 주장도 제기되고 있어서 여러 가지 측면에서 직불제를 둘러싼 다양한 논의들이 대다수 농민들을 정신없게 만들고 있다.

이런 불안한 마음은 실제 직불제에 대한 오해에서 나타난다. 즉, 직불제 방식으로는 원래부터 달성할 수 없는 ‘소득증대’라는 정책목표를 설정해 놓고 이를 시행하면 농가소득이 크게 안정되는 것처럼 기대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노령연금, 아동수당, 청년수당을 지급하면서 이들의 소득을 증가시키기 위해 주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직불제에 대한 오해는 1997년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직불제를 도입할 때 농가소득 증대를 목표로 도입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다. 이후 2003년 출범한 참여정부가 소득정책으로 직불제를 실시한다고 하면서 완전히 잘못된 길로 접어들었다. 정책담당자나 농민들이나 모두 직불제를 단순히 농가소득 늘려 주는 정책 정도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실제 1965년 영국에서 처음으로 직불제 논의를 시작할 때부터 직불제는 농산물 과잉공급, 농업재정부담 가중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농업정책 개혁의 수단으로 논의됐다. 물론 선진국에서 가격 및 생산량과 연동되는 많은 변칙적인 직불제가 시행되기는 했지만, 그 당시에도 잘못된 직불제의 폐해를 우려하는 많은 주장들이 제기됐다. 그리고 이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논의에서도 직불제는 농산물 무역 자유화 상황에 직면해 농업보호를 유지하기 위한 새로운 농정개혁 수단으로 논의된 것이다. 즉, 농가소득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대신 농민들을 농산물 대량생산 대신 다른 방식으로 농업생산을 수행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특히 기존의 관행적인 고투입 농법이 대규모로 파괴하고 있던 환경과 경관 그리고 지역 공동체의 보전이라는 ‘공익’을 더욱 더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 도입된 것이다.

혹자는 UR에서 직불제가 ‘식량안보’를 공익으로 설정하고 지원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UR협상 과정에서 각국의 국내 생산량 증대를 장려하는 방식으로 직불제를 사용하도록 허용했다는 것은 전적으로 오해다. UR협상에서 이야기하는 ‘식량안보’란 소위 국내 생산과 외국 수입을 포함하여 국민들의 식량접근성을 강화하는 개념을 말하는 것이지 ‘식량자급률’을 증가시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결국 직불제의 기능과 역할은 농산물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점진적으로 줄이고자 하는 것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농업의 공공재 공급 기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강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농민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면서 공익형 직불제로의 개편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직불금에 소요되는 재정규모뿐만 아니라 직불금을 지급하는 목적과 이유 그리고 지급근거를 명확히 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즉, 직불제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이 무엇인지, 이를 수행하기 위해 농민들은 무엇을 변화시켜야 하는지, 정부는 농민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명확히 알려야 한다. 공공재를 공급하는 농업활동은 기존의 농산물 생산에 중점을 두던 농법과는 다른 방식으로 수행돼야 하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과 농민의 호응이 없이는 현장에서 실현될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공익형 직불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모두가 인식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공공재 공급에 중점을 두는 이러한 새로운 농업생산 방식은 지속적으로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증가시키기 때문에 이를 장려하기 위한 직불금 예산은 지속적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것이다. EU를 비롯한 선진국에서 환경보전 효과가 있는 농업활동에 대한 직불금 예산을 ‘농업환경지원금’이라는 이름으로 지속적으로 증액하고 있는 상황은 우리나라 직불금 개편 논의에 시사하는 바가 많다. 즉, 농산물 생산량 증대를 초래하는 농업 생산 활동에 대한 지원은 줄이고, 공공재 공급의 확대에 연관되는 지원은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방향을 지향하는 농정개혁이 공익형 직불제 도입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농업의 지속 가능성, 농민의 생존 가능성, 농촌의 발전 가능성을 높이는 길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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